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마음으로 막힌 모든 걸 뚫어”

2007-12-01 (토)
크게 작게
김명욱(목회학박사)

12월이다. 이 해의 마지막 달이 시작된다. 지난 11개월 동안 우리는 얼마나 좋은 삶을 살아왔나. 반성할 때다. 그리고 새롭게 시작될 새 해의 계획을 미리 짜 둘 때이다. 매 해 마다 맞이하는 마지막 달이지만 항상 무언가 부족한 느낌을 받는다. 찜찜하다. 확 뚫린 그 무엇이 되었으면 좋겠는데 그렇지가 못하다.

답답하다. 무언가 막힌 것 같다. 그렇다면 뚫어야 한다. 어떻게 뚫어야 하나. 무엇으로 뚫어야 하나. 마음으로 뚫어야 한다. 세상은 그냥 그대로 돌아가고 있다. 어제와 오늘과 내일이 그냥 그대로 돌아가고 있다. 매일 떠오르는 태양. 지는 달. 스치는 사람들. 일상대로 돌아가는 세상이다. 자고 먹고 마시고 일하고, 자고 먹고 마시고 일하고. 늘 그대로 돌아가는 세상이다.새로운 것은 없는 것 같다. 그러면 새로운 것을 찾아야 한다. 없으면 있게 해야 한다.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인생이다. 없으면 만들어 가는 게 사람이 다른 동물과 다른 면이다. 그것이 사람의 삶이다. 없다고 포기하면 사람이 아니다. 인생이 아니다. 동물이다. 개나 돼지와 다름없는 동물에 불과할 뿐이다. 최선을 다해 노력해 보는 게 인생이다. 결과는 나중이다.


세상사 모두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마음과 육신의 관계. 마음먹기에 따라 육신은 편해지기도 하고 고통스러워지기도 한다. 마음이 뚫린다는 것은 바로 통한다는 뜻이다. 통한다는 뜻은 모든 일이 잘 풀린다는 의미다. 마음이 막혀 있으면 될 일도 안 된다. 시원스레 뚫어진 마음이라면 가는 이 해도 잘 보내고 새로 올 해도 잘 맞으리라. 시원하게 해야 할 마음. 그런데 마음이 어디 있냐고들 한다. 마음이 어디 있나. 뇌에 있나. 심장에 있나. 어디에 마음이 있나. 마음이란 몸 밖에 있나. 아니면 몸 안에 있나. 마음이 몸에 있다면 사람의 뼈 속에도 마음이 있나. 도대체 마음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어디에 있나. 마음을 알아야 마음으로 막혀진 그 무엇을 뚫든지 말든지 할 것 아닌가.

태어날 때는 수동태로 태어난다. 그것은 사람이나 다른 동물이나 식물도 마찬가지다. 태어나고 싶어 스스로 태어나는 것은 없다. 씨가 있다. 열매가 있다. 씨와 열매의 순환. 이렇듯 태어나는 모든 것은 다 순환의 연관성이 있다. 관계다.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다. 저것이 있으므로 이것이 있다. 부모가 있으므로 자식이 있다.
몸이 있어야 마음이 있다. 마음이 있어야 몸이 있다. 몸이 있으므로 마음이 있고 마음이 있으므로 몸이 있다. 그래야 사람이 된다. 인생이 된다. 마음이 먼저냐. 아니면 몸이 먼저냐. 관계다. 순환이다. 무엇이 먼저냐 하는 것은 수수께끼다. 무엇으로 수수께끼를 풀어야 하나. 수수께끼는 동전의 앞 뒤 면에 답이 나와 있다. 동전은 하나다. 앞과 뒤가 있을 뿐이다.
사람을 동전으로 비유한다. 앞이 몸이라면 뒤가 마음이다. 결코 분리될 수 없다. 둘은 하나다.

또 다른 비유도 할 수 있다. 동전이 있다. 겉이 있다. 속이 있다. 겉은 몸이요 속은 마음이다. 몸은 보이나 마음은 보이지가 않는다. 그러나 분명히 있다. 동전의 속이 보이지 않는다고 없다고 할 수 없듯이. 동전의 안과 밖은 하나다. 결코 둘이 아니다. 그럼 정신은 뭐냐. 몸이 동전의 밖이요 마음이 동전의 안이라면 정신은 무엇인가. 혼인가. 백인가. 아니면 혼백인가. 정신을, 동전을 구성하고 있는 원소나 물질의 본질이라고 한다면 과연 틀린 것인가. 만일 맞는다면 정신과 몸과 마음은 둘과 셋이 아니요 하나다. 모두가 다 ‘사람’ 하나로 통한다. 이름과 역할만 다를 뿐이다.거울을 들여다보며 얼굴을 본다. 얼굴 속에 사람이 들어 있다. 눈 안에도 들어있다. 눈 안에서 비추이는 사람의 모습 안에 마음이 엿보인다. 마음의 색깔이 보인다. 파란색, 하얀색, 붉은색, 검은색, 노란색 등등. 마음의 냄새도 난다. 고소한 냄새, 퀴퀴한 냄새, 비린 냄새, 은은한 냄새,
향긋한 냄새 등등. 색과 향을 가진 마음이다.

매 해 맞이하는 12월이다. 사람이 날을 나누어 만든 달력이다. 그래도 달력이 있으니 인생이 늙어 감을 감지한다. 올해도 한 해가 다 간 12월이니 또 한 살을 먹는다. 지난날에 매이지 말고 올 날을 기대하며 마음으로 막힌 모든 걸 뚫어보자. 마음먹기 아닌가. 마음을 굳게 먹고 가는 해를 잘 보내고 오는 해를 잘 맞이해 보자. 마음과 정신과 몸이 하나가 돼 있는 것이 사람이다. 마음먹기에 따라 육신은 따라간다. 씨와 열매의 순환처럼 모든 것은 관계 안에서 일어나 결과 지어짐을 생각하며 오늘, 최선을 다하는 몸과 마음으로 12월을 수놓아 보았으면 좋겠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