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상실의 삶을 사는 사람들

2007-12-15 (토)
크게 작게
김윤태(시인)

나이가 꽤 들었으면서도 내면의 정열과 열정을 가지고 살았던 괴테는 어느 날 자기의 나이를 새삼스럽게 발견하고는 ‘상실의 삶’이란 말을 내놓고 머리를 떨구었다. 나이 60대, 환갑을 지나면 누구나 상실의 길로 접어든다. 색깔 파란 나뭇잎새가 주위에 무성해도 스님의 무릎만 힘
없이 서걱서걱 뚜드리면서 끌려가는 회색의 장삼자락 같은 것이 노년의 삶이다.가지고 있던 것을 하나씩 하나씩 떨구며 가는 노년의 삶, 건강도 떨구고, 하던 일도 떨구고, 친구도 떨구고, 돈도 떨구고, 꿈도 떨군다. 나이 든 사람들에게 찾아오는 상실이다.

길게 뻗어있는 노을, 넓게 펼쳐져 있는 있는 노을, 하룻길 나들이에 가장 아름다워지는 저녁의 노을, 저무는 때에 오히려 풍요롭게 보여주는 저 색깔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황혼이 보여주는 저 풍요로움, 노을의 색깔이 보여주는 황혼은 진하고 진실하다.노인이 되면 거추장스러운 꿈은 거의 다 떨구어 버리지만 한가지 꿈만은 버리지 않는다. 내세에 대한 소망이다. 그 꿈은 날이 갈수록 더 진해지고 그 꿈 앞에서는 그 소망이 더욱 진실해 진다. 내세에 대한 꿈의 실현은 시끄러운 말 대신 신앙에서 오는 조용한 깊은 믿음과 인생의 가치관에 대한 평온한 명상이다. 신앙이 없으면 목적지가 없고, 명상하지 않으면 길이 닦여지지 않는다.


노인에게 찾아오는 소외감과 고독은 노인들을 무기력하게 만든다. 그들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은 친구들이다. 젊어서야 자신감과 욕망, 그리고 이루고자 하는 진취력이 친구였으나 그 때문에 친구를 만들지 못하였다면 지금부터라도 친구를 만드는 것이 좋다. 친구를 만드는 데에는 시간
을 써야 하고, 정성을 들여야 하고, 항상 관심을 가져야 한다. “네가 나를 모르는데 내가 너를 알겠느냐?” 하는 노랫말이 있는 것처럼 내가 관심을 가져야 저 쪽에서도 나에게 관심을 갖는다.

친구를 만드는 데에는 돈이 든다. 큰 돈이 아니라 작은 돈, 차 한잔이라도 내가 산다면 친구 만들기에 부드럽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대접받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노인들에게는 건강이 좋아도 대개 일거리를 주지 않으려 하지만 그래도 적극적으로 일을 찾아야 한다. 만약에 노인들에
게 주어진 일이 있다면 노인들은 주어진 일에 정성을 다한다는 걸 사람들이 모르기 때문에 기피하는지도 모른다. 죽기 전까지 일거리를 찾아라! 그리고 주어진 그 일에 정성을 다 한다면 젊은사람들이 오히려 감동한다. 일이란 활력이고 자신감이다. “내 나이에 뭘… “ 하지 말고 일
앞에 적극적이어야 한다.

노인이 되면 수입이 거의 소강상태가 된다. 그러나 가진 것이 적어도 돈 앞에서 당당해야 한다. 노인이 될수록 돈에 욕심을 부리거나 돈벌이에 연연하기보다는 있는 돈은 조금이라도 써야 한다. 자손들과 외식을 하더라도 꾸물대지 말고 선뜻 돈을 쓸 줄 알아야 노인으로서가 아니라 젊음으로서의 활기를 맛보며 가족들 앞에 당당해 진다.

노인들에게 있어서의 건강이란 무엇보다 중요하다. 건강이란 건강할 때 지키고 보듬어야 하는데 젊었을 때 그것을 알고 지키는 사람이 그리 많은가! 건강은 지키고자 하는 자에게만 지켜지는 것이고 건강을 되찾고자 하는 사람에게만 찾아지는 것이다. 회비가 한달에 사,오십 달러면 수 십가지 운동기계를 이용하면서 운동도 하고 수영도 하며 샤워도 할 수 있는 YMCA에는 그 외에도 여러가지 건강 프로그램이 많다. 미국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일본사람이나 중국사람들은 눈에 많이 띄는데 한국사람은 좀처럼 볼 수가 없다.

풍요로운 노을처럼 풍요로운 노년을 만드는 데에 눈을 뜨고 움직이면 건강할 수 있는 길은 아주 가까운 곳에 있다는 걸 발견할 수 있다. 몸과 마음이 건강하지 않으면 버림을 받는 세상, 허리 통증에 시달리며 꼼짝 못하던 내가 병원 치료는 물론이고 나의 회계사의 권유대로 수영과 운동을 겸해서 하니 점점 나아지는 것 같다. 버림받기 싫어서이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