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삼인성호(三人成虎)

2007-12-1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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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일(우정공무원)

진실과 진실왜곡 간의 다툼은 인류의 언어생활과 동시에 시작됐다. 창조시대인 에덴동산의 아담과 이브 앞에 사악한 동물이 나타나 창조주와 같은 혜안(慧眼)을 갖게 되고 영원히 죽지 않는다는 속임수(거짓말)에 현혹되어 따먹은 선악과 때문에 동산에서 쫓겨나고 불행한 인간생활의 시발점이 된 것은 비 기독교인들도 들어서 다 아는 내용이다.
중국 전국시대(기원 전 403~221년) 위나라 기록에 삼인성호(三人成虎 또는 三人言成虎)란 고사성어가 있는데 이는 ‘세 사람의 호랑이 이야기’이다.

위나라 혜왕과 신임이 두터웠던 최측근 신하 방총간의 대화다. 방총 신하가 태자 일행과 함께 조나라 한단에 인질로 떠나기 직전 혜왕을 배알하고 하직인사를 올리면서 청컨대 “왕이시여, 어떤 사람이 저잣거리(시장)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아뢰면 믿으시겠습니까?” 왕의 대답이 “대명천지에 누가 그 말을 믿겠는가?” 하면서 일언지하 부정하니 “그러면 두 사람이 차례로 똑같이 호랑이가 나왔다고 한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왕은 잠시 생각하더니 “의심해 볼 것 같소” “그러면 세 사람이 차례로 같은 소리를 하면 그 때는 어찌 하시겠습니까?” 물으니 “그렇다면 아마 믿을 것이요” 하는 대답을 듣고는 방총은 더 이상 묻기를 멈추고 본심을 아뢰었다.


“전하, 지금 저잣거리에 호랑이가 나올 수 없는 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그러나 세 사람이 같은 말을 한다면 사실이 아닌데도 사실이 됩니다. 위나라 양을 떠나 머나먼 조나라 한단으로 태자를 모시고 떠납니다. 인질로 가있는 동안 소신을 참언하는 자가 많을 것이온대 원컨대 밝게 정사를 살피소서” 하고 아뢰니 왕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공은 조금도 염려하지 말고 안심하라” 하면서 태자 일행을 잘 보살피라고까지 부탁했다. 그러나 그 후 사상을 달리한 주위 신하들로 시기, 질투가 반복되자 불행히도 믿던 신하를 의심, 그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한다.

언론매체에서 떠들어대면 생사람이 간첩도 되고 빨갱이도 되어 풍비박산되고 소생하기 어려웠던 사례들을 수없이 보아온 터라 금번 대선에 특정지역의 지지를 얻고 있는 모 후보는 역대 대선 후보들에서조차 보지 못한 중증보다 더한 부도덕한 정치인으로 평범한 사람들이라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불법과 탈법, 탈세 의혹 등으로 점철되고 천문학적 재산을 가진 후보가 스스로 재벌들에 비교하면 생활보호자 수준이라고 한 것은 서민들에 탈진감을 주고 낙담까지 주는 일이 아닐 수 없다.그 뿐인가. 절대다수 국민이 꿈도 꾸지 못할 재산을 갖는 것도 모자라 자신의 회사에 자식들을
위장 취업시켜 월급을 준 것처럼 돈을 빼돌려 탈세까지 했던 사람이 과연 후보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사실이 밝혀지자 며칠 후 4,200만원 소득세 납부).

거짓말에 귀를 기울이다 에덴동산을 쫓겨났던 창세의 일화를 보거나 쫄쫄 소리내며 흐르는 실개천과 같이 사려 깊지 못하고 올바른 판단력이 없었던 위나라 혜왕처럼 도덕불감증에 있는 일부 국민들에 간곡히 호소 한다. 지연, 학연 등에 연연하지 말고 현명한 이성을 되찾아 국가 장래와 자라는 후세들을 위해 품격과 도덕성을 지닌 정직한 후보를 대통령에 내세워 국제적으로도 부끄럼 없이 민족의 기개를 펼치는 역사를 창조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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