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한국인 미국시민 1호 서재필 박사

2007-11-2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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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목회학박사)

한국인으로 미국 시민권자 1호는 서재필박사다. 1890년 시민권을 받았다. 1864년 전라남도 보성에서 서광효씨와 성주 이씨의 둘째 아들로 태어난 서 박사는 한국과 일본 그리고 미국을 오가는 87년간의 생을 살았다. 결국 그는 미국에서 코리안-아메리칸(한국계 미국인)으로 삶을 마쳤
다. 그는 한국 이름을 거꾸로 써서 필립 제이슨(Philip Jaisohn)이라 지었다.

배재학당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을 가르친 스승이기도 한 서재필박사는 구한 말 그 보다 나이 열두 살이 많은 김옥균을 비롯한 박영효, 서광범, 홍영식과 함께 1884년 갑신정변을 일으켰다. 겨우 스무(20) 살 때였다. 정변은 당시 청나라에 잡혀간 대원군의 복귀와 신분제와 문벌폐지를 앞세운 나라 혁신을 담은 정강을 발표하며 일어났다.
3일 만에 실패한 정변으로 인해 그는 일본으로 도피했다. 청나라를 등에 업은 조선왕조는 갑신정변 주역들을 역적으로 발표했다. 그로 인해 서 박사의 부모와 형제, 부인과 어린 아들 3대가 죽임을 당했다. 갑신정변으로 인한 일본과 청나라의 외교문제가 복잡해지자 1년 동안 일본에 머물던 서 박사는 김옥균을 제외한 2명과 함께 미국으로 망명한다.


미국인의 도움으로 센프란시스코 헤리힐맨아카데미 고등학교를 나온 서박사는 워싱턴(DC)으로 와 미육군의학박물관에 근무하며 지금의 조지워싱턴대학교(당시 콜럼비아대학교)에서 의학을 공부하여 92년 의학사가 되고 94년 뮤리엘 암스트롱과 결혼하여 두 명의 딸을 낳았다. 94년 청일전쟁에서 일본이 승리하자 95년 조선으로 귀환하여 중추원 고문에 임명된다.
그는 96년 4월7일 한국 최초의 신문인 <독립신문>을 한글과 영어로 발간한다. 서 박사는 독립신문을 통해 조선에 교육을 확대하는 한편 산업을 발전시키고 중립외교를 펼치는 가운데 힘 있는 나라를 만들기에 힘을 쏟는다. 이런 가운데 목요일마다 배재학당에 나가 이승만 전 대통령을 비롯한 주시경, 신흥우 등에게 세계사를 가르치며 그들의 눈을 뜨게 해 준다.

그는 관료 중심의 독립협회를 조직해 나라의 중흥을 위해 힘쓰다 러시아와 일본 및 조선정부의 압력에 밀려 98년 다시 미국으로 돌아온다. 돌아온 서 박사는 펜실베니아대학교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다 1905년 한국을 식민지로 만든 일본과 조선의 치욕적인 을사조약이 체결됨을 듣는
다. 그는 나라의 독립을 위해 재정이 필요함을 깨닫고 이때부터 사업을 시작한다. 19년 3·1운동이 일어나자 그는 필라델피아에서 150여명의 한인 대표들을 모아 제1차 한인의회를 소집한다.

20년 플로이드 탐킨스목사와 함께 한국친우회를 조직하고 미국이 조선의 독립을 지지해 주기를 요구하는 운동을 벌인다. 한국친우회는 미국 내 정계와 학계에 있는 친일세력에 대한 대항의 조직인 기독교 네트워크로 미주 내에 22개의 지부를 두게 된다. 이후 서 박사는 일본밖에 모르는 미국인들에게 조선을 알리기 위해 코리아 인포메이션 뷰레(Korea Information Bureau)를 설립하여 코리아 리뷰(Korea Review)를 발간한다. 21년 이승만
박사와 함께 상해임시정부 대표로 워싱턴에서 평화군축회의에 참석하고 조선독립을 위해 각국 대표들을 설득하지만 일본과 미국의 압력으로 무산되고 만다.

41년 일본의 진주만 폭격으로 태평양 전쟁이 발발하자 자원으로 미국 징병검사관이 된다. 45년 해방이 된 후 47년 7월 미군정 최고고문 및 특별의정관으로 귀국한 그는 48년 남한 단독정부가 들어서자 대통령선거일정이 잡혀 중도노선이 그를 대통령으로 추대했으나 불출마를 선언하고 48년 미국으로 들어와 51년 1월5일 생을 마감했다.
미국에 살면서 진정한 한국계 미국인이 되려면 어떤 인물을 모델로 삼아야 할까. 서재필박사가 그중의 한 명이라 할 것 같다. 구한말 조선의 개혁을 위해 힘쓰다 역적으로 몰려 가족까지 참살 당하게 했던 그는 미국에 들어와 모든 역경을 이기고 의학을 공부한 의사다. 그는 미국에 살면서 일본의 식민지가 된 조선을 구하기 위해 평생을 바친 독립 운동가이기도 하다.

미국의 한인 시민권자 1호이자 조선의 독립과 나라 사랑으로 평생을 바친 서재필박사. 그의 정신을 반추하며 그동안 성장해온 한인사회의 발자취를 점검하는 강연회가 민족사랑선양회 주최로 26일(월) 오후7시 플러싱 대동연회장 열린공간에서 열린다. 주제는 ‘서재필박사와 이민정신’. 한국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진정한 나라 사랑이 무엇인지 생각할 때다. 한인으로 태어나 미국의 시민으로 살아야 하는 이민자들의 애환. 그 애환의 첫 인물로 살아간 서재필박사. 그의 생애와 나라사랑을 다시 되새기는 자리에 많은 동포들의 참여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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