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눈물의 미학

2007-12-11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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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일(전 MBC 아나운서)

눈물이란 정신적 부담을 털어내는 감정의 분화구다. 더할 나위 없는 기쁨과 감격에도 눈물을 쏟아내고 온갖 슬픔들도 결국 눈물로 씻겨내는 걸 보면 눈물은 인생을 위로하는 청량제와 같은 구실을 톡톡히 해낸다. 슬플 때 울고 기쁠 때 울고 감격해서 우는 눈물은 슬픔의 언어이면서 감동의 언어인 것이다.

눈물에는 그만한 사연과 애환이 있고 곡절과 까닭이 있는 법이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우는 것은 아직도 사랑을 버릴 수 없다는 뜻이요, 돌아서서 혼자 흐느끼는 것은 서러워서 우는 것이다.남몰래 흘리는 눈물은 아직도 미련이 남아있기 때문이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건 벅찬 감동을 주체할 수 없어서 그렇다.


한숨 섞인 눈물에는 풀지 못한 업보에 한이 맺혀있기 때문이요, 인간승리의 설움많은 울음에는 눈물 속에 거짓이 없다. 눈물이 아름다운 것은 그 자체가 인간 본성이기 때문이리라.우리 민족은 벅찬 감격으로 눈물을 쏟아낼 지언정 이별과 슬픔 앞에서도 끝까지 눈물을 아낀다.

서정시인 김소월의 ‘진달래꽃’을 보자.
나 보기가 역겨워/가실 때에는/말 없이 고이 보내드리오리다//영변의 약산/진달래 꽃/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가시는 걸음 걸음/놓인 그 꽃을/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나 보기가 역겨워/가실 때에는/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마지막 보루인 눈물을 끝까지 지키며 가슴속에 한을 품어온 탓인지 우리에게는 못다 울어버린 눈물샘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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