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그래도 살아야 한다

2008-03-2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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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논설위원)

사는 게 쉽지 않다. 그래도 살아야 한다. 목숨이 붙어 있는 한 살아야 하는 게 순리다. 그 어떤 어려움과 역경이 있을지라도 살아남아야 한다. 목숨이 세상에 생명으로 태어날 때는 그만한 가치를 갖고 태어난다. 그 가치를 제대로 파악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내 목숨은 내 목숨이 아니라 하늘에 달려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러니 인명은 재천이라 하지 않았던가.
하루하루의 삶이 고달플지라도 끝까지 참아야 한다. 참다, 참다 보면 좋은 날은 반드시 올 게다. 참을 인 셋이 모이면 사람 하나를 살린다는 옛 말이 있다. 하늘이 생명을 이 땅에 내 보낼 때에는 죽으라고 내 보낸 것은 절대 아니다. 살아 좋은 날을 맞으며 즐겁게 한 생을 보내라고 내 보낸 것일지언정 좌절되거나 힘들어도 절대 삶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세상살이를 살다보면 본의 아니게 갑자기 환경이 바뀔 때가 있다. 이럴 때 일수록 지혜롭게 처세를 잘해 나가야 한다. 갑자기 환경이 바뀌어 손해를 보거나 좌절될 수도 있다. 그러나 환경 바뀜을 부정적으로 해석하지 말고 긍정적으로 해석해 더 낳은 미래를 바라보아야 한다. 부정적으로 해석하면 할수록 자신에게 득 돌아올 것도 없고 주위 사람들만 피곤하게 만들 수 있다. 매사에 긍정적인 사고와 낙천적 태도는 자신과 주위 사람들에게도 크게 위안을 줄 수 있다. 그리고 희망과 새로운 미래를 열게 할 수 있다. 그러나 매사 부정적이며 비관적 태도는 자신을 몰락의 길로 끌고 들어갈 뿐만 아니라 주위에 있는 사람들까지도 몰락으로 함께 끌고 들어가는
비극을 초래할 수 있다.


삶이 우리를 슬프게 하더라도 그 슬픔마저도 수용하여 내 것으로 삼을 줄 알아야 한다. 환경이 우리를 화나게 하여도 그 화마저도 수용할 수 있는 대범이 있어야 한다. 평생 기쁨과 즐거움만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은 이 세상에 단 한 사람도 없다. 삶이란 살아있는 순간순간을 의미한다. 그 순간순간은 즐거움과 슬픔과 좌절과 소망의 연속이다. 그것이 삶이며 살아있음이다.오늘이 가면 내일이 온다. 반드시 온다. 그 내일에 소망을 두어야 한다. 오늘을 참아내지 못하면 내일은 없다. 내일을 참아내지 못하면 모래는 없다. 오늘도 참고 내일도 참고 또 그 내일도 참아나가야 한다. 지치면 지친대로 참아야 한다. 밟히면 밟히는 데로 또 일어나야 한다. 밟히면
밟힐수록 더 강하게 꼿꼿하게 일어나야 한다. 잔디처럼 다시 일어나 참아야 한다.

사는 게 쉽지 않을 때 시장을 가보라. 복닥대는 시장 한 복판에서 이익을 남기려 온갖 정성과 힘을 다하는 사람들을 보라. 내일에 소망을 걸고 땀 흘리는 그들의 모습 속에 삶의 거룩함이 배여 있다. 살아있음의 소망이 녹아있다. 삶의 가치가 그대로 나타나 있다.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여 살아가야 함을, 그들의 삶을 통해 배울 수 있다. 사는 게 쉽지 않을 때 또 가볼 곳이 있다. 병원의 중환자실이다. 중환자실에 누워 있는 미래가 보장되지 않은 환자들을 보라. 그들에게 남아 있는 것은 죽음뿐이다. 그러나 그들은 단 하루라도 더 살아보려 애를 씀을 알 수 있다. 그들에겐 부귀영화가 모두 소용없다. 건강한 자신의 모습과 생명의 연장만이 그들의 유일한 소망이다.

자신과 가족이 건강하다 생각 될 때 그것 하나만으로도 삶은 즐거워야 한다. 기뻐해야 한다. 소망을 가져야 한다. 미래를 꿈꾸어야 한다. 그 어떤 굴욕의 상황에 처하더라도 미래가 끊긴 중환자 보다야 나음에 참아야 한다. 감사해야 한다. 그리고 오늘 최선을 다하며 내일을 기다려야 한다. 건강하여 살아남는 한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질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원래 삶이란 사람끼리 서로 부대끼며 살아가는 게 삶의 한 모습이 아니던가. 어떻게 한 생을 아무 부대낌도 없이 살아갈 수 있나. 서로 부대끼며 그 부대낌 속에서 또 새로운 것을 만들어 살아가다 보면 세월이 흐르고 그 흐름 속에 사람은 늙어가는 것이 아닐까. 그러며 지나간 날을 그리워하여 세월의 덧없음을 ‘인생무상’으로 말하지 않을까.

인생 길어봐야 80-90인데 그 인생 살아가기가 그리 쉽지 않다. 쉽지 않은 생이라 해도 살아있는 것보다 더 귀한 가치는 없음에야. 살아있는 동안 할 일은 많다. 자신에게 주어진 하루하루의 생을 열심히 살아가야 할 뿐만 아니라 모두와 더불어 더 낳은 세상을 만들어 나가야 함이다. 세상이란 자신을 비롯해 가정과 이웃과 직장과 사회와 나라와 온 세계를 포함한다. 목숨은 하늘에 달려 있다. 하루하루의 삶이 아무리 고달플지라도 끝까지 참아 승리하는 이민자들이 되어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삶은 포기되어서는 안 된다. 역경 속, 그래도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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