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진실된 대통령을 기대하며

2007-12-1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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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논설위원)

오늘은 대한민국의 제 17대 대통령이 결정된 희망차고 가슴 벅찬 날이다. 그러나 대선 이틀 전TV에서 방영된 광경은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한국정치의 혼탁한 측면을 너무나 생생하게 보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BBK관련 특검법 통과를 놓고 국회의원들이 서로 뜻을 관철시키기 위해 몸싸움을 벌이는 광경은 기가 막히다 못해 너무나 부끄럽다. 이것이 우리가 사랑하는 조국정치의 현실인가?

한국은 법치국가이다. 그런데 어째서 소위 국민을 대표한다는 국회의원들이 이렇게 까지 해야 하나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무슨 의제가 있으면 옳으냐, 그르냐, 혹은 합법이냐 불법이냐를 가지고 풀어나가야지 그렇지 않고 국회가 무슨 깡패집단이라고 서로 주먹질을 하고 욕하고 싸움질을 하는지 모르겠다. 마치 옛날에 명동 파요, 종로 파요 하듯이 한나라당은 명동파고, 신당은 종로파인가. 그런 식으로 그 신성한 국회에서 쇠사슬을 동원하고 난리법석을 부리다니… 이것은 세계 어느 나라의 의전역사에도 없는 일이다. 초등학교 반상회를 해도 이런 짓은 하지 않는다. 막무가내 식 깡패집단이라 하여도 이런 식으로는 않을 것이다. 이러한 행위를 국회의원이라고 봐줘야 되나? 이건 정말 양복만 입은 사람들이지 깡패만도 못한 사람들이다. 어디 국회에서 주먹질이고 쇠사슬을 동원하고 고함치며 야단들인가.


“한국은 정치인들만 좀 잘해주면 걱정할 게 없는 나라인데...” 하며 우려하던 한인들의 소리가 조금도 틀리지 않음을 이번 기회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정치인들이 국민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정치인들을 걱정하는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이를 보고 국민들은 대체 무얼 하고 있는가? 무엇이 국민들을 이렇게 무감각하게 만들었는가?

나라의 부정부패를 바로 잡겠다고 시민들이 혁명을 일으키고 그 옛날 민주당이 용공정책 비슷한 걸 내놓자 박정희 대통령이 혁명을 일으켜 바로 잡던 그 끓는 피는 다 어디 갔는가. 부정으로 재산을 축적하고서도 깨끗하다 거짓말을 하다가 들통 나면 대국민 사과 한번만 하면 그걸로 죄가 무마되는 그런 광경을 보면서도 국민들은 왜 그렇게 침묵하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 어쨌든 누가 이번에 대통령이 됐든, 안됐든 이렇게 온 나라를 시끄럽게 만든 진원지의 배경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

이번 대선의 후유증이 심각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특검법을 실시하다 보면 나라의 공백이 생길 수도 있을 것이고, 경제정책은 물론, 나라의 모든 정책이 방향감각을 잃을 수도 있을 것이며 전 세계 앞에 한국이라는 나라는 엄청난 수치심과 모멸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때맞추어 시커먼 오일이 태안반도를 다 오염시키고 집어삼키는데 이 시커먼 오일이 무엇과 같은가.

거짓말을 밥 먹듯 하고 부정으로 축재하고 한 사람들과 같은 것이다. 불행히도 이번 선거에는 그 것을 먹고 살겠다고 참 가난한 사람들, 참 하루살기 어려운 서민들이 바가지를 들고 어떤 사람은 내복을 벗어서까지 기름을 걷어내고 이제는 그 서민의 살아야겠다는 그 집념으로 오일을 닦아내고 그 힘으로 거짓말을 하고 부정으로 축재한 그런 사람도 후보로 나왔었다. 이제는 기름 닦는 그 처참한 서민의 마음으로 거짓말하고 부정으로 축재한 지도자가 있으면 그가 대통령이든, 국회의원이든 깨끗이 닦아내야 한다. 그들은 서해 태안반도를 뒤덮은 그 시커먼 오일이나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살아야겠다고 몸부림치는 서민들의 처량한 얼굴만 왠지 눈에 크게 보인다. 우리나라,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진통 속에서 이제 대한민국에 새 대통령이 선출되었다. 조국이 좀 더 투명하고 깨끗한 사회가 되기를 희망한다. 대통령을 비롯한 모든 공직자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책무가 조국과 민족이 위탁한 일이라는 공적인 책임감을 우선시해 시비가 없도록 정직하게 직무를 수행하는 전통을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지도자의 훌륭한 정책과 실천으로 우리의 조국 대한민국이 가정과 교육, 사회와 복지, 비즈니스 환경 등 모든 분야에서 살기 좋은 나라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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