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티벳 사태의 전망

2008-04-07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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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영(전 언론인)

한 때 세상을 놀라게 하고 걱정스럽게 했던 티벳 사태가 겉으로는 수습의 가닥이 잡혀 평온을 되찾은 것처럼 보인다.평균 해발 3,000미터가 넘는 험준한 산맥 히말라야가 굽이치는 세계의 지붕 지구촌 오지 티벳에서 지난 달 14일, 50년이 넘는 중국 통치에 맞서 라마승을 비롯한 티벳인들의 독립항쟁이 일어났다.

중국측의 즉각적인 개입, 진압으로 100명 안팎의 희생자가 생겼고 수 백명이 체포되는 등 사태를 전후해서 폭동에 가까운 소요가 이어졌고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이 국제사회에서 거론되기까지 했다.중국측 발표대로 사태가 완전히 진압되어 티벳은 평온을 되찾고 소요는 한 때의 해프닝으로 끝나고 말 것인가? 아니면 독립항쟁의 불씨가 남아 내연하는 저항의 땅으로 언제 다시 터질지 모를 휴화산으로 계속 남아있을 것인가? 사람들은 우려와 관심을 가지고 사태 진전을 지켜보고 있다.


1949년 중원을 통일한 모택동의 중공은 문화혁명을 거치면서 부국강병을 위한 자본주의 경제정책을 채택하였고 엄청난 성장의 동력을 얻어 무서운 속도로 미국을 뒤쫓고 있다.혁명 초기, 제3세계의 맹주를 자처하며 온세계 식민지 해방을 지원한다던 반제, 비동맹의 대의는 간 곳 없고 왕년의 소련처럼 초강대국으로 되기 위한 패권 추구에만 열을 내고 있는 것이 오늘의 중국의 모습이다.이에 맞서 중국의 성장을 견제하며 유일 초강국의 지위를 계속 유지하려는 미국은 중국의 분열을 노려 틈만 생기면 개입하려는 유혹을 받고 있어 티벳 사태는 대만 문제와 함께 제 2의 베트남으로, 또 다른 체첸으로 지구촌 화약고로 발전할 수 있는 항시적 불안과 위험요소를 안고 있다고 하겠다.

티벳은 중국 서남부 인도와 네팔, 부탄, 그리고 미얀마 일부에까지 국경을 맞대고 있는 126만 평방킬로미터의 고원지대로 중국 전영토의 8분의 1, 한반도 면적의 6배에 이르는 광활한 땅에 인구는 고작 285만명이다. 주민 대부분이 초원지대에 흘어져 목축업에 종사하며 소득은 중국 각 성 가운데 최하위인 1인당 350달러 안팎이다.지하자원의 풍부하며 최근에는 전략물자인 우라늄 희귀 광물의 대량 매장 사실이 밝혀져 서방 열강들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고 한다.중국측은 티벳이 13세기 때부터 역사적으로 몽고와 청의 지배 아래 있던 자치령이었고 중화민국의 법통을 이어받은 중화인민공화국의 합법적 영토라고 주장한다.

제 14대 세습 법왕인 지금의 달라이라마의 망명정부를 지원하는 미국과 영국은 1904년 영국이 러시아의 남하를 막기 위해 한때 티벳을 무장 점령하고 청나라에서 분리, 독립시킨 역사적 사실을 들어 티벳 독립 주장의 근거로 삼고 있다.모택동의 중국 공산당은 내전 승리 후 곧바로 홍군 무력을 티벳에 진입시켜 토지와 특권을 독차지하고 있던 당시의 지배층인 라마교 승려들과 귀족들의 땅을 몰수하여 토지개혁을 단행하는가 하면 도로와 철도를 부설하고 학교와 병원을 세우는 등 미개한 봉건 신정 체제를 해제하고 사회주의적 개혁을 강행함으로써 특권을 빼앗긴 승려, 귀족들과 갈등을 빚어왔다.

중국식 민족주의 ‘대중화민족의 통일, 단결’을 국가 목표의 하나로 삼고 초강대국을 지향하고 있는 오늘의 중국에 티벳의 독립은 곧바로 역내 소수민족들의 독립 열기에 기름을 붓는 격. 중국은 분할되고 새로운 춘추전국시대로 돌아간다면 새로운 초강대국 대중화인민공화국의 패권 야망은 물거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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