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참여정부 비판 대열에 참여한다

2007-11-20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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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옥(전 고교 역사 교사)

한말 쇠약해진 왕을 둘러싼 세력다툼은 추하면서도 격렬했다.
왕을 독살해 권력을 쥐려는 자, 갈 길 잃은 왕을 등에 업고 궁궐을 탈출하는 자, 살해 위협을 받는 왕을 가마에 태워 야반에 외국공관으로 피신시키는 자, 주둔군 일본 사령관에 용서를 빌라고 왕을 협박하는 신하, 늙은 옛 약혼자를 데려와 왕비로 삼을 것을 졸라대는 사돈, 귀찮은 시아버지 잡아가라고 상국에 호소하는 왕후 며느리 등의 정치 난장판은 한일합방의 결과를 초래했지만 대통령이 되려는 요즈음 서울 정치인들이 연출하는 예측할 수 없는 정치판은 행동과 말에서 그 때 주연들의 부활을 보는 것 같다.

한문 지식으로 충만했던 것이 그 때의 사람들이라면 명석한 머리로 헐값에 명문대를 나온 진보라는 이름을 가진 운동권 출신은 지금의 사람들이다. 창조성 없는데다 타협과 절충을 무시하는 허구적 이기집단의 일원이라는 데서 이들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8,90년대에 서울에서 정치적 혼란이 없었다면 참여정부 출현은 생각할 수 없고 반미적 참여정부가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대통령선거전에 나선 후보자들의 추한 모습은 보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청산 안된 친일파 정객들에 의해 국민 정기가 흐트러지고 권력이 남용되면서 사회 여러 구석에 생긴 어두운 곳은 공부보다는 학생운동으로 정치 욕정을 만족시키려는 정치학생들에게 성공을 약속받을 수 있는 정치무대를 제공해 주었다.성공한 이들이 참여정부를 통해 정치 일선에 나서있는 지금의 서울 거리가 정치적으로 암흑했던 그 때의 거리보다 더 폭력적이고 혼란스러움은 무엇 때문인가.

소외받은 소수집단의 이기주의적 공격성은 사회 혼란을 초래하는 집단의식으로 전환되고, 이를 이용한 과격집단의 폭력으로 이어진다. 과거의 기존 제도를 종합해 최선을 찾기 보다 지나친 분석으로 정치, 사회 풍토를 최악의 상황으로 만든다. 명석한 입으로 말을 많이 하다 보니 언제, 어디서 무슨 말을 왜 했는지 모르고 행동한다.지난 세대가 만든 전통적 법이나 제도를 무시하고 헐뜯으니 자신들이 어느 나라 국민이고 어느 정당 사람인지 아이덴티티가 없어지게 된다.

혼자만 진보적인 대통령은 자기 국민과 통솔하는 부하를 멸시하고 또는 자기가 만든 정당을 탈당해 후보가 되서는 소속당 대통령을 헐뜯으며 거들먹 거린다. 남북의 정치적 힘의 균형을 유지할 수 없는 이들은 남북을 부지런히 오가며 지킬 의사도, 지킬 능력도 없는 약속들을 문서화 해 서명한 후 축배를 들며 권력의 매력을 만끽한다.지금까지 유지되어 온 국가와 사회제도를 무조건 냉대하는 진보라는 이름으로 도금된 참여정부의 허구성은 흠이 있어 완전치는 못하나 능력있는 집단의 정권 획득을 합리화 시킨다.

유창한 언변을 가진 사람에게 일을 맡기면서 경험하는 것이 신빙성의 결여이다. 지금껏 진보 정권이 들어선 나라에서 보는 공통적인 경제파탄은 결코 이와 무관치 않다. 상충되는 남북 이해관계를 조정해 통일을 이루게 하는 주역은 한민족 자신이어야 한다. 통일의 길목에 세워진 반미 푯말을 뽑아버려야 하는 것도 한민족의 몫이다. 민족의 경제 부흥과 이 지역의 평화 유지를 위해 미국의 도움과 역할은 절대적이고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경험을 통해 민주정치와 자유경제 생산 방식을 익힌 실용주의 집단에 의존해야 한다는 것은 정치현실이고 이번 대선에서 판단있는 한국의 유권자는 이를 가능케 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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