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황해바다를 살려야 한다

2007-12-1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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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영(주필)

충남 태안군 앞바다의 기름 유출 사고로 이 지역 사람들이 연말에 시름에 빠져 있다. 지난 7일 만리포 서북쪽 10km 해상에서 대형 유조선과 부선이 충돌하여 원유 1만500톤이 유출된 이번 사고는 한국에서 발생한 가장 큰 기름 오염 사고라고 한다. 검은 기름띠가 태안반도 해안 뿐만 아니라 안면도까지 번져 피해 규모가 엄청나다는 것이다.

이 해역은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청정해역이다. 연안 곳곳에 양식장과 갯벌, 철새 도래지, 유명 해수욕장이 줄지어 있다. 검은 기름이 밀려오면서 자연환경이 모두 훼손되어 어민들은 생계 걱정에 넋을 잃고 있고 앞으로 생태계의 변화가 우려된다. 아름다운 청정해역이 인재에 의해 죽음의 바다로 변모한 것이다.기름 오염의 확산을 막고 피해를 줄이기 위해 군관민과 자원봉사자들이 오일펜스를 치고 처리제를 뿌리고 기름 회수기와 흡착포로 기름을 걷어내고 있지만 기름띠는 북서풍을 타고 계속 번져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미처 제거되지 않은 기름덩어리가 바다 밑에 가라앉아 또다시 바다를 오염시킬 것이고 바다에 떠있는 기름이 증발하면 대기를 오염시킨다는 것이다. 오염된 해안을 복구하는데 수 년 내지 수 십년이 소요된다고 한다.


유조선 한 척에서 기름이 일부 유출되었는데 이렇게 피해가 큰 현대에는 바다 오염이 큰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불과 몇 백년 전만 해도 세계의 바다에는 범선 몇 척이 다니는데 불과했으나 지금은 기름을 실었거나 기름연료를 쓰는 대형 선박이 수없이 떠다니고 있다. 또 공업화로 인해 발생한 오염물질이 강으로 흘러 모두 바다로 모여들고 있다. 그래서 바다 오염으로 수자원이 고갈되고 생태계 파괴로 인한 기후 변화까지 초래하고 있다. 세계적 휴양지의 하나였던 러시아 남단의 얄타가 흑해의 선박 운행이 늘어나면서 오염되어 이제는 휴양지 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바다 오염은 특히 육지에서 씻겨 내려온 각종 오염물질 때문에 악화된다. 과거에는 강물에 씻겨온 모래와 흙만 바다 속에 퇴적하였기 때문에 아무런 피해가 없었다. 그러나 공업화로 인해 각종 공장의 폐수, 화학물질과 방사능 물질, 생활 쓰레기와 산업쓰레기, 농약 성분과 중금속 등이 바다로 흘러들어 오염시키고 있다. 그래서 지난 1972년 스톡홀름에서 제 1회 유엔환경회의를 가진 이후 유엔 차원에서 바다오염 방지를 위한 노력을 해오고 있다.

그런데 바다 오염 중에서도 가장 문제가 심각한 곳이 황해이다. 황해를 둘러싸고 있는 지역이 세계에서 가장 큰 공장지대이기 때문이다. 세계의 공장이라고 하는 중국의 공업이 요동반도와 발해만, 산동반도, 상해에 이르는 황해 연안에 집결되어 있다. 한국의 서해안도 공업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따라서 황해는 중국, 한국, 일본의 선박이 쉴 새 없이 다니는 해상교통의 체증지역인 셈이다.더욱이 황해는 데드앤드의 골목에 있는 준 내해와 같은 작은 바다이다.

황해는 중국의 황하, 해하, 회하에서 황토를 포함한 황색의 혼탁물질이 흘러들어 바닷물을 누렇게 흐려놓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중국에서 황색의 혼탁물질과 함께 오염물질이 쏟아져 들어온다면 매우 심각한 상황이 발생한다. 수심마저 20~80미터로 매우 낮고 해류의 흐름도 약한 황해는 오염물질을 다른 바다로 흘려보낼 수도 없기 때문에 그야말로 죽음의 바다로 변할 수밖에 없다.

한국은 매년 4~5월에 중국 북부의 황토지대에서 편서풍을 타고 날아오는 황사 때문에 고통을 받는다. 이 편서풍이 중국 공업지대의 대기오염을 싣고 온다면 한국은 공해문제로 크게 시달리게 될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중국의 강물이 공해물질을 황해바다로 흘려보내면 황해바다가 황폐화 되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인공위성이 촬영한 사진을 보면 한국의 동해는 맑은 물인데 반해 황해는 시커멓게 세계에서 가장 오염된 바다의 한 곳으로 나타나 있다. 중국이 황해의 오염방지책을 제대로 강구하지 않는다면 중국의 공업이 발달할수록 한국의 삼천리 금수강산은 사람이 살 수 없는 황무지로 변하게 될 것이다.

중국에게는 황해가 작은 바다이지만 한국은 황해에 사활이 걸려 있다. 이번 유조선의 기름 유출 사고는 바다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주었다. 이번 사고가 잘 수습될 뿐 아니라 이를 계기로 정부와 민간 차원에서 황해 살리기 운동에 힘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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