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2007년이여 아듀!

2007-12-2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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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목회학박사)

금년의 마지막 토요일이다. 토요일자로 계속 칼럼을 써 왔으니 휴가 때 안 쓴 것 빼고는 금년에도 약 50회 정도의 칼럼을 쓴 것 같다. 매번 칼럼을 쓸 때 마다 독자들에게 척박한 이민의 삶에 조금이나마 용기와 희망을 주어야겠다고 하면서도 그렇게 쓰지 못하고 넋두리로 끝나곤 할 때가 많은 것을 자인할 수밖에 없다.1997년 1월13일자로 시작된 ‘김명욱칼럼’이다. 새해의 1월13일이 곧 다가온다. 그 날은 미국정부에서 ‘한국의 날’ 혹은 ‘한인의 날’로 정하여 미주에 사는 한국 사람들에게는 축제의
날이기도 하다. 또 나 개인적으로는 칼럼을 시작한지 11년이 넘어 12년째로 접어드는 날이 되기도 한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했다. 칼럼 11년. 얼마나 많은 독자들에게 용기를 주었는지 부끄럽다.

글이란 참으로 묘하다. 또한 글쓰기보다 더 어려운 것도 드물다. 글은 글을 쓰는 사람의 사상을 반영한다. 그 글 속엔 그 사람의 사상 뿐 아니라 쓰는 사람의 철학과 집합적, 총체적 경험과 그 사람이 가진 모든 지식이 드러난다. 어떻게 잘 쓰려고 해도 글 쓰는 사람의 한계에 따라 그 글
은 그 사람의 능력과 지식과 경험을 뛰어 넘지를 못하게 된다.특히 칼럼 같은 경우는 사회의 돌아가는 모습을 반영도 해야 해 글 쓰는 사람의 판단도 들어간다. 그래서 칼럼을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어떤 길을 가게 해야 할지 인도하게 하는 길라잡이 역할도 하게 된다. 그러므로 칼럼은 합리적이고 보편적이고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 비판을 위한 비판과 모함 혹은 인신공격성 글은 금물이다.


생물학적으로 분류하면 사람, 즉 인간도 동물의 한 부류에 속한다. 그러나 인간이란 동물은 다른 동물이나 생물과 다른 점이 있다. 바로 문자인, 글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인간은 문자를 발명해 경험의 축적을 기록으로 남겨 오고 있다. 그 기록을 통해 인류는 문화와 문명을 발달시켜 왔다. 그 문화와 문명은 인간을 만물의 영장으로 우뚝 서게 했다. 성경을 포함한 팔만대장경 혹은 동서고금의 모든 책들은 다 문자로 기록돼 있다. 지금도 수많은 책들이 출판되고 있어 사람들에게 지식과 경험을 전수시켜 새로운 것을 만들게 하고 있다. 그러니 책을 읽지 않고는 좋은 글을 쓸 수 없는 게 현재의 세상이다. 신문도 마찬가지다. 신문에 나오는 새로운 뉴스들을 보지 못하고는 사람들의 대화 속에 끼어들지를 못하게 된다.

오늘을 포함해 사흘 밤만 자고 나면 무자(戊子)년, 새해가 된다. 쥐의 해다. 이제 묵은 것은 다 버리고 새해를 맞을 준비를 해야겠다. 새해에는 글들을 써보는 것도 어떨까. 신문지상에 나오는 지면들은 열려 있다. 그 지면을 이용하면 자신의 글들을 세상에 내 보낼 수 있다. 본지만 해도 오피니언 난은 주 6일 나온다. 글을 쓴다는 것이 쉽지는 않다. 그러나 자꾸 쓰다보면 제대로 된 글들이 나온다. 대개의 경우 글은 서론과 본론과 결론으로 나누어진다. 그리고 신문지상에 실리는 글은 주어진 지면에 한계가 있다. 그러므로 짧게 써야 한다. 그 짧은 글 속에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다 담아야 한다. 그러니 일관성과 논리성 및 설득력 있게 함축시켜야 한다.

말은 하고 나면 녹음이 돼 있지 않는 한 사라져 버리고 만다. 그러나 글은 영원히 남는다. 한 편 두 편의 글들이 모이다 보면 한 권의 책이 될 수도 있다. 글쓰기의 기본은 일기를 써 보는 것이다. 일기를 쓰다 보면 글쓰기의 요령이 터득된다. 매일 써야 한다. 쓸 게 없으면 일어난 일을 그대로 직접화법으로도 쓸 수 있다. 그 위에 마음을 얹으면 멋있는 글이 된다. 글쓰기 요령의 하나로 편지를 써보는 것도 좋다. 가까운 사람들, 즉 친구나 친지에게 보내는 편지부터 아주 더 가깝게는 아내와 남편에게 보내는 편지도 괜찮다. 그런데 편지지를 앞에 놓고 보면 무슨 말을 써야 할지 막막해 질 때가 있다. 또 잘못 표현하면 오해를 살 수도 있어 조심이 들어간다. 그러나 마음 닿는 대로 솔직하게 써나가면 될 것 같다.

말 한 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면, 좋은 글 한 구절은 인생을 완전히 변화시킨다. 좋은 글은 사람들로 하여금 희망을 갖게 하고 삶의 질을 높여 준다. 해를 넘기기 전, 이 해의 마지막 칼럼을 쓰면서 바라기는 독자들의 가정과 하는 일에 더 큰 축복이 임하여 새해에도 행복한 날들만이 계속되어지기를 소망해본다. 혹, 불행한 날이 온다 할지라도 꿋꿋이 이를 극복하고 씩씩하게 살아남는 이민의 한인들이 되어지기를 기원해 본다. 그리고 하루하루를 맡겨진 일과 생에 최선을 다해 삶을 살아가는 모두가 되어지기를 빌어 본다. 2007년이여 아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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