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바람 녹이는 훈훈한 미담들

2007-12-06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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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오(우드사이드)

올해도 어김없이 이곳 한인사회의 훈훈한 미담들이 각 언론을 장식하며 차디찬 겨울날씨를 따뜻하게 느끼게 해주고 있다.
금년도 여늬 해와 다름없이 불우한 우리 이웃은 물론 타민족에게까지 온정을 베풀어 많은 갈채를 받고 있다. 실예로 ‘림즈 코퍼레이션’의 임인기 대표는 올해로 5년째 팰리세이즈 팍 타운 경찰과 소방관 등 공무원들에게, 그리고 팰팍에 있는 노인아파트를 방문하여 사랑의 터키를 전달해 오고 있는데 현재까지 1,400여 마리의 터키와 수 십 상자의 과일을 전달해 오고 있다고 한다. 진정 추위를 녹이는 훈훈하고도 따뜻한 봉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어디 그 뿐인가. 북부 뉴저지에 있는 늘푸른장로교회(담임목사 조항석)에서는 지난달 27일 뉴저지 한인상록회(회장 배기현)가 운영하고 있는 비상식량센터를 방문, 백미 100포대(20파운드)와 라면 50상자를 전달했다고 한다.또 뉴저지 한인상록회 상임고문(최용준)이 연말 불우이웃돕기 비상식량 마련 성금 1,000달러를 전달했다고 한다. 상기 상록회는 지난 2년간 비상식량센터를 설립한 뒤 그동안 755 가정 중 1,300여명에게 5만달러 상당의 식품을 제공해 왔으며 한소망교회 등 종교단체와 공인회계사 공화삼씨 등이 4,000달러 이상의 식품과 성금을 상록회에 전달했다고 한다.


이외에도 크고 작은 선행들은 열 손가락이 부족할 정도로 행해지고 있다 하니 여간 가슴 뿌듯한 일이 아닐 수 없다.사실 어디에나 불우한 이웃들은 있게 마련이다. 때문에 우리는 우선 가까운 이웃부터 돌보는 데에 인색치 말아야 한다. 수 만리 타국에 와서 사는 것도 서러운데 거기에 불행까지 겹쳐 불우하게 산다면 이 얼마나 서글픈 일인가. 이런 불우한 이웃들이 즐비한데도 이들은 못 본채 하고 북한동포들을 살려야 한다며 호들갑을 떠는 단체들을 보고 있노라면 공연히 울화가 치민다.

물론 북한동포들도 같은 민족일진대 굶고 있다면 당연히 도와야 하겠지, 그러나 이들의 구제는 전적으로 정부(국가)가 해결해야 할 일이지 어느 한 개인이나 단체가 나선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개인이나 단체에선 우선 가까이 있는 우리 이웃부터 보살피고, 여력이 있으면 우리와 같이 살아가고 있는 타민족을 돕는 것이 순서라고 생각한다.이곳 미국은 우리 재미동포들의 제 2의 고향이다. 그리고 우리의 삶의 터전이다. 때문에 이곳에
사는 우리 동포가 첫째요, 다음으로는 이곳에 사는 타민족이 둘째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처럼 이곳에 살면 미국을 위하는 일에 인색치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북한에 빵공장이나 국수공장 지어줄 돈으로 이곳의 불우한 한인 뿐만 아니라 이곳의 타민족 홈리스까지 돌봐주면서 그들과의 유대를 강화함으로써 우리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함과 동시에 자긍심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 얼마 안 있으면 연말이랍시고 송구영신(送舊迎新)하는 각종 모임도 많아질 것이다. 그 모임에서 그저 먹고 마시며 흥청거릴 것이 아니라 모임을 간략히 끝내고 그 회비를 모아 양로원이나 고아원, 혹은 독거노인 등 춥고 외롭고 배고픈 불우한 사람들을 찾아 위로하는 것이 더 보람된 일이 아닐까?각 지역, 직능, 종교단체 등에서는 금년 한 해를 이같은 선행으로 마감하도록 노력함이 어떨까. 그리하여 겨울의 칼바람을 훈풍으로 바꿔 불행하고 고독한 저들을 감싸주면 이 사회는 한층 더 밝고 명랑하며 온기가 흐르는 사회가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우리 다같이 십시일반으로 힘을 모아 불우이웃을 돕자. 마른 잎은 굴러도 대지는 살아 있어야 할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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