한국일보

타오르는 독립운동 불꽃

2008-04-10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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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자(의사)

2008년 지구촌 잔치의 불꽃인 올림픽 성화가 중국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밝혀졌다. 화려한 성화 점화식이 거행되는 동안도 독립시위대들이 경찰과 충돌하는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우리는 TV 뉴스에 생중계로 비치는 티벳 분리 독립 유혈시위를 해외토픽 뉴스감으로 그냥 지나쳐 버릴 수 있을까? 지렁이도 밟아 죽이지 못하는 붉은 승려복을 입은 티벳 승려들의 처절한 저항시위의 생생한 현장을 바라보면서 가슴아픈 동병상련의 느낌을 갖게 된다.21세기의 고대문화와 첨단문화가 충돌하는 피로 물든 비극적인 역사의 현장이다. 그들이 살아남는 생존 전략은 무엇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잘 모르겠다. 한국사를 중국의 변방사로 편입시킨 동북공정과 티벳을 중국의 지방정부로 전락시킨 서북공정(西北工程)은 같은 맥락이 아닌가?


두 나라는 중국 대륙의 양쪽 끝에 붙어있는 국경분쟁지역이다. 또한 우리도 나라를 빼앗긴 민족 수난기를 겪었다. 차이점이 있다면 티벳은 멈추어진 시간 속에서 친자연적 삶을 이어왔고 한국은 최첨단 기술 IT국가로 성장하여 이산화탄소를 뿜어내는 오염된 공기 속에서 살고있는 것이다.
요사이 티벳에 세계 시선이 쏠리면서 티벳 고원지대에 티벳 수도 라싸의 신비한 전설의 불교승지인 포탈라 궁전을 그린 다큐멘터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완벽한 건축물 예술인 궁전은 벽화와 불상과 방대한 예술품으로 가득 차 있다.

숨막히게 아름다운 살아있는 고대 유적의 자연박물관이다.세계의 지붕인 눈부신 만년설로 뒤덮인 히말라야 상봉우리의 고산지대에서 맑은 실개천으로 시작된 원류에서 큰 강물로 불어나는 절경, 산허리를 두른 흰 구름, 원색적인 전통의상을 입은 티벳인들과 물가에서 풀을 뜯는 야크와 양떼들은 한 폭의 장엄한 대 서사시이다.히말라야 산기슭 은신처에 망명정부를 세운 달라이 라마는 국제사회의 VIP 대접을 받으며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그러나 티벳 강경파 독립운동가들은 인도의 등불 간디에게 배운 비폭력
주의 예술이 우리를 딜레마의 늪으로 빠뜨리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마하트마 간디의 비폭력 독립투쟁은 달라이 라마의 조심스러운 대응과는 큰 차이가 있다. 해외에서 인권운동을 전개했던 간디는 위험을 무릅쓰고 고국으로 돌아온다. 그는 수없는 투옥생활, 단식투쟁, 범국민적인 시위운동에 직접 참여하는 온 몸으로 부딪치는 적극적인 행동을 펼친다.
간디가 주도한 소금 행진(Salt March)는 1930년 인도의 염전을 강탈한 영국에게 저항하는 선전포고였다. 무명 천으로 몸을 두른 깡마른 간디가 지팡이를 짚고 따르는 맨 앞줄에 서서 염전으로 향하는 소금 행진의 첫 발을 디딘다. 그 뒤를 따르는 구름같이 모여든 행렬은 어깨동무를 하고 발 맞추어 걸어간다.

광기 서린 영국 기마경찰이 짓밟는 말발굽 아래 앞줄이 피를 흘리며 쓰러져 죽으면 그 다음 줄이 산 사람으로 메우는 피로 물든 인파의 물결로 이어진다.이 때 극적인 역사의 현장을 지켜보면서 뉴욕타임스 기자가 숨가쁜 긴급보도를 하여 전세계인들의 가슴을 울렸다.그러나 오늘의 인도는 핵무기로 무장한 나라로 변신하지 않았는가? 역사의 아이러니는 히말라야 산맥으로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과 인도는 전략적 동반자 협력관계로 글로벌 경제의 주역으로 두 거인이 손을 잡고 있다. 히말라야 고원지대의 티벳은 중국에 흡수되어 정체성을 잃고 고대 문화유산과 전통이 관광상품으로 전락하고 있다.

찬란한 고대 문명의 꽃이 떨어지고 있다. 독립운동의 길은 마라톤처럼 긴 여정이다. 누가 올림픽경기에서 마지막 우승의 월계관을 쓸 것인가?
인도에 망명한 티벳인들은 분리 독립을 상징하는 ‘티벳 독립 성화’를 베이징 올림픽 개막일에 맞추어 네팔 국경을 통해 티벳으로 이송하여 불꽃을 밝히고 국제여론을 불러일으킬 계획이라고 한다. 티벳인들의 독립을 갈망하는 타오르는 독립운동 불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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