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삶의 이유를 가르쳐주는 소중한 이웃들

2008-01-0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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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숙(유스 앤 패밀리포커스 대표)

2008년도 달력을 바라보며 나는 지난 한 해를 어떻게 살았는가 라는 질문을 해본다. 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들, 보고 싶은 친구들을 만나기보다는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만나며 또 한 해를 보내고 있다.

결혼해서 직장과 학교 때문에 각각 다른 곳에서 살고있는 사람들, 유난히 딸들에 대한 사랑으로 늘 같이 있고 싶고 보고싶어하는 우리 모녀는 엄마가 바쁘게 사는 연유로 서로에 대해 늘 목이 마르다. 잘 견뎌주는 딸들이 고맙기도 미안하기도 하다.그러나 나를 매일 필요로 하는 재소자들이나 마음에 상처와 아픔으로 가슴이 시린 청소년들, 절망스런 부모들은 삶의 고통과 절망과 혼란스러움으로 기본적이고도 가장 중요한 가족의 사랑과 푸근함들을 잃어버려 힘들어하는 대신 우리 딸들은 서로 보고싶어 목말라 하지만 이미 가족의 풍족한 사랑과 푸근함을 가지고 있는 자들이기에 오히려 감사를 해야하는 것이 아닌가 라는 이유와 핑계를 대며 아이들에게 늘 이해를 구한다.


서로 보고싶어하는 것을 참으며 사는 것은 오히려 축복인 것이다. 나는 내 주위에 사랑하고 살아야 할 가족들 때문에 오히려 살 소망이 없다고 생각하거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힘든 환경 때문에 절망 중에 사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이민의 삶도 만만치 않은데 남편 없이 아이들을 홀로 키우며 경제를 책임져야 하는 무거운 짐 위에 설상가상으로 사춘기에 들어선 자녀들의 방황과 갈등으로 인한 탈선으로 인해 사는 것이 사는게 아닌 것처럼 살아가는 편부모들, 이들에게 나는 내게 기댈 수 있는 나의 어깨를 잠시 빌려주는 마음으로 그들과 이웃되어 산다.

이들의 삶을 보며 나의 어떠한 형편도 조건도 감사하지 않으면 죄가 될 것 같은 늘 빚진 자 된 심정으로 살게 된다. 이것이 또한 내 삶의 은혜의 자리인 것이다.재소자들에게 한 해 한해는 매년 무정하게 그렇게 자신들을 외면하고 비웃기라도 하듯이 거침없이 지나간다. 하지만 자신들이 치루어야 하는 수감생활은 아직도 까마득하여 나갈 날을 헤어리는 것이 현실 속의 산수계산으로 답이 나오지 않는 것과 같은 절망감과 거기에 비례해 철창 바깥의 세상은 자신들을 따돌리기라도 하듯이 하루가 다르게 빠르게 변화해 마치 두려운 괴물처럼 자기들을 기다리는 것같은 불안감 속에서 하루 하루를 지내는 그들, 그래도 다행히 거기서 우리 인생의 주인인 예수를 만남으로써 변화하여 새로운 삶을 의미있게 살고있기에 그러한 염려나 불안을 이기고 살아가고 있는 재소자들을 제외한 모든 재소자들은 삶이 너무나 무섭고 공포스럽고 절망스럽게 느껴지는 것이다.

이들을 만나 그들에게 환경과 조건을 초월한 삶의 의미와 목적이 각자에게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하고 그들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알게 하려고 그들의 가까운 친구가 되어 늘 찾아간다.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자식과 사랑하는 남편을 빼앗긴 것도, 잃어버린 것도 아닌 자신의 정
신건강으로 인해 그들을 품을 수 없는 안타까운 현실 속에서 바람 앞에 가물거리는 촛불처럼 애처롭게 처절하게 삶과 전쟁을 치루듯이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연약한 엄마에게 나는 한 사람의 친구처럼 곁에 있고 싶은 마음으로 다가간다.

우리의 삶 속에서 나는 어떠한 이웃을 곁에 두고 사는가가 그 사람의 인생의 가치와 질을 만들어간다고 말할 수 있다. 내 수준과 기호에 맞는 사람들과 즐겁고 편한 삶을 살기 보다는 나를 필요로 하는 이웃들에게 나의 마음과 귀를, 나의 어깨를 빌려주며 그들의 아픔을 함께 느끼며 나누는 삶은 내가 왜 살아야 하는가를 절실하게 깨닫게 하고, 내 삶의 존재와 의미를 만들어주지 않을까? 새롭게 다가오는 한 해는 삶이 힘겨워 연약한 자들에게 다가가 우리의 손을 내밀어주는 그런 삶을 통해 삶과 인간관계가 가르쳐주는 진리에 우리의 삶을 담아보면 어떨까? 거기에 비로소 우리가 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대답, 즉 존재의 의미와 가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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