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말 버릇

2007-12-2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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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욱(뉴욕 코리안 닷 넷)

사람마다 독특한 모습들을 가지고 있다. 개성이라고 표현될 수 있는 것인데 그것이 되풀이되는 행동으로 나타나면 버릇이 된다.나에게도 몇가지의 버릇이 있다. 말을 할 때에 손으로 입을 가리는 버릇이 있다. 담배를 많이 피우던 시절에 구취가 심했었다.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면서 상대에게 구취가 전해질까봐 입을 가리고 말을 하곤 했었다. 그 버릇이 담배를 끊은지 10년도 더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지금은 아주 피곤한 날을 제외하고는 구취가 나지 않는데도 말이다.
의자에 앉아 있을 때에 늘 두 손을 양 다리 사이로 모으는 버릇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두 손을 양 무릎에 올려놓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커피건 술이건 내 앞에 놓이기만 하면 곧바로 마셔버리는 버릇이 있다. 내 앞에 놓여있는 잔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치 숙제를 하지 않고 밖에 나가서 놀고 있는 학생같은 느낌이 들곤 한다.지금은 술을 마시지 않지만, 술을 마시던 시절에는 항상 좌중에서 가장 많은 술을 마시곤 했었
다. 내 앞에 있는 잔이 채워지자마자 마셔버리고 누군가가 빈 잔을 채워놓으면 또 마셔버리고...


의사들 중에는 환자들에게 반말을 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 새파랗게 젊은 의사가 환갑이 지난 환자를 향해 “어디 아파?”라고 묻는다. 아무리 친근감을 갖게 하기 위한 표현이라 하더라도 결코 바람직한 말버릇은 아니다.나는 말을 딱딱 끊어서 하는 버릇이 있다. 하나 하나의 말에 못을 치듯이, 마치 판사가 판결문을 읽어 가듯이, 쐐기를 박듯이 그렇게 말을 한다. “김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있노라면 어떤 때는 겁이 납니다. 무섭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뭔가를 제가 잘못한 사람처럼 느껴질 때도 있
습니다. 부드럽게 말씀을 하시는 습관을 갖도록 하십시오”라고 조언해 주는 사람도 있었다.내가 아는 어떤 사람은 아주 못된 말버릇을 가지고 있다. 그 사람은 누군가를 지칭하여 말을 할 때 꼭 “걔”라는 표현을 쓴다. “걔가 그랬어?” “걔 내가 잘 알지!” 하는 식이다. 그 사람이 자기보다 10년 이상의 연장자인데도 그런 표현을 쓴다. 한 마디로 말버릇이 형편없는 몰지각한 사람이다. 이름만 대면 누구인지 금새 알 수 있는 사람이다. 제발 그 못된 버릇을 고쳐주었으면 한다.

그런 나쁜 말버릇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정말 귀감이 되는 말버릇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내가 아는 목사 한 분은 불의한 자들을 향하여는 추상같은 호령을 한다. 하지만 일반 성도들을 향하여는 항상 최고의 높임말을 사용한다. 내 부친과 동년배이고 내가 지근거리에서 모시고 있기 때문에 나에게는 하대의 표현을 사용해도 좋으련만 단 한번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 언제나 “김 집사님!” 하고 부른다. 단 한 차례도 ‘님’자를 빼고 나를 부른 적이 없다. 그런 목사님이니, 나는 나대로 더욱 더 조심하여 모시게 된다.말버릇은 자기 인격의 표현이다. 공손한 말씨, 바른 말버릇을 갖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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