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희망을 쏘아라

2008-03-17 (월)
크게 작게
정춘석(뉴욕 그리스도의교회 목사)

존 우드는 10년 전 잘 나가는 비즈니스 맨이었다. 세계적인 기업제국 마이크로소프트의 중국지사 서열 2위, 촉망받는 30대 임원이었다. 고도의 효율을 자랑하는 조직을 이끌고 있었고 사세는 확장되고 있었으며 수익이 엄청나게 늘면서 연봉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었다. 눈앞은 탄탄대로였다.

어느 날, 그는 회의가 들었다. ‘인생이란 단지 이것 뿐인가’ 의심이 들었다. 단 한 권의 책이 없어 공부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책을 주는 것이 수백만 달러의 윈도우스를 파는 것보다 훨씬 가치있는 일이라는 것을 느낀 그는 사표를 냈고, 세상을 변화시키자고 마음 먹었다. 그러자 놀랍게도 그의 인생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한 사람이 희망을 쏘아올림으로 전세계 8억5,000명의 문맹 인구가 자유롭게 글을 읽고 쓰는 희망 속에 살고 있다.


존 우드는 “스타벅스가 6년 동안 500개의 매장을 열었다면 저희는 3,000개의 도서관을 지었습니다” “2010년이면 저희가 지은 도서관, 학교, 컴퓨터 교실이 1만개를 넘어섭니다” “자선사업을 하기 위해 빌 게이츠나 워렌 버핏이 될 필요는 없습니다. 안젤리나 졸리나 브레드 피트처럼 잘 생겨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데에는 생각보다 그리 큰돈이 들지 않습니다. 한 소녀에게 1년 동안 장학금을 주는데 250달러가 듭니다. 2,000달러면 도서관을 하나 세울 수 있으며, 1만달러면 학교를 하나 세울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사실 희망보다 더 크고 강력한 리더십은 없다. 희망을 만들고 희망의 씨앗을 퍼뜨리는 희망의 리더십이야말로 최고의 리더십이다. 희망보다 더 강한 동력도 없다. 희망은 다시 일어서게 만들고 막힌 곳을 뚫게 하며 앞으로 전진하게 하는 힘이다.희망보다 더 큰 보물도 없다. 페르시아 원정을 떠나는 알렉산더 대왕에게 “가장 아끼는 보물이 무엇이냐”고 한 신하가 묻자 단호하게 ‘희망!’이라고 대답했다지 않은가. 희망은 관념이 아니다. 밥이고 힘이다.

무인도에 고립된 사람이 죽는 이유는 먹을 것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희망을 상실해서다. 우리 현실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큰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희망이 있는 사람은 산다. 그러나 희망이 없으면 죽는다. 나폴레옹은 ‘비장의 무기가 아직 나에게 있다. 그것은 희망이다’라고 말했고,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서 ‘희망이 없는 것은 죄악이다’라고 말했다. 야구선수인 아들을 둔 아버지에게 아들은 경기를 매번 지는데도 왜 구경하러 오시느냐고 물었다. 그 때 아버지는 활기찬 눈빛으로 이렇게 말씀하셨다. “언제나 희망이 있기 때문이란다”희망은 가수 변진섭의 ‘희망사항’과 현재명의 ‘희망의 나라’를 노래한다고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희망은 있는가? 희망이 있는가?라는 토론으로 결정되어지는 것도 아니다. ‘내 눈에 눈물이 흐르고 있다면 그것은 희망입니다. 그 눈물로 가난과 슬픔으로 지친 이들의 아픔을 씻어낼 수 있으니까요’라는 시 구절처럼 오늘도 가슴 속에서 꿈틀거림이 있다면 희망이다. 이는 곧 삶의 의미요, 살아있는 증거가 아니겠는가!

절망 가운데서 보는 것이다. 행복하고 기쁠 때는 잊고 살지만 마음이 아플 때, 절망할 때 어느덧 곁에 와 손을 잡는다. 우리가 열심히 일하거나 간절히 원해서 생기는 게 아니다. 상처에서 새 살이 나오듯 죽은 가지에 새 순이 돋아나듯 절로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희망은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 희망은 내 속에 있던 친구처럼 모든 것을 소중히 보게 하고, 모든 사람을 사랑스러워 보이게 한다.

고국의 태안반도에 백만 명이 찾아가 봉사활동을 한 것을 멀리서 보기만 해도 내 마음은 희망으로 가득 차 있다. 희망은 또 하나의 희망을 낳기 때문이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