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따스한 마음이 그리운 우리의 이웃들

2007-12-1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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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숙(유스 앤 패밀리 포커스 대표)

집으로 가는 내리막으로 차를 몰며 눈에 간간히 덮힌 왼편의 강을 습관적으로 본다. 거기에 강이 있는지를 꼭 확인이라도 하듯이 늘 그 강변을 운전하며 쳐다보는 습관이 있는데 별안간 시야가 환한 것 같다.

강 건너의 듬성듬성 있는 집들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며 나를 새롭게 하며 생소하게까지 한다. 그동안 강 양쪽으로 빼곡히 들어선 나무들로 인한 무성한 잎으로 100피트 정도의 넓이를 가진 강을 건너 뒷마당을 널직하게 배경으로 자리잡은 맞은편 집들을 하나도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 무성한 잎이 다 떨어지고 나뭇가지만을 달고 있는 모습이기에 맞은편 시야가 훤히 다 드러나며 강 건너 이웃이 가깝고 정겹게, 그렇게 새로운 따스함으로 내 눈에 들어오게 된 것이다.


순간 나는 생각해 본다. 우리의 삶에서도 이러한 상황과 모습들이 있지는 않은지… 나무에 달린 무성한 잎으로 인해서 그렇게 가깝고 훤하게 보여 정겨움까지도 느끼게 하는 이웃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던 것처럼 우리의 삶에서도 우리의 가진 것이, 그리고 이유와 핑계가 치렁치렁 많아 가까운 이웃의 모습이, 아니 어렵고 힘든 이웃들의 모습들이 우리의 시야에 전혀 들어오지 않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우리의 마음 어느 한 귀퉁이에도 그러한 마음 씀씀이와 배려가 존재할 수 없게 하는 것은 아닌지…?

애쓰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소외된 힘들고 어려운 이웃들, 힘써 노력하지 않으면 그들에 대한 배려나 삶의 나눔이 불가능한 우리들의 이기적인 삶, 바로 이것이 우리 모두의 삶의 모습일 수 있다.특히 이렇게 살갗을 스치는 바람이 차게 느껴지는 12월이 되면 그런 어려운 이웃들의 더욱 추워진 마음과 그들의 삶의 모습에 한기가 더 느껴지는 듯 하다.내가 가진 것이 많아 없는 자, 소외된 자에게 마음이 쓰여지지 않고 보여지지 않는다면 그 가진 것이 그 사람의 인생의 가치와 의미를 깎아버리는 도구가 됐을 뿐이다.

나의 위치가 그럴 듯하게 높고 격이 달라 소외되고 아픈 이웃들을 느낄 수 없게 했다면 그 자리는 또한 인생에서 자랑하고 내세울 것이 못되는 부끄럽고 부족한 자리이다.부자가 부자가 되지 말라는 것이 아니며 높은 지위나 직책을 깎아내리는 것이 아니라 나무가 나무이지만 모든 잎을 벗어버린 겸손함을 가진 것처럼 우리의 삶에서도 겸손한 자세와 마음을 가진다면 우리의 마음에, 우리의 시야에 힘들고 고독한 이웃들이 다가올 것이다. 아니 내가 다가가고 싶을 것이다.

연말연시에만 연중행사처럼 치뤄버려야 하는 의무적인 ‘선’이 되는 그런 정도의 의식이 아니라 진실한 마음을 나누는 우리의 삶의 일부분으로서 자리를 잡게 하는 성숙한 의식을 가져보는 것이 어떨까? 멀리 있는 우리의 이웃들은 물론, 소외되어 힘들고 남모르게 고통받으며 말 못하고 끙끙 가슴앓이를 하는 우리들의 가까운 이웃은 우리가 애써 찾아가지 않아도 한인사회의 도처에 있다. 아니 한인사회는 차치하고라도 내가 다니는 교회, 내 자녀들의 학부형, 가정들 중에 너무나 많이 있다.

우리의 마음과 눈이 따스히 열려있는지 없는지 그들은 민감하게 느끼기에 “전혀 몰랐어요. 말을 안해서”는 이유가 안된다. 그들의 힘든 마음과 절박한 형편을 기대고픈 마음에 진정한 마음으로 열려있는 따스한 사람에게는 다가가고 마음을 여는 경우는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교회 안에서도 사업이나 부부관계, 혹 자녀들 때문에 어딘가 근심 띤 모습이 보이는, 웬지 의기소침해 보이는, 뭔가 힘들어 보이는 그런 가정과 이웃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 진실하고 따스한 마음으로 다가가 보면 어떨까?

연말이 되어 자극되어진 선한 마음이 내 삶에 일부분이 되어 가까운 이웃들을 챙기는 삶으로 연결된다면 소리없이 쌓이는 탐스런 하얀 눈처럼 사랑과 평화와 기쁨을 동반한 삶의 가치와 의미들이 우리들의 삶에 새록새록 만들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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