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

2007-11-26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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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준(롱아일랜드)

먼저 이 글을 쓰기 전에 뉴욕 예일장로교회 담임목사인 김종훈 목사와 김인선 목사, 그리고 학교에 학습차 간 김윤배 목사, 그리고 뒤에서 빛도 없이 수고하는 자원봉사자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늦게나마 감사와 사랑을 전한다.우리들은 감사하다는 말 밖에는 할 말이 없다. 나 역시 신앙생활을 하고 있지만 이렇게 피부로 사랑을 느껴 보기는 처음인 것 같다.

몇 해 전부터 실시돼 온 실버클럽(Silver Club,노인들을 위한 모임) 즉, 소외되기 쉬운 어른들을 위하여 본 교회측이 각별히 신경써서 마련한 정규 프로그램인 것 같다. 이를 위해 교회측은 매주 목요일 아침이면 교회버스와 승용차로 플러싱에서부터 롱아일랜드까지 바쁘게 누비며 어른
들을 시간에 맞추어 라이드를 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아침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다양하게 시간가는 줄 모르고 진행된다. 아침예배
를 시작으로 간식, 생활영어 배우기, 휴식시간, 또한 하루동안 노인들이 어떻게 지냈을까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삶 나누기, 병마에 시달리는 노인들을 위한 기도, 딱딱하게 굳어있는 어른들의 몸을 단련시키는 국민체조와 기본 댄스 등의 시간을 마치면 무엇보다도 노인들이 기다리고 바
라는 시간인 점심시간이다. 노인들은 이 시간에도 일주일 동안 일어났던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나면 간단한 게임과 율동으로 혹은 노래 부르기로 많이 섭취한 우리 몸안에 있는 에너지를 소모시키기 위해 한참 바쁜 시간이다. 또한 시간이 허락하면 매주 실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성 노인들을 위한 네일 쇼(손톱 치장)도 있곤 한다. 노인들도 이따금 멋을 부려야 하지 않겠는가? 물론 무료이다.이렇게 해서 바야흐로 다섯 시간에 걸쳐 하루의 프로그램은 막을 내린다. 이렇게 하고 나면 어른들에게는 또 할 일이 남아있다. 손자, 손녀들을 학교에서 집으로 라이드 해주는 일이다. 이것은 농담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일자리가 없어지고 용돈이 반으로 삭감된다.

나는 내 나름대로 생각을 해 보았다. 어떻게 이렇게 많은 어른들이 거리와 시간에 관계 없이 이곳에 찾아오는 것일까? 또한 교파를 막론하고 기독교, 개신교, 천주교, 절에 다니는 분들, 교회를 다니지 않는 분들도 이 실버클럽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 글을 쓰는 나도 물론 이 교회에 다니지 않는다. 꼭 이 교회에 나오라고 광고하는 것은 아니다. 한가지 느낀 것이 있다면 이 교회 프로그램이 좋아서 또는 음식맛이 좋아서가 아니라 다름아닌 믿음, 소망, 사랑 안에서 이 교회가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하나님의 말씀을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자세에 있다는 점이다.

이제 우리 실버클럽은 다음 달 중순경에 종강을 맞는다. 아무쪼록 노인들 모두가 건강에 유의하고 다음 새해에 모일 때에는 또다시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기를 기원한다. 이 교회 위에 하나님의 평강과 축복이 함께 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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