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이명박 대통령에게 바란다

2008-04-05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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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논설위원)

이명박 대통령이 되긴 됐는데 민생도 그렇고, 대북문제도 그렇고, 대운하문제도 그렇고, 뭔가 한반도 남쪽의 남한이 좀 어수선한 것 같다. 이 대통령이 취임식도 마치고 대통령의 자리에 앉은 지도 벌써 3개월째인데 무언가 자리가 잡히지 않고 나라가 허둥대는 기분이 든다. 총선도 몇 날 안 남았는데, 총선이 지나면 좀 자리가 잡히려나.

허긴, 어찌 대통령 한 사람이 나라 살림을 다 할 수 있겠는가. 그래도 대통령의 자리란 건 대단 자리인데. 한 나라의 대통령 자리가 그냥 보통 자리인가. 이명박 대통령의 자리는 남한의 60여만 명의 국군을 포함한 4천여만명의 백성을 통치하는 자리다. 통치자의 자리지만, 이 대통령은 머슴 론, 즉 섬기는 자가 되겠다고 천명했다. 그런데 그것도 좀 그렇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5년간 대통령의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나이가 67세니 72세까지다. 년 수로는 2013년 2월 이·취임식 때 까지 인데 짧으면 짧고 길면 길다. 보통사람 같으면 은퇴하여 정부에서 나오는 돈으로 노후를 보내야 할 나이다.


일복이 많은 대통령이라 그런지 은퇴할 나이에 대통령이 되어 동분서주, 24시간이 48시간이 되도 모자랄 것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10년간 소위 사람들이 말하는 좌파정권을 무너트리고 압도적인 표 차이에 의해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그런데 이제 와서 그를 도왔던 사람들은 싹 잊어버리고 대통령 된 것이 대통령 혼자만의 노력과 힘으로 당선됐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대통령의 옆에는 한나라당이라는 당시 야당이 있었고 한나라당 뒤에는 당을 지지하는 국민이 있었다. 또한 각종 시민단체들의 협력과 나라 분위기가 있었다. 지난 10년간 김대중 정권에 이어진 노무현 정권에
실망한 국민의 염원이 담긴 분위기 등이 그를 대통령으로 당선시킨 주요인이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민초, 즉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소망이 담겨 그를 찍어 당선된 이명박 대통령은 그를 밀어준 국민의 염원을 실망시키지 않게 나라를 이끌고 섬겨야 한다. 또한 그가 공약한 대로 대한민국 남한을 선진국 대열에 올려놓아야만 할 것인데 그것이 문제이다. 선진국이란 국민 모두가 질적, 양적으로 잘 살아가게 되는 그런 나라와 고양된 국민의 의식 수준을 뜻할 것으로 하루아침에 선진국에 들어가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로 5년이란 시한이 있으니 대통령이 국민의 의견을 잘 수렴하여 총력을 기울인다면 남한만이라도 선진국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을 것이다.
대통령은 살아있는 지존과 같다. 나라라고 칭하는 큰 배의 선장과도 같다. 지존이란 하늘을 제외한 하늘 아래 절대 권력을 가진 존재를 일컫는다. 지존과 같은 대통령의 생각과 말과 행동 하나하나는 그가 다스리는 한 나라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 한 나라가 좌지우지 된다는 것은 그 나라에 속한 국민의 생명이 대통령의 절대 권한에 맡겨져 있다는 뜻도 된다.
그러나 대통령은 지존이 아니라 머슴이 되어야 한다.

이대통령은 자신이 섬기는 자가 되겠다고 천명한 것처럼 모든 백성의 거름이 되어 백성들을 편하게, 부요하게 잘 살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그런데 근저의 이명박 대통령은 머슴이 아니라 지존의 역할을 더 하는 것 같아 별로다. 아마 주위가 그렇게 만들어 가는지도 모를 일이다.
지존 적 대통령이라도 혼자 모든 정책을 펼쳐 나갈 수는 없다. 그를 보좌하고 있는 브레인인 수많은 참모들과 국무위원들 및 그를 자문하고 있는 원로들의 의견이 대통령의 나라살림에 많은 도움과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 그러니 그를 가까이서 보필하는 사람들의 역할은 막중지대다. 역대 대통령들의 실책 중 하나는 대통령 주변 사람들이 대통령의 눈과 귀를 멀게 한데도 있었다.

대통령으로 당선된 지 몇 개월이 지난 현재 이명박 대통령의 국민들 지지도와 인기도는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왜 그렇게 빨리 떨어지는 걸까. 한반도 정국이 대북문제와 민생문제, 혹은 대운하문제 등으로 어수선하고 4·9 총선을 앞둔 이 마당에 대통령의 인기가 이렇게 떨어지고 있으니 그 원인을 어디에서 찾아야 하나. 대통령 혼자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총선이 지나면 그 원인과 진단도 밝혀질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와중에 있는 이명박 대통령이 이달 중순 미국을 방문한다. 해외 동포들과의 만남을 통해 하향곡선을 긋고 있는 지지도와 인기하락도의 실마리라도 풀고 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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