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고개 숙인 남자

2007-11-26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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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자구(내과의사)

얼마 전 뉴욕타임스에 남미를 휩쓰는 여성지도자(대통령)라는 기사가 큼직하게 났다. 이미 세계적으로 보면 여성 대통령, 총리, 국왕이 많은 것이 상식화 됐다. 미국에서도 머지않아 어쩌면 여성 대통령이 탄생될는지도 모른다.일본에서는 여자가 경제력이 더 강해서 직장에 나가 일하고 남편은 집에 남아 가사일을 하고 어린아이 우유 먹이고 기저귀 갈아주는 세대들이 늘고 있다. 한국도 이와 비슷한 현상이 증가일로에 있는 것 같다.

‘남녀 동등권’을 주장하는 여성들은 벌써 ‘동등’을 지나서 ‘여성상위시대’를 바라보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이것은 내가 알고 있는 한국 전통은 분명 아니다. 그리고 생물학적으로도 남자는 testosterone이라는 남성 홀몬이 있어서 신체적으로 특징을 지운다. 근육이 잘 발달되어서 수렵시대나 농경시대, 산업시대까지는 적어도 외부 적을 방지하고 먹을 것을 마련하여 가족이나 부족, 집단, 사회를 유지 성장하는데 남성의 존재가치가 있었다.


그러나 정보화 시대로 넘어오면서 사정은 달라졌다. 컴퓨터와 전자기기, 로보트, 자동화, 기계화, 소형화, 정보통신수단의 발달로 여성도 남성이 할 일을 할 수 있고 어떤 면에서는 더 잘 할 수 있게 되었다. 거기에 더하여 여성은 남성이 갖지 못한 여성적인 것을 가졌다. 모성적인 면과 좁은 의미의 여성적인 면이다. 전자는 남자보다 여자가 더 남을 care하는데 자상하고 자애스럽다는 것이고, 후자는 성적인 매력으로 그녀의 상품(?)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가령 인물이 (얼짱)출중하면 수입 증가로 곧 이어진다. 배우, 모델... 등 광고효과 때문이다.산업화시대나 정보화시대나 한결같이 인간성을 상실하고 ‘인간’을 하나의 상품으로 보는 서양의 기계문명의 어쩔 수 없는 가치관이라 생각된다. 반면에 동양적인 가치관은 인생을 ‘사람답게’ 사는데 있어서 예의범절 ‘인간성’을 더 중요시 하지만 서양은 ‘생산성’에 가치관이 붙어있어서 사람이라도 생산할 수 없는 지경, 가령 병이 났다던지 장애인, 혹은 늙었다 하면 다른 부류로 취급당한다.

한 마디로 말하면 온세계가 서양의 물질문명, 기계문명에 휘어잡혀서 동양 본래의 인간적인 가치관을 점차 잃어버리고 서양문명의 어두움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첫째, 주로 경제적인 이유로 집안에서 남자(남편)가 고개를 숙이면 그 가정의 가정교육이 잘 될리 없다. 왜냐하면 남자 아이들은 아버지를 닮는다. 그리고 커서는 ‘아버지의 像’이 ‘도덕심’으로 평생동안 머리속에 남게 된다. 아버지는 ‘엄하며 자애스럽고’ 어머니는 ‘자애스러우면서 엄해야’하는 것이 우리네 전통이다.

둘째, 가정에서 어머니의 주장이 아버지의 권위를 넘어서면 소위 內 주장이 된다. (고개숙인 남자) 어머니가 극성스럽게 아이들을 공부해라, 태권도 해라, 피아노 쳐라, 야구 해라... 라고 마음대로 끌고 다닐 경우, 아이들(아들이나 딸)은 반항하다가 결국 기가 죽는다. 남자아이는 기가 죽으면 남자 구실을 못한다.

한 정신분석 치료 미팅에서 들은 이야기를 해보면, 남자와 남자가 서로 결혼하고 결혼도 시(市)에서 인증하며 건강보험도 보통 부부와 같이 사용한다는 것이다. 즉 게이(gay)들 이야기다. 이 사람들이 마음씨도 착하고 범법행위도 잘 안하는 사람들인데 다만 여자친구를 못 사귀거나, 못 다루는 것이 흠이란다. 즉 ‘수컷의 행위’를못한다. 왜냐? 물었더니 한 정신분석가가 하는 말이 어릴 때 어머니가 하도 극성스러워 평생동안 한번도 어머니의 주장을 이겨본 일이 없었기 때문이란다. 지금은 장년이 되었어도 정서적으로는 아직 어머니(여자)를 이겨본 적이 없어서 여자친구를 자기 마음대로 하려고 하면 무의식적으로 어머니가 머리속에 나타나 결국 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남편도 자기 부인을 정서적으로 이기지 못하면 부인을 때리거나 혹은 밖에 나가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여자를 찾게 된다. 이것이 바람을 피운다는 것이다.우리의 전통은 가정이나 사회나 국가나 남자가 고개를 들고 자기 반성, 바른 주장 관철, 그리고 상대방(부인이나 자식...)을 독립된 인격체로 인증하며 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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