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봉하 마을

2008-03-20 (목)
크게 작게
석명자(선교사)

우리나라의 일반 관상학에 남자가 양쪽 볼이 볼록하면 욕심이 많은 형이라고 알려져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양 볼이 너무 볼록하여 은연중 걱정되었는데 얼마나 그 욕심을 채우게 될지는 일반시민인 나로서는 오리무중이었다. 얼마 전부터 퇴임 후에 그가 안착하게 되는 저택이 김해 어디쯤 ‘봉하마을’에 짓기 시작한다는 소문과 아울러 구설이 무성하게 일어나기 시작했다.

나는 속으로 “남의 말 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또 시작했구나. 한 나라의 대통령을 했으면 좋은 집에 살만도 하지. 그 사람 연봉만 해도 얼만데, 거기다 알이 병아리가 되고 닭이 되듯이 불어나갔을텐데 시골에다 집 한채 못 짓겠는가?!” 하고 귀 기울여 듣지 아니하고 오히려 무심하려 애썼다.(하기는 나같은 사람의 이런 무심함이 나라를 썩게 하고 사람을 썩게 하는지도 모르겠다)헌데 요즈음 매스컴에 떠도는 ‘봉하마을’ 전설(?)은 요즈음 말로 ‘장난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시골 처녀같이 조용하고 소박하게 숨은 듯 수줍게 자리잡고 있는 봉하마을을 온통 불도저로 갈아 엎어서 개인 골프장은 물론이요, 자신의 외로움을 달래줄 측근들과 경호원들의 빌라를 울타리처럼 둘러 지었다는 것이다. 퇴임하면 ‘임대아파트’로 들어가겠다던 그가 국내 최고의 ‘아방궁’을 지어놓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그곳을 방문한 기자단 중의 한 사람이 “정말 나쁜 X이네!” 하고 어제까지 대통령이었던 그에게 쉽게 “X”자를 붙여버렸을까?! 과연 두 볼이 볼록한 것과 아방궁을 짓는 솜씨가 김정일과 닮은 꼴이다. 우리집 앞 베이글 가게 여주인 미세스 리는 “그런 X을 사랑한다고 ‘노사모’ 간판을 내걸고 덩실덩실 춤을 추며 맞이하는 사람들이라니... 우리나라는 아직도 정신 나간 사람들이 꽤 많은 모양”이라고 이 가는 소리를 한다.물론 자기 돈 가지고 정당하게 지은 ‘아방궁’이라면 누가 무어라고 하겠는가. 문제는 495억(국고 211억, 지방비 284억)이라는 그 돈이 다 국가에서 지출한, 국민이 세금을 낸 혈세라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서 초가삼간이라도 자기 집 하나를 갖고 가족들과 오손도손 살다가 가기를 소원한다. 국민이 대통령을 뽑을 때는 행여 이 한가지 소원만이라도 이룰 수 있을가 해서 나름대로 더 나은 대통령을 뽑으려고 기를 쓰다가 도장 하나를 찍는다. 그런데 이렇게 뽑힌 대통령마다 집 없는 사람들 제쳐놓고, 유리방황하는 탈북민들 제쳐놓고, 연탄불도 없이 월세방에 고생하는 독거노인들, 장애자들 제쳐놓고 자기 집 짓는 것부터 생각하고, 자기 잘 사는 것부터 챙기니 아비 잃은 고아와 같은 국민은 한숨만 날릴 뿐이다.

영국에서는 총리가 퇴임하면 다시 전세집으로 들어간다던데... 도대체 우리나라는 무엇이 얼마만큼 잘못 되었길래 대통령이 큰 도둑으로 변할 수 있으며, 국민은 그것을 막을 수 없는가! 이번 일은 아무래도 대통령이 큰 도둑으로 자라도록 내버려 둔 우리에게도 잘못이 있는 것 같다. 감사제도가 있다고는 하나 그 일이 그렇게 돌아가도록 ‘짖지 않는 개’ 역할을 한 국민의식이 안타깝다.삼성 비자금 사건만 해도 ‘짖는 개’ 역할을 한 한 사람이 있었기에 부정이 다시 한번 걸러지는 것 아닌가!

우리나라는 대통령을 했다는 사람들마다 도깨비 방망이로 요술을 부려서 황금 보따리를 지고 나오는데 ‘중이 고기 맛을 알면 빈대도 살아남지 않는다’는 속담이 있듯이 가난했던 대통령마다 더 큰 보따리를 챙겨가지고 나오는 건 아닌지... IT 왕국, 국제 경제력 13위의 막강한 자리에 오르면서도 ‘선진국’ 소리를 못 듣는 것은 이 때문인 것 같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