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랑으로 사는 인생

2008-03-1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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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숙(유스앤드 패밀리포커스 대표)

‘인생에서 사랑이 없다면’ 아마 상상이 안되는 질문일 것이다. 사람을 사람답게 살아가게 하는 생명력은 바로 사랑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의 인생에 사랑할 대상이 주어진다는 것은 곧 축복일 것이다.사람들이 남녀간에 사랑에 대단한 관심과 집착을 갖고 있는 것도, 그리고 그 사랑이 영원하길 꿈꾸는 것도 이러한 연유가 아닐까 싶다. 그러나 남녀간의 사랑이 이것을 충족시킬 수 있는가?

아니다. 목숨을 걸 것 같은 사람도 곧 시들어지고 또 다른 대상을 찾아 헤매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남녀간의 사랑을 폄하하려는 것이 아니라 사랑 중에도 가장 순간적이기도, 그리고 이기적인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생명을 소멸시키기도 하기 때문이다.그러면 우리에게 살아있는 생명력인 사랑을 끊임없이 충족시키는 것은 붉가능한가! 그렇지 않다. 우리에게 사랑의 대상은 끊임없이 우리의 삶에 주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녀를 위한 사랑, 이웃을 위한 사랑... 이 사랑이 생명력이라는 것을 알 때는 더 이상 그 사랑이 무거운 짐이거나 의무가 아니라 특권이고 권리라는 것을 알게 되며 이기적이 아니라 이타적이 된다.


그런 면에서 나는 얼마나 복이 많은 사람인지 하는 생각이 든다. 사랑의 대상이 생기면 열정을 가지고 사랑하는 나의 주위에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생명력과도 같은 세 딸들, 그리고 내가 만나는 재소자들, 그리고 청소년들. 나는 이들과 늘 사랑에 빠지며 산다. 그 사랑은 그들의 존재가치가 내게 소중하게 느껴지게 하고 그래서 간절하고도 조심스런 마음으로 나의 최고의 마음을 전하고 정성을 드리게 하는 그 시간, 시간들을 통해 나는 생명력을 부여받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런 내게 하나님이 또 다른 아름다운 사랑의 대상을 선물로 주어서 나는 그 사랑에 빠져서 사는 내가 참 즐겁다. 바로 시집간 딸이 낳은 2달 된 손주이다. 엄마같은 젊은 할머니라고 주위에서 엄청난 놀림감이 되고 있지만 할머니 소리도 싫지 않게 만드는, 내 마음을 빼앗아버린 손주가 난 그냥 사랑스럽기만 하다.유스앤드 패밀리 포커스의 상담해야 할 많은 일, 교도소 방문, 그리고 광야캠프 유스갤러리아, 세미나 그리고 7080 콘서트까지 24시간이 모자라 집에 가서도 컴퓨터, 전화로 만만치 않은 생활에 손주 보기까지 겹쳐서 제정신을 차리기가 힘들 정도이지만 나는 마냥 행복하다.밤에 두번씩 일어나는 아기를 우유 먹이고 얼르고 하다보면 잠을 설치기가 보통이고 새벽기도시간에 때로는 졸음도 간간이 찾아오고 오후 4,5시쯤 상담시간에 피로의 기운에 나른해지기도 하는 시간을 보내고 저녁에 집에 돌아오면 하루종일 시달린 딸은 이때다 싶어 엄마인 내게 아기를 안긴다. 내 피곤함은 제치고 제대로 밥도 챙겨먹지 못하고 하루종일 시달린 딸의 얼굴이 애처로워 보이는 것, 그것이 자식을 향한 엄마의 마음일 것이다. 이 사랑의 마음이 나를 또 생명으로 채우는 순간이다.

손자를 안으면 그 천사같은 얼굴을 보는 것으로 온갖 피로가 다 가시는 것 같다. 응석도, 울음소리도, 내 품에서 떨어질새라 침대에 눕히기만 하면 낑낑대는 모양도 모두가 다 사랑스럽다. 나는 이 생명력인 사랑을 느끼게 해주는 손주의 볼을 수백 수 천번도 넘게 뽀뽀를 해대는 할머니인 것이다.나는 손주를 품에 안고 ‘아! 인생은 사랑으로 살아가는 것이구나’라는 것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되새기게 한다. 생에 대한 소중함과 열정, 그리고 겸허함을 품게 하는 생명력 있는 사랑, 이 사랑을 끊임없이 공급받고 살아가게 하고저 하나님은 우리 주위에 사랑의 대상을 쭉 늘어 놓으셨다. 그 사랑에 얼마나 신실하냐 안 하느냐로 인해 생명력을 공급받느냐 아니냐는 우리의 선택이다.내 주위의 허락된 사람들에게 얼마만큼 사랑으로 반응하는가 라는 질문은 분명 충분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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