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스피처 주지사, 그리고 ‘일부일처제’

2008-03-15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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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현(컬럼니스트)

엘리엇 스피처 뉴욕주지사가 결국은 사임했다. 섹스스캔들이 언론에 발표된지 4일만에 한 유망한 정치인이 퇴장하게 된 것이다.

스피처는 2006년 뉴욕주지사 선거에서 69%라는 기록적 지지율로 당선되었고, 잘만 했다면 선출직 공직자로 언젠가 대통령까지도 바라볼 수 있는 약관 48세의 정치인이다.그는 20년 전에 하버드 법대를 졸업하고 뉴욕주 검사로 맹활약 했었다. 92년도 뉴욕에 뿌리내린 마피아 갬비노 패밀리를 완전히 단속한 부장검사로서 이름을 날렸었다. 전설적인 ‘The Untouchable’-케빈 코스트너가 주연한 갱스터 워 영화-의 명예를 이었다. 98년 뉴욕 검찰총장 선거에 출마해서 당선된 후 메릴린치 부정거래 의혹 수사, 뉴욕증권거래소 의혹 등을 파헤쳐서 ‘월스트릿 보안관’이라고 불리기도 했던 전도가 양양했던 인물이다.


스피처 주지사의 사임을 보면서 미국 사회윤리, 가정관과 한국의 가정관을 비교하게 되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한국에서라면 과연 ‘그만한 일’로 공직자가 자진 사퇴를 할까? 윤리와 도덕의 기준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사회의 형성과정과 종교 문화 역사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기 때문에 간단하지 않다.

미국과 서양의 가정윤리는 ‘일부일처제(一夫一妻制)’에 기초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아직도 중동 이슬람 문화권이나 아시아 중남부지역, 아프리카, 남미지역에서는 공식 비공식적으로 ‘일부다처제’의 사회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중국과 한국도 같은 문화권으로 한 세기 전까지 왕국시대의 사회구조는 일부다처제(一夫多妻制)였다. 민주주의와 공산주의가 새로운 지배 이념으로 들어서면서 일부일처제를 법규화해서 오늘날에 이르렀지만 그 근본적으로 뿌리깊은 폐단은 아직도 남아있어서 아직도 한국의 각종 사회문제, 가정문제의 원인이 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서구 문화의 기초가 되는 ‘한 남자와 한 여자가 한 가정을 이룬다’라는 규범은 성경-The Bible-에 그 근거를 둔다. ‘창세기’에 의하면 아담과 이브가 한 가정을 이룬다. 그리고 이브가 아담의 갈비뼈로 - 머리나 발목이 아닌 -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는 질서와 더불어 동등한 평등성을 나타낸다고 설명한다.아담은 이브를 ‘뼈 중의 뼈, 살 중의 살’이라고 불렀고 이브가 선악과를 범한 이후에도 아담은 새 이브를 만들어달라고 요구하지 않고 처와 더불어 공동의 책임을 지고 고난의 길을 간다.
이것이 성경이 말하는 인류의 시작이다.

이러한 유대인과 기독교의 가정관을 채택한 사회는 안정되고, 나아가 전세계를 지배하는 힘을 구축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일부다처제의 사회에서는 끊임없는 인간관계의 분쟁이 대대로 발생하게 되어 에너지를 창의적으로 사용하기보다는 소모적으로 사용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전통적으로 일부다처제 체제였던 고대 로마제국이 기독교를 국교로 채택하게 된 이유도 일부일처제만을 고집하며 순결을 지키던 당시의 크리스천 노예들이, 그들의 순정성을 높이 평가한 로마의 귀족과 왕족의 정경부인으로 들어서게 되면서 그 자녀들이 기독교적인 생활을 하게 된 결과이다.

그 후 일부일처제는 서구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기본윤리가 되어왔으며 왕이나 대통령을 비롯한 어떠한 권력자라도 그 규범을 넘어설 수 없는 것이다. 영국의 황제 헨리 8세도 새 왕비를 들이기 위해서는 전처와 이혼을 하지 않으면 안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미국이나 서방의 유력한 정치인들에 관련한 섹스 스캔들이 탑 뉴스가 된다. 그리고 그러한 추문에 대해서는 가정의 기초를 지키고자 하는 여성 유권자들이 용서하지 않기 때문에 공직자로서 지도자로서 그 정치생명이 끝나게 되고 마는 것이다.

또한 생태학적으로 보아도 일부일처제는 자연의 법칙인 것을 알 수 있다. 남자아이를 선호하고 여아에 대한 차별과 부당한 대우는 아직도 세계적인 추세이지만 인류 전체의 남녀 비율이 지속적으로 거의 1:1로 대등한 비율을 유지하는 것은 그것이 명백히 ‘하늘의 법칙’임을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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