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2007-12-0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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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근(무궁화상조회 회장)

인간의 지능이 발달하면서 새로운 학설이 속속 발표되고 아울러 여러가지 학문의 힘을 빌어 발달하고 발전하는 과학문명은 어제가 옛날같이 느껴질 만큼 변하는 세상을 살아가고 있지만 개개인의 수명은 그 무엇으로도 예측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65세에 명예스럽게 정년퇴직한 사람이 그 후 30년을 더 살고 95회의 생일을 맞아 자손들이 마련해 준 생일상을 받고 살아온 날의 1/3인 30년이라는 소중한 인생을 무기력하게 낭비하면서 살아온 것을 후회하며 통한의 눈물을 흘리고, 정신도 맑고 수족이 멀쩡하니 얼마를 더 살든지 다시는 후회하지 않기 위하여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정진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일반적으로 정년퇴직 때까지 이룬 일로 할 일을 다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 때까지는 목표가 뚜렷하다. 생존경쟁에서 이겨야 하고, 존재가치를 높여 권위를 세워야 하고, 격에 맞는 인품을 위하여 전력을 투구해 어느 정도 뜻을 이루었다고 느낄 때쯤 정년퇴직을 맞게 된다.


그 후의 생활은 그동안 못한 취미생활을 즐기며 편안한 여생을 살다가 남은 생을 마감하겠다고 생각하는 것이 보통이다. 다시 말하면 철저하게 자신만을 위한 비생산적인 생활이 시작되는 때가 정년퇴직 후의 생활이 아닐까 생각한다.바라기는, 그간에 쌓은 지식이나 경험과 경륜을 사회에 환원하겠다, 하는 또다른 목표를 세우고 필요로 하는 곳을 찾아 봉사활동을 시작한다면 보다 보람된 여생을 지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렇지 못*한 현실을 보면서 그 이유를 캐게 된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생각해 보면 가장 큰 걸림돌은 쓰잘 데 없는 체면과 자존심이라고 생각한다. 은퇴한 노인들이 베푸는 봉사의 손길에 많은 사람들이 보내주는 존경심이나 감사함의 따뜻한 시선을 스스로 세워놓은 체면과 자존심에 가려 느끼지 못해 주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쯤 생각해 봄직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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