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국인은 모래와 같다

2008-01-0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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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우(한인공공정책위원회 회장)

요즘은 많이 바뀌었겠지만, 어린 시절 학교에 다닐 때 많이 듣던 말이 ‘일본인은 진흙과 같아 잘 뭉치고, 한국인은 모래와 같아 잘 뭉쳐지지 않는다’ 또는 ‘중국인은 대륙 기질이 있고 한국인은 반도의 기질이 있다’는 등 대부분 우리를 비하하고 또 부정적인 시각을 갖게 하는 그런 내용들이었다.

이런 생각들이 미국에 오면서 많이 바뀌게 되었다. 알다시피 미국은 세계의 모든 민족이 모여와서 최소한의 법을 지키면 누구든지 살고 싶은대로 살 수 있는 나라이다. 그러다 보니 여러 민족들이 모여서 그 나름대로의 모습을 지키면서 이곳 저곳에서 모여서 살게 되고, 자연히 다른 민족을 접할 기회가 많아 다른 민족과 우리 민족을 비교하여 보는 기회를 얻게 된다.


비즈니스를 하면서 미국의 여러 곳을 여행할 기회가 생겨 미국내의 곳곳에 흩어져 살고 있는 한인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이 때마다 느낀 것은 한인들이 대단히 지혜롭고 현명하다는 사실이다. 언어적 장벽, 사회제도에 대한 이해 부족 등 많은 어려움이 있을텐데도 이곳 저곳에서 나름대로 다양한 사업들을 성공적으로 일구어 풍요롭게 사는 수많은 모습들을 목격할 수가 있었다.

한번은 미국 이민변호사 사무실에 근무하는 중국인 비서의 고백을 들었다. “중국인은 꿈이 작고 게으르고 배짱과 배포가 작은데 비해 한국인은 꿈과 이상이 높고 무얼 계획해도 크게 하며 배짱과 배포가 커서 매우 남자답다”는 것이다. 중국인이 중국인을 무척 아끼고 보호한다는 생각은 한국계 전자회사에 근무하면서 완전히 생각이 바뀌었다.중국인 매니저를 두고 봉급을 조금 올려주니까 중국인의 생리를 잘 아는 중국인 매니저가 한국
인 주인에게 충성하면서 봉급은 적게 주고 얼마나 중국인 기술자들을 알차게 부려먹는지 매우 인상적인 기억을 갖고 있다.

퀸즈에 중국계 프린팅회사의 주인과 친했는데 이 주인도 하는 말이 “한국인은 스마트하다”는 것이다. 중국인은 대학을 졸업하면 오직 직장을 찾는데에만 노력을 기울이는데 한국인은 대부분 사업을 열어 성공하였고 세탁소도 전에는 90% 이상을 중국인이 장악했는데 그저 손빨래만 할 줄 알았지 기계로 세탁을 할 생각은 못했는데 한국인은 미국에 오자마자 장비를 들여놓고 세탁소를 차려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는 것이다.

일본인들을 접할 기회도 여러번 있었지만 미국내에서 그들은 단결은 커녕 한국인들 단체같은 모임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가 우리를 부정적으로 비하했던 것은 한국인 스스로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 나타나는 일종의 자조 섞인 표현이지 사실 우리는 세계 속에 가장 자랑스러운 위대한 민족인 것이다.

문제는 우리 스스로가 이 사실을 인정하고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자긍심을 가지며 이를 자손들에게 이어주는데 있는 것이다. 정치학에서 민족주의를 공부해 보면 위대한 민족의 발흥은 민족의 지도자들이 자기 백성들에게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자긍심을 불어 넣어주는 데서 시작되었다고 기술하고 있다. 갈갈이 찢겨 강대국에 짓밟히던 이태리의 통일을 이룬 가리발디가 그랬고, 덴마크의 경제적 기적을 이룬 그룬트비와 달가스가 그랬다.

2008년 새해를 맞이하면서 한인사회의 새로운 과제는 코리안 아메리칸, 즉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우리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우리의 아이들에게 한국인으로서의 문화와 전통을 계승시켜 주고 미국을 이끌어 갈 자랑스런 지도자로 성장할 수 있는 사상적인 기틀을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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