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신기한 검찰 조사와 당연한 결과

2008-04-0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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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호(취재1부 기자)

엘리엇 스피처 전 뉴욕주지사의 섹스 스캔들은 사퇴를 미리 계획한 정적들의 함정이었을까?스피처 전 주지사가 사퇴한지 한 달 정도가 지난 현재 이 같은 주장이 점차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가장 큰 의문은 이번 수사를 담당했던 연방뉴욕남부지검(검사장 마이클 가르시아)이 매춘 업소인 ‘VIP 황제 클럽’(Emperors Club VIP)에 대한 추가 수사 발표를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검찰은 사건 발표 당시 이번 수사는 국제 매춘 조직과 돈세탁 범죄를 단속하기 위함으로 이들 조직의 고객을 조사하던 중 스피처 전 주지사의 매춘 사실을 발견하게 됐다고 발표했었다. 즉 이번 수사는 어디까지나 매춘 업소 단속을 위한 것으로 스피처 전 주지사 개인을 타깃으로 한 것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퇴 후 한 달여 지난 현재 이들 매춘 조직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 현황 및 추가 단속에 대한 발표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물론 스피처 전 주지사를 제외한 그 외 매춘 고객에 대한 수사 발표 또한 전무하다.스피처 전 주지사의 고객 번호인 ‘Client#9’ 앞에 위치한 고객 8명이 시간 당 최대 5,500달러를 지불할 수 있던 재력을 갖고 있던 사람들이었다는 것을 볼 때 이번 수사는 어딘지 모르게 석연치 않은 점들이 많다.

또한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는 고급 매춘 업소 가운데 ‘VIP 황제 클럽’은 TOP 10에도 속하지 않는 곳으로 탈세 및 돈세탁을 이유로 수사에 착수했다는 연방 검찰이 이들 거대 조직을 제쳐놓고 VIP 황제 클럽만을 단속한 것도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성역이라 불리던 월가의 경제 재벌들에 대한 수사를 단행, 월가의 보안관이라는 명예를 얻는 대신 수많은 적을 얻었던 스피처 전 주지사.사법기관의 수장을 거쳐 주지사로 부임한 전도유망한 정치인의 도덕 불감증이 결국 정적들에게 허점을 제공한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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