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름다운 노병들

2008-03-1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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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남(월남전 참전용사)

지난 9일 롱아일랜드 한 장의사에서 한국전쟁에서 두 다리를 잃고 평생 불편하게 살다가 세상을 떠난 한 노병의 장례식이 있었다. 가족들과 친지, 그리고 함께 동고동락했던 참전용사들이 불편한 몸으로 모두 나와 뜻깊은 고인과 마지막 송별의 정을 나누었다.

John(Jack) Loercher, 그는 1932년 9월 5일 뉴욕에서 태어났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세이빙스 뱅크에 근무하며 미래에 대한 아름다운 꿈을 계획하고 있을 때 동방의 작은 나라, 이름도 들어보지 못했던 한국 전쟁에 1952년 미 보병2사단 전투요원으로 최일선에 배치되어 공산군과 싸웠다.
혹독한 추위와 죽음의 공포를 극복하며 혁혁한 공을 세우며 휴전이 임박했던 1953년 7월 24일 한 치의 땅도 더 차지하기 위해 극렬한 전투가 시작됐을 때 적의 포탄에 맞아 양 다리를 잃었다.


3일 후 3년1개월간의 치열했던 전쟁은 휴전이 됐으며 잭(Jack)은 일본으로 후송되어 수술을 받고 다시 월터리드 미 육군병원으로 후송되었다.
한 젊은이의 모든 꿈과 양 다리를 앗아간 한국전쟁, 얼마나 비탄한 마음으로 병상의 생활을 시작하였는가.우리 동기생은 청룡부대에서 부상당해 진해 해군병원에 후송됐을 때 매일 독한 술을 마시며 비관하다가 세상을 떠났다.잭은 병원에서 평생의 반려자를 만났다.

준(June)이라는 간호원이 잭을 오랜동안 간호해 주며 위로해 주며 서로 사랑이 싹터 생의 동반자로 결혼까지 하게 됐다.잭은 뉴욕 고향으로 돌아와 옛 직장에 다시 다니며 인조 다리를 끌며 저녁에는 호프스트라대학에서 공부하며 건강한 사람 못지않게 열심히 일하며 살았다. 슬하에 1남2녀를 두고 살면서도 한번도 한국전쟁의 비극을 원망한 적이 없다고 한다. 또한 가족들도 아버지를 자랑스럽게 여기면서 부인 June 여사는 평생 남편의 다리 역할을 하며 행복한 가정에서 3남매를 잘 기르고 1999년 세상을 먼저 떠났다.잭은 은행을 정년퇴직한 후 휠체어에 몸을 싣고 공립학교 역사시간에 한국전쟁의 치열했던 전투 경험과 공산주의를 소개하는 강사로 또한 한인사회 행사에도 참여하며 우호와 동전 모으는 취미로 여생을 보내며 열심히 신앙생활 하다가 76세로 이 세상과 하직했다.

본인은 미 재향군인병원의 자원봉사자로 많은 병상의 참전용사들을 만나보는데 한국전쟁 때 부상당한 미군은 10만8,000여명에 이른다. 이들은 의료시설과 간호원들의 극진한 간호로 아직도 많이 살아있지만 불편하다는 생각보다는 전사하지 않고 살아서 고국땅을 밟아본 것을 큰 영광으로 알고 살아가고 있다.

부모는 이미 돌아가셨고 자녀들 없이 쓸쓸히 남은 여생을 홀로 보내지만 한국을 원망하는 참전용사들은 본 적이 없다.한국전쟁 때 오른 팔을 잃어버리고 우드사이드에 살고 있는 프레드(Fred)는 왼팔 하나로 뉴욕에서 택시 운전을 하며 평생을 살았다. 폐를 다쳐 인공호흡기로 사는 분, 실명한 분, 모두가 잊을 수 없는 고마운 분들이다.지난 2월 27일 한국일보에서 인천상륙작전 첫 미군 전사자 기념비를 한인이 플로리다에 세웠다는 짧은 기사를 읽었다. 로페즈 해병 중위는 1925년 8월 23일 플로리다 템파에서 태어났고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했다. 결혼 후 딸을 낳고 행복하게 살 때 한국전쟁에 참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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