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침묵하지 않는 얼음, 그리고...

2008-03-2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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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륭웅(공학박사)

만약 높이가 수 백 미터나 되고 밑 면적이 로드 아일랜드 주보다 더 넓은 1,300 평방마일(한 변이 140리 쯤 되는 사각형 면적)이나 되는 얼음 덩어리가 있다고 치자. 이 빙산은 1만년 이상을 꿈쩍도 않고 있다가 지구 온난화 - 바닷물도 더워진다 - 더워진 바닷물이 위에 있는 빙산의 밑
을 금 가게 하며 종내에는 이 거대한 빙산이 조각이 나서 형체도 없어진다.

이 믿기지 않는 일이 실제 일어났는데 이는 컬럼비아대학의 지구연구소 소장인 Robin Bell 교수가 Scientific American 2008년 2월호2월호의 커버 스토리로 보고한 내용이다. 제목은 “The Unquiet Ice(침묵하지 않는 얼음)”이다.이 빙산의 균열이 처음으로 발견된 것은 1987년이었다. 그러던 것이 2002년 3월에는 이 거대한 빙산이 완전 조각이 나서 없어진 것이다.
지구의 3대 거대 빙산은 그린랜드와 남극의 2개 빙산인데 세계 빙산의 99%를 차지한다. 이 3대 빙산의 해수면 상승효과는 그린랜드(24피트), 남극 동쪽 빙산(19피트), 서쪽 빙산(170피트)으로서 이 3개의 빙산이 다 녹으면 해수면은 200피트 이상(70미터) 올라간다.


맨하탄에 있는 자유의 여신상의 높이가 150피트이고 세계 인구의 1/3은 해수면 보다 300피트 정도 높은 곳에 살고 있으며 세계의 큰 도시들이 대부분 해안가에 있음을 감안하면 녹아내리는 빙산으로 인한 재앙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문제는 지구온난화가 해수면 상승효과가 제일 큰 남극지방에서 더 빨리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재 상태는 지구라는 가마솥에 바닷물을 담고 서서히 열을 가하기 시작했는데 물 위에 떠있던 얼음 덩어리들이 조그마한 것부터 녹기 시작한 형국이다.

빙산이 아무리 커도 물은 섭씨 0도에서 녹는다는 평범한 진리를 거역하지 못하며 거대 빙산도 일단 균열이 시작되면 붕괴 속도가 걷잡을 수 없이 빨라질 것이다. 거대한 댐에 바늘 끝만한 구멍이 나도 댐이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인 것과 비교될 수 있을 것이다.나는 오래 전부터 지구온난화 문제를 추적해 왔는데 30년 전만 해도 온난화는 없다는 소리를 하는 학자들이 많았다. 지금은 그런 허튼 소리를 하지 않지만. 언론기관으로서는 뉴욕타임스가 지구온난화로 인한 대재앙을 온난화란 말 자체가 없을 때부터 경고하기 시작했었다. 과연 뉴욕타임스라고 탄복하고 있다.

많은 학자들이 인류문명이 21세기를 넘길 확률을 50% 정도 보는데 개인적으로 공감한다. 해수
면은 조금씩 올라갈 것이므로 저지대에서 고지대로 사람들은 이동할 것이다. 이것은 이미 시작되었다. 그래서 갑자기 멸망하지는 않겠지만 제일 우려되는 것은 거대한 바닷물의 흐름에 이상이 오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해수의 온도 상승이 흐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아직은 모른다. 이상 조류로 지구가 다시 빙하기로 접어들지도 모른다. 전에 캐나다의 어쩐 지방에서 한파가 와 개스 공급이 5일간 중단된 적이 있었다. 어떤 가정에선 너무 추워 집안의 고가 골동품 가구를 쪼개서 불을 지펴 추위를 이겼다. 자연 앞에서 인간이란 그렇게도 허약한 것임을 보여주는 작은 예이다.

핵 융합로 건설이 진행 중이지만(한국도 상당한 지분이 있음) 30년 후 쯤 완성된다 해도 성공 확률은 절반 정도일 것이다. 성공하면 화석 연료가 필요 없어지겠지만 그 때까지가 문제이다. 지금 당장 모든 연료 사용을 중지해도 지구는 앞으로 30~50년간은 더워질 것이다. 아둔한 인간들은 천년 만년 살 줄 알고 흥청망청 소비를 해 댔다. 아프리카 대륙의 온난화 기여도는 4% 정도인데 온난화의 피해는 그 10배라고 한다. 가뭄, 사막화 등 우리로 인한 피해를 엉뚱한 사람들이 보는 셈이다. 반성하고 속죄해야 하지 않을까.

이제라도 우리 모두는 불필요한 소비를 최대한 줄이고 지구를 학대한 죄를 조금이라도 갚아 나가야 한다. “내 탓이요, 내 탓이요, 내 탓이로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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