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올개닉 식품 먹어야 하나

2007-11-3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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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봉춘(페어필드 트레이드 대표)

30여년 전 일이다. 한국에서 건강식품이라고 이름만 붙여 광고하면 어떤 제품이든지 불티나게 팔려 한 때 재미를 보았다는 지인이 있었다. 그 제품이 정말 건강에 좋은 상품이었는지는 그도 잘 몰랐다는 고백을 들은 적이 있다.세월이 흘러 이젠 올개닉 시대가 되었다. 모든 식품에서부터 화장품, 의류, 침구, 수제 인형, 애완동물 사료에 이르기까지 올개닉 수식어가 붙어서 소비자의 눈길을 잡는다. 매스미디어의 광고 덕에 ‘올개닉’을 모르는 사람이 없고 수요가 창출되니 올개닉 전문 샤핑몰이 등장하고 프랜차이즈까지 생겨난다. 세상이 좋아지니 먹거리 때문에 고민이 하나 더 생겼다. 곱절이나 비싼 식재료를 매번 사먹어야 하나? 아니면 식품위생 당국의 철저한 검사를 믿고서 무신경하게 보통 브랜드를 먹어야 하나?

뉴스에 의하면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대부분의 식품은 환경오염에 젖어있다고 한다. 수 백마리의 가축을 움직일 수 없는 우리에 가두어 놓고 사료를 주어 계란도 얻고 육용가축은 일정기간 키운 후 도살된다. 이 과정에서 집단으로 전염병에 걸리지 않도록 항생제를 투여하고 성장을 촉진시키는 호르몬제를 투여한다고 한다. 이에 대한 허용범위의 한계를 정하고 있으나 이를 준수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고도 한다.가투리 양어장에도 항생제를 듬뿍 뿌린다는 보도도 가끔 심심치 않게 나는 현실이다. 야채나 곡물류는 맹독성의 농약, 화학비료를 살포하고 더 보태서 유전자 조작으로 인한 우려 때문에 마음놓고 먹을 것이 없는 어려운 세태라 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유기농 재배로 생산된 농산물, 축산물은 비교적 안전하다 한다. 화학비료 대신 자연산 퇴비를, 운동을 못하게 가두어 놓은 가축은 방목을 하여 생산된 식품이 이른바 올개닉 식품으로 포장되어 출하된다. 생산성이 떨어지니 값도 비쌀 뿐만 아니라 수요가 많아지면 그 질적인 면도 보장할 수가 없게 될 것이다. 오래 전에 보도된 일이라 명확한 기억은 없지만 올개닉 성분이 5%만 포함되어도 올개닉 상품으로 인정받는다 하니 그 올개닉 표기의 신빙성에 의심을 아니할 수 없는 형편이다.

유기농 농산물 및 천연섬유 인증에 대한 주요 기관들이 각 나라마다 있고 국제적으로 인증을 하여 준다고 하나 기관마다 성분의 종류나 함량 등 기준이 모두 달라 아직은 공용화 된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미국 FDA와 같은 권위가 있는 국가 기관 말고는 여타 인증기관의 인증은 그 신빙성을 짐작할 수가 없는 현실이다. 그러니 문자 그대로 인정하여 준다는 것이지 강제성이나 인가 취소나 리콜을 명령할 수 있는 기관도 아니다.

한 예로, 뉴욕타임스는 지난 1일 “유기농 천연화장품이 일반화장품 보다 더 뛰어난 효능이나 안전성을 가졌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증명된 바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식품의약국이 이들 천연화장품을 별도로 분류하거나 관리기준을 따로 설정하지 않고 일반 화장품과 똑같이 취급한다고 하는 보도가 있었다.건강하게 오래 살아야 한다는 웰빙시대에 유기농 올개닉 제품의 선전을 보면 마음이 안 끌릴 수가 없다. 그러나 외식문화가 보급된 이 때에 아무리 고급 식당이라고 하여도 유기농 제품인 올개닉 재료를 사용한 식당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러자니 올개닉으로만 식사를 하려면 외식이나 장기간 여행은 단념해야 할 형편이다. 결벽증 환자가 아닌 바에야 외식 때 올개닉 식사를 도시락에 싸들고 다닐 사람은 없을 것이다.

유기농 제품만 먹고 살았던 우리 할아버지들, 그 윗대 할머니들은 올개닉 식생활만 하였었건만 평균수명은 오염된 식품을 먹고 사는 현대인 보다 훨씬 짧은 생을 살았다. 인체 생리학에 문외한이지만 불량식품도 오래 먹으면 그 방어기전이 형성되는 것 아닐까 하는 무식한 상상도 하여 본다. 이 과제는 식품학자나 영양학자들의 연구 몫으로 돌린다.

일반 식품이나 일반 제품보다 더 비싼 값을 치르고 올개닉 제품을 입고, 먹고, 사용하는 소비자들은 모든 사람들이 다 할 수 없는 소비생활을 한다는 선택된 인간으로서 우월감으로 웰빙 삶을 산다고 스스로 만족하고 사는 것만으로도 정신건강 면에서 득을 보는 셈이다.왕조시대 어느 상감마마가 수라상이 늦게 들어오기에 창호지 문구멍으로 밖을 내다보니 내시가
들고 오던 수랏상에 올려놓은 홍시가 땡그르르 굴러 떨어지니 얼른 주워 홍시에 묻은 먼지를 버선발에다 싹싹 문질러 제자리에 올려놓고 들여오는 밥상을 받고 상감께서 하문하셨다. “이 세상에서 제일 깨끗한 게 무엇인고?” 이에 내시가 아뢰었다. “상감마마, 보지 않는 것이 제일 깨끗한 줄 아뢰옵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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