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불체자의 추방위기

2008-04-08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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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중돈(법정통역)

최근 뉴저지의 한인 밀집지역에서 이민 수사관이 주거지를 수색해서 불체자를 체포한 일이 있어서 난리가 났다. 이로 인하여 가장 관심을 끄는 논의는 지방 경찰이 형사피의자의 신원을 이민국에 보고하느냐 하는 쟁점이다. 어떤 지방은 중범혐의로 체포되면 이민국에 통보한다고도 하고 또 어느 지방 경찰은 모든 불법체류 피의자를 이민국에 통보한다는 보도도 있어서 이런 신분에 있는 사람들로 하여금 갈피를 못 잡게 하는 현실이다.

지방경찰의 불법체류자에 대한 처우는 지방마다 다소 차이가 있게 마련이다. 그렇지만 뉴욕의 경우를 보면 경찰이 형사피의자의 체류 자격을 따지는 일은 없다. 그러므로 설사 범법행위로 인하여 경찰에 체포되었다 하더라도 경찰이 불법체류 여부를 따지는 일은 없으며 또한 어떤 경우에도 이민국에 체류신분을 통고하는 일은 없다고 보면 된다. 뿐만 아니라 이런 형사피의자가 법원에 입건되었을 경우에 형사법원에서도 피고인의 체류가 불법인지 합법인지를 따지는 절차는 없다.그런데도 불구하고 일단 경찰에 체포되면 자칫 추방될 수 있는 이민국의 그물에 신분이 노출될 입장에 한 발짝 가까이 가는 처지가 되므로 각별한 주의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


최근에 뉴욕의 형사법원에서는 이런 그물에 걸려 몇 몇 한국인이 뜻하지 않게 추방조치까지 받게된 사례가 발생한 일이 있었다.펜실베니아에 사는 한인 청년 K모씨는 미국에 체류한지 10년이 넘은 사람이다. 몇해 전 뉴욕을 방문했던 길에 교통위반으로 경찰에 걸려 티켓을 받게 되었는데 타주에서 일어난 일이라 안이한 생각으로 이를 처리하지 않고 깔아뭉갠 일이 있었다.몇 해가 지난 지금 뉴욕을 방문하던 길에 또 한번 경찰의 검문을 받는 일이 생겼는데 옛날의 미결된 티켓 때문에 뉴욕주에서는 운전을 할 수 없도록 면허정지 처분이 내려져 있는 기록이 나왔고, 이 때문에 체포되어 형사법원으로 넘겨지고 말았다. 경찰의 지문조회 결과 이 사람은 얼마 전에 펜실베니아주에서 음주운전 혐의로 체포된 후에 재판에 출석하지 않아 체포영장이 발부되어 있다는기록도 나왔다.

뉴욕법원은 당연히 보석을 허가하지 않고 펜실베니아주에 연락하여 범인을 인수할 것을 통보하게 되었고 통고를 받은 펜실베니아에서는 신병을 인수할 마샬을 이틀이나 지나서 보내게 되었다.이동안 이 사람은 형무소에 갇혀 있어야 했다. 형무소는 이민국의 손이 가장 쉽게 접근하는 그물망이다. 뉴욕 법원에서는 펜실베니아주에서 온 마샬에게 범인 인도절차를 밟아 넘겨주게 되었는데 이틀 동안 형무소에 갇혀있는 동안 재소자의 신원을 체크한 이민국이 이 사람의 불법체류 신분임을 확인하고 펜실베니아 마샬에게 이민국이 신분을 인수하겠다는 통보를 하기에 이르렀다.

이렇게 되고보니 이 사람은 뉴욕에서 받은 교통티켓을 깔아뭉갠 것이 계기가 되어 결국은 추방당하는 막판까지 가고 말았다. 불법체류자인 이 사람의 생활태도가 추방을 자초했다고 할 수 있겠다.이 사람과 달리 운이 없어 추방까지 가고 만 불운한 사건도 있었다. 매춘혐의로 체포된 한 여인이 있었다. 전과가 없는 매춘 피의자는 뉴욕에서는 아주 경미한 경범에 해당하는 사건이라 입건 당일 처분이 끝나서 석방되게 마련이다. 그런데 유독 이 여인은 단지 이름과 생년월일이 비슷한 사람의 체포영장이 발부되어 있는 기록이 있어 FBI의 지문조회 결과가 올 때까지 갇혀있어야 했다. 며칠이 지나 지문조회 결과가 나와 체포영장이 자기 것이 아니라고 판정되어 석방절차에 들어갔는데 그동안에 벌써 이민국은 이 사람이 불법체류자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고, 이민국이 바로 신병을 인수해 가버리는 사태로 되고 말았다.

불체자는 어떤 경우에도 형무소라는 그물망에 가까이 가서는 안될 것이고 아무쪼록 경찰 신세를 지지 않도록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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