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인회관 공중권(Air Right) 팔아선 안된다

2008-04-01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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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희남(전 뉴욕한인회관 관리위원장)

최근 뉴스를 보니 뉴욕한인회가 회관 건물의 잉여 Air Right(건설 가능 건물면적)을 사겠다는 ‘Extell’이란 부동산 개발회사의 오퍼(제의)를 놓고 논의 중인 것 같다. 결론부터 말하면 한인회관의 Air Right는 절대 팔아선 안된다.

‘Air Right’란 말을 ‘공중권’으로 번역하면 그냥 공중 하늘을 사용할 수 있는 일조권 정도로 인식하기 쉽다. 그러나 실제로 Air Right은 소유하고 있는 대지 위에 얼마만큼 큰 건물을 지을 수 있느냐 하는 ‘건설가능 면적’을 말한다. 우리 한인회관의 대지 면적은 나의 기억으로 83피트 × 98피트 크기로 약 8,134 스퀘어피트가 되며 FAR이 10이라고 하면 대강 8만 스퀘어피트 크기가 되는데 이것이 한인회관의 Air Right이고 현재의 기존 건물을 제외하고도 약 4만 스퀘어피트를 더 지을 수 있다는 애기다. 그런데 그 4만 스퀘어피트를 스퀘어피트당 125달러에 팔면 약 500만 달러라는 계산이다.


대개의 상업용 건물은 그 건물에서 발생되는 임대수입에 따라 매매가격이 결정되는 것이 상례이었지만 근래에 와서는 임대수입에 관계 없이 얼마만한 건물을 지을 수 있느냐, 즉 신축 가능 면적(Buildable Square Feet)에 따라 건물 가격이 결정된다. 한인회관의 매매가격을 임대수입으로 결정한다면 그동안 건물관리 운영의 무지로 인하여 거져 주어도 인수자가 없을 정도로 엉망이다. 하지만 최근의 유행이 되어버린 콘도미니엄의 건설 붐
은 우리 한인회관의 가치를 크게 상승시켰다.

한인회관의 대지 위에 건설할 수 있는 건물 면적(Air Right 혹은 Buildable Square Feet) 약 8만 스퀘어피트를 스퀘어피트당 400달러에 판다고 해도 3,200만 달러가 된다는 얘기다. 즉 한인회관을 빈 건물로 만들어 콘도미니엄 개발업자에게 판다면 아주 적게 잡아서 3,000만 달러의
가격이 나가는 보석같은 건물이다.특히 맨하탄에서는 전면(Frontage)이 45피트(한인회관은 83피트)가 넘어 신축할 때 높이 제한(45피트 미만일 경우 스트릿 상에서는 60피트 높이로 제한되어 최고 6층 정도 지을 수 있음)을 받지 않고 고층건물을 신축할 수 있는 대지로 부르는 것이 값이 될 수도 있다.

얼핏 보기에 임대수입이 없어 운영이 곤란한 한인회관의 Air Right을 500만 달러나 준다는 사람이 있으니 그 돈이면 플러싱 부근에 멋진 제 2의 한인회관을 설립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로 여겨지는 모양이다. 그러나 빈 건물(세입자들에게 돈을 주고 내보내는 경우)을 만들어 개발업자에게 판다면 적어도 3,000만 달러나 나가는 한인회관을 겨우 500만 달러 받고 Air Right을 팔아 치운다면 현재의 한인회관 가치는 어찌 되겠는가?

필자가 한인회관 관리위원장을 하고 있을 때에도 회관을 팔아서 플러싱쪽으로 옮기자는 의견들이 있었다. 선조들이 애써 구입한 한인회관이 렌트를 20년 넘도록 한 푼도 내지 않는 악성 세입자가 있어도 내버려두고 같은 한인이면서도 3,500 스퀘어피트나 되는 공간을 제멋대로 분할하여 서브리스를 해주어 이익을 챙기는 양심없는 세입자들이 두 명씩이나 되었다.
어떤 회장은 터무니 없이 싼 렌트로 아래층 상가를 15년씩이나 리스를 주었다. 또 어떤 회장은 모 봉사단체에게 15년씩이나 무료로 회관의 사용권을 주었다. 이러한 테넌트들은 법적 소송을 해서라도 퇴거시키고 합당한 렌트로 양질의 세입자들을 입주시킨다면 회관 수입은 어마어마하게 늘어나고 그 수입으로 뉴욕한인회의 운영비용은 물론 한인회장에게 월급을 주어도 될 것이다.

전면이 83피트가 넘어 높이 제한 없이 고층건물을 세울 수 있는 한인회관의 Air Right을 절대 생각 없이 팔아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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