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행복과 성공

2007-11-2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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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상기(의사)

한국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여와 야의 후보들이 ‘행복’과 ‘성공’의 시대를 약속하고 있기에 그 내용을 새삼 생각해 볼 필요성을 느낀다.

얼핏 행복한 사람은 성공한 사람이고 성공한 사람은 행복할 것이라 추측도 되지만 실은 행복과 성공은 상반된 가치관을 상징한다.

행복은 동서고금 여러 사상가들과 종교가 행복의 가치를 추구한 흔적이 많으나 성공에 관한 이야기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만큼 행복이란 인간의 기본권으로서 보편적 가치관을 지니고 있는 듯하나 성공이란 자본주의 경쟁사회에서 주로 추구된 용어인 듯 싶다.


행복이 주관적, 내면적, 정신적 내용이라면 성공은 외형적, 가시적, 물질적 평가의 결과이다.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여건으로는 여러가지 선(善)의 덕목들이 제시되어 왔다. 옛 희랍 철학자들은 정의나 인간의 ‘중용 조화 능력(Golden Mean)’을 말하고 노자(老子)는 무위(無爲) 무욕(無慾)이 행복의 길임을 가르치고 있다.

불교는 고(苦)를 극복하는 종교로 욕심(慾心)의 불을 꺼서 마음의 편안함을 얻는 열반이 곧 행복임을 가르치고, 기독교 예수는 참된 행복이란 가난하고 슬프며 온정 베풀고 마음 깨끗하며 평화를 위하는 사람에게 있다고 설교했다.

행복에 이르는 이 모든 덕목들은 남과의 경쟁에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 스스로 노력하는 내용들이다. 그러나 성공의 경우는 다른 사람들과 경쟁을 거쳐서 얻어지는 결과이다.

학교에서는 다수의 다른 학생들을 제치고 일등을 하거나 우등생이 되어야 하고, 사회에서는 다수의 남보다 높은 직위를 확보하거나 부(富)의 축적을 해야 성공이라는 반열에 오른다.
성공은 소수의 이야기이다. 그러나 행복은 각자 마음의 자세이며 누구나, 또는 다수가 누릴 수 있는 내용이다.

마음의 자세에는 양심 이라는 스스로의 재판관이 있지만 성공에 이르는 경쟁이라는 수단 방법의 정당성을 감시하는 사회 기능은 너무도 빈약하다.
성공 위주의 시대에는 목적을 위해 수단 방법 안 가리는 사회 부조리가 심해지는 것을 경험한다. 학교의 부정입학, 위장전입, 학위 조작, 학위 양산, 비자금, 정경유착, 군사반란, 독재정치, 언론 횡포 등 우리가 경험한 부패상이다.

성공에 집착하면 할수록 잘못된 수단 방법의 유혹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런 비리들이 짧은 기간에 나라 경제를 살리기 위한 과정에서의 불가피한 부산물이었다 하더라도 이제는 나라의 방향이 성공 위주의 시대에서 행복의 시대로 전환되어야 한다.


덴마크는 우리나라 보다 작은 나라이지만 과감한 사회복지 정책으로 세계 1위의 행복국가로 등장했다.

대한민국은 민주국가이다. 정부는 인간평등사상에 따라 인간 기본권인 국민 행복을 위해 정책을 수행할 책임이 있다.소수의 성공을 위한 배려보다 ‘最大多數에게 最高善(행복)’이라는 공리주의(Utilitarianism)
실천이 요구된다.국민을 모두 성공시키겠다는 주장은 성공의 속성상 불가능한 내용이다. 학생들을 모두 일등 시킬 수 있다는 논리이다.

그러나 다수를 행복하게 할 수는 있다. 정부가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사회복지 정책을 실행한다면 국민들이 행복할 것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누구나 행복하게 하려는 정책은 사회주의적 발상이라며 경계할지 모르나 우리가 사는 미국사회를 보고 배워야 한다.

자본주의 위에는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국민의 정부가 공리주의적 사회복지 정책으로 국민의 행복을 보살피고 있다. 메디케어, 사회보장제도 등이 그 예이다.

칼 맑스나 공산주의가 자본주의 단점만 보았지 그 위에 있는 민주주의 유연성과 적극성은 알아차리지 못했다. 미국의 프래그머티즘(Progmatism)은 국민 행복을 위한다는 실속을 위해서는 어느 정치이념의 장점도 받아들이는 아량을 제공한다.

한국사회의 심화되는 경제적 양극 상황과 빈부 격차는 성공 위주의 사회풍조 현상에 기인한다고 본다. 한국에 이른바 성공했다는 사람들은 높은 담을 쌓고 숨어서 숨기며 산다. 더불어 함께 살 뜻이 없다는 공개적 오만성을 드러내고 있다.행복한 사람들은 담이 필요 없다. 더불어 평화롭게 살 수 있는 여유가 있다. 그런 한국사회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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