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책 중의 책

2007-12-08 (토)
크게 작게
이성철(목사,수필가)

만일 인간세상에 글이 없었다면 어찌 되었을까? 인간의 생각과 사상을 소리없이 나타내 표현하고 교환하고 멀리 있는 사람에게와 후대에 전해줄 문자가 없었다면 인간의 생활양태는 답답하기 그지없었을 것이다.

해마다 ‘독서주간’을 설정하여 책 읽기를 널리 권장하는 것은 책 속에서 우리의 정신적인 양식과 기술적인 지식을 얻게 하려는 목적 외에 다른 한편으로는 언어와 문자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게 하려는 의미도 있다고 본다. 책이 너무나 많다 보니까 책 중에는 나쁜 영향을 끼치는 악서들도 있지만 바쁜 생활속에서도 틈틈이 시간을 할애하여 양서들을 잘 골라 읽으므로서 정신을 살찌우고 생활을 윤택하게 함이 문화인의 특권이라 생각한다.
사람이 일생동안 읽어야 할 책이 얼마나 될까? 그 또한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 인생의 조건에 맞추어서 가장 유익하고 필요한 책들을 선별하여 읽는 것이 일반적인 독서의 방법이요, 상식이라 생각한다. 다 같은 책일지라도 그 유익성이 모든 사람에게 동일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도 그 많은 책들 중에서 모든 사람에게 공통적으로 유익하고 좋은 책이란 어떤 것일까?


사람마다 집집마다 소장하고 있는 책들 중에는 가장 귀중하다고 여겨지는 책이 있을 것이다. 그 책의 값과 역사성과 전통성을 따져서 귀중한 책이라 할 수 있겠으나 책의 진정한 가치성은 그러한 차원이 아니라 동서고금을 망라해서 남녀노유 빈부귀천 유무식 간에 그 누구에게나 꼭같이 유익을 줄 수 있는 책이라면 가히 이 세상에서 가장 귀중한 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같은 책을 내가 가지고 있다면 나는 그런대로 행복한 사람이 아니겠는가? 과연 그 책이 무슨 책일까?

개신교에서는 거의 모든 교회가 12월 둘째 주일을 ‘성서주일’로 지키고 있다. 구세주의 탄생을 고대하는 ‘대강절(Advent)’어간에 ‘성서주일’이 들어있다는 것은 뜻깊은 일이다.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신 그리스도가 육신을 입으시고 인간세계에 하강하심이 성탄절인데 그 생명의 말씀이 인간의 문자로 기록된 것이 성서인 것이다.성서를 구약과 신약으로 2대별 하거니와, 구약은 오실 메시야에 대한 예언의 말씀이요, 신약은 오신 그리스도의 사역에 관한 이야기로 기록돼 있다. 성서가 이 세상 책들 중에서 가장 귀중한 책이라 함은 이 책이 번역된 방언의 수나, 출판 부수의 실적이나, 매상고를 가지고 그 가치 규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 성서의 내용과 성서를 읽는 사람들에게 끼치는 생명력 때문에 가히 ‘책 중의 왕자’라 할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세상에선 해마다 ‘베스트 셀러’를 정하는 일에서 성서를 제외시키고 있다. 만일 성서도 책이기 때문에 다른 책들과 같은 차원에서 다룰 것 같으면 성서를 능가할 책이 없기 때문인 것이다.성서는 시간적으로는 우주 창조 때부터 그 종말에 이르기까지의 역사적 정황을 다루고 있으며 공간적으로는 창조주와 피조물 간의 종적인 대화이기 때문에 성질상 횡적으로는 전세계 인류에게 두루 퍼져야 할 보편성을 지니고 있다.

성서는 단순히 활자의 조판이나 사실의 나열이나 이론의 전개나 지식의 수록에 그치지 않고, 살아있는 생명의 말씀으로 역사하는 책이기 때문에 이 책이 생겨난 이래로 오늘에 이르기까지 이 책을 읽는 모든 독자들을 완전히 변화시켜 놓았다는 점에서 성서는 ‘기독교의 경전’이라는 한계를 초월해서 세상 모든 사람들의 필독서로서 가히 ‘책 중의 책’이라 할 것이다.

성서는 허무주의자들에게는 삶의 올바른 의미를, 방탕자들에게는 인생의 지표를, 신음하는 영혼에게는 천사의 노래를, 무신론자들에게는 살아계신 하나님을 보여주었으니 이 책 한권으로 인해서 폭력은 봉사로, 증오는 사랑으로, 독선은 협조로, 교만은 겸손으로, 절망은 소망으로, 암담은 광명으로, 그리고 죄인은 의인으로 변화되어 왔음을 어느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성경책 한권 쯤은 가정의 서가에 꽂혀있음이 오늘날 문화인의 기본이라 생각하는 바이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