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깨어있는 눈과 귀

2007-12-27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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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수필가)

어려운 대선이 끝났다. 그런데 나는 웬지 누군가에게 박수가 보내고 싶었다. 그건 다름아닌 내 좁은 소견으로 우리나라 국민이 이젠 수준 높은 안목과 시각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그 옛날에도 그랬다. 총칼에, 매연 연기 속에서도 나는 그런 통쾌함을 맛보았다. 젊은 청년들의
혈기에 박수를 보낸 것이 아니다. 쌓여있던 분노가 한꺼번에 터지며 새파랗게 젊은 학생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왔고 울분을 폭발했다. 그리고 정권이 바뀌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의 원칙인 국민은 국민으로서의 권리를 찾아 나갔기 때문이다.

알렉산더의 반칙이라는 명언에 이런 글이 쓰여있다. 마케도니아 태생인 알렉산더는 그리스에서 인더스강까지 이르는 대제국을 건설하고 헤레니즘 문화를 꽃피웠다고 하는데 그는 열 두살 때부터 3년간 철학자인 아리스토텔레스로부터 교육을 받았고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고르디온이라는 곳의 신전 기둥에 밧줄에 묶인 수레를 푸는데 도전을 했다. 그 당시 밧줄의 매듭을 푸는 사람은 아시아를 지배한다는 예언이 전해오고 있었다. 결국 알렉산더는 매듭을 풀어보았지만 도저히 안되자 칼로 그 매듭을 쳐서 밧줄을 풀었다. 그러자 하늘에서 번개가 번쩍이며 벼락치는 소리가 났다고 한다.그 뿐만이 아니다.


강철왕 카네기도 그 수법을 이용했는지 신입사원을 뽑을 때 문제집에서 밧줄로 묶은 짐을 빨리 푸는 사람을 합격시키겠다고 했다고 한다. 그런데 꼼꼼하게 풀은 사람은 불합격시키고 칼로 싹둑 잘라서 끈을 들고 온 사람을 오히려 합격시켰다고 한다. 그렇듯 카네기도 시간 절약의 측면 말고도 발상의 전환을 빨리 깨달아 대응책을 간구, 즉 현명한 지혜를 가진 사람을 뽑은 셈이다.그렇게 생각하면 미국대통령 중에 그런 사람이 많았다고 할 수 있었다. 그래서 국민들은 살기 바쁜데 궂이 남의 나라에 물건과 돈을 쏟아 붓고도 모자라 멀쩡한 자식을 전쟁터에서 죽게 하는 지도자를 미워했지만 눈치를 보거나 어느쪽의 의견도 듣지 않고 정의와 비전을 위해 밀고
나갔기에 지금의 세계 평화를 유지시키는 초석을 만들어 나갔다.

그와 같이 대를 위해 소를 희생시키는 용기와 추진력이 지금의 결과를 빚었듯이 지금 우리나라도 한 지도자의 현명한 추진력과 강한 의지로 월등히 우리나라를 성장시키고도 부러움을 살 정도가 됨을 터키, 그리스, 태국 등을 여행하면서 느낄 수가 있었다.그렇다고 오만하거나 잘난 척해서도 안된다. 실속은 어떻든 겉보기에는 그래도 지혜있고 추진력이 강한 우리 민족임을 미국에서도 볼 수 있다. 탁상공론에 국민의 눈치나 보고 친절하게 등이나 긁어주는 지도가 훌륭한 지도자가 아니다. 비록 냉정하고 정 떨어지는 행동을 해도 나라의 백년대계를 위해 노력하는 지도자는 물론 자신의 안일을 위해 달콤한 말만 늘어놓는 자를 멀리하는 자가 진정한 지도자일 것이다. 좀 더 확실히 하자면 지도자를 가까이 하는 측근자도 국민이 뽑아야 오랜 집권의 야망을 버리는 그런 정치가 될 듯 싶다.

이제 국민이 할 일은 모든 책임을 지도자에게만 맡기지 말고 스스로 뽑아놓은 지도자에게 존경심을 보이는 것은 물론 지도자가 잘 할 수 있도록 밀어주고 지켜보아주는 일도 국민이 할 일이다. 그리고 지도자에게 내 지역만을 위해, 또는 나와 연관되는 모든 일가친척을 위해 힘쓰는 옹졸하고도 치졸한 지도자로 만들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인내하는 것도 국민들이 하여야 할 책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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