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우려되는 한국 원어민 영어교육 개혁

2008-03-2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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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율(교육학박사)

영어를 6년간 배워도 간단한 회화도 못한다는 공교육 현실을 개탄하여 새 정부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최소한 생활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른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계획을 실천하기 위해 교육부는 금년에 원어민(외국인) 교사 400명을 모집할 계획이라고 며칠 전 발표하였다.

그간 교육부는 수 십년간 영어를 제1 외국어로 중점 교육을 해왔지만 그 결과는 실패에 가까울 정도로 미약하였다. 이같은 결과의 1차적인 책임은 교육 전반의 정책을 지도하는 교육부에 있다고 본다. 그리고 교육부 지시에만 따르고 자체의 특이한 프로그램이나 개선책 없이 안이한 태도를 유지한 일선 학교의 책임도 크다고 본다. 무엇보다 교육부는 영어교육 부진에 따른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아니했다.


이번 새 정부의 원어민 교사 도입은 영어회화를 강조하는 면에서 본다면 이상적인 방안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이 방안의 실천에 앞서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한국같이 영어를 사용하지 않는 사회에서 영어를 습득한다는 것은 영어 환경 속에서 배우는 것보다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다.많은 부모들이 미국이나 영어권 나라에 조기유학을 시키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일주일에 5~6시간 원어민 교사와 교실 수업을 하여도 가정이나 사회에서 영어 사용의 기회가 없으면 원어민만이 가지는 언어 능력을 체득하기 어렵다.

이번 정부안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1990년 중반 경남 및 서울교육청을 시작으로 교육부는 약 200명의 원어민을 도입하여 몇 년간 영어 교육 개선을 시도한 적이 있다. 그 결과는 정확한 평가가 없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였다고 하겠다. 이유는 첫째로, 자격 미달인 원어민 교사를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람들이 무분별 모집해 왔다는 것이다. 둘째로 원어민 교사가 교육 목표에 알맞은 수업을 하고 있는지 항시 참관, 협의 감독해야 하는데 이런 역할을 하지 않은 것이고 셋째로, 그들의 사생활, 복지를 위한 인간적인 접촉, 이해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역할을 담당하기에는 영어권 문화에 익숙하지 못한 교육청 영어 장학사의 능력으로는 힘든 일이다.

영어문화에 젖어있는 영어교육 전문인이 각 교육청에 배치되어야 했을 것이다.교육은 투자만 한다고 해서 결과가 바로 나오는 것은 아니다. 교육은 장기적인 투자이다. 끊임없는 연구와 설명이 따라야 한다. 이번 새 정부 개혁안도 실천에 앞서 먼저 해야 할 일은 새로운 교육 목표에 알맞는 교재, 교수법을 고안하여 실험 교실을 통해 꾸준히 개발하여 각 일선
학교에 모범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둘째로, 지금까지 시행해 오던 것과 같은 정부 주도하의 교과서나 교과과정 등을 일률적으로 강요해서는 안될 것이다. 각 지방 교육청이나 일선 학교가 각자 다양성과 창의성을 토대로 자발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하도록 유발하며 상호 협조 내지는 경쟁관계를 조성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교육부는 여기에 대한 지원, 그리고 평가의 역할을 담당해야 할 것이다.

정부가 막대한 재원을 투자하고 개혁을 주도하고저 하지만 생활 영어만을 목표로 한다면 원어민을 대거 투입하지 아니해도 가능한 일이다. 영어 회화에 자질이 있는 교사를 차출하여 연수를 받게 한 후 시청각 교재를 토대로 학생을 훈련시키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일상생활에 상용되는 어휘가 고작 400~800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어려운 일은 아
니다. 무엇보다 현실적으로 400명이라는 대규모 원어민을 모집한다는 것은 무리이니 한국인 영어교사가 주도하는 프로그램도 병행해서 시도하여 비교해 보는 것도 바람직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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