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 전 총재의 대선출마 유감

2007-11-10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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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오(우드사이드)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는 8일 드디어 자신이 지은 본가를 가출하여 무소속으로 대선출마 선언을 하고 말았다.대다수의 국민들은 이 전 총재가 원로 정치인으로서 제2선에서 국가와 민족을 위해 헌신해 줄 것을 바랐건만 그는 이를 철저히 배신하고 말았다. 물론 출마나 불출마는 전적으로 자신의 의사에 달려있지만 그래도 누울 자리를 봐가며 이부자리를 펴야 옳지 않겠는가?

분위기 파악도 못하고 몇몇 추종자들의 출마 권유에 놀아나는 듯한, 그리고 대선욕의 화신이 된 듯한 이 전 총재의 대쪽 이미지가 반쪽이 되고 말았다.필자는 이번 이 전 총재의 대선 출마를 바둑의 좌충수에 비유해 본다. 그가 출마해서는 안되는 이유를 들어본다.


첫째, 예비후보론이다. 이명박 후보의 유고시, 혹은 테러에 의한 불상사에 대비한다는 명분인데 너무나 유치한 이유이다. 목숨을 앗아갈 정도의 테러라면 그 진원지가 이북일텐데 한창 무르익는 남북화해 무드를 하루아침에 깰 만큼 미련한 김정일이 아니다.둘째, 기회주의적 발상이다. 이 전 총재는 자신만이 정권을 교체하고 잃어버린 10년을 되찾아 올 수 있다고 하는데 애초부터 그럴 각오였다면 당연히 경선에 임했어야 옳았다. 그러나 경선에 임해봤자 승산이 없으니까 침묵을 지키며 기회만 엿보고 있다가 ‘지금이다’ 싶으니까 앞뒤 가리지 않고 출마를 선언한 것이다. 이 얼마나 기회주의적인가?

셋째, 유아독존적 사고방식이다. 이는 아집과 독선으로 이어지기 쉽다. 이런 사람이 지도자가 되면 독재에 빠질 염려가 있다.넷째, 구국제민을 위하여, 꼭 대통령이 되어야만 구국제민 할 수 있단 말인가? 전술한 바와 같
이 2선에서도 얼마든지 훌륭한 일을 할 수 있다. 미국의 전임 대통령들(지미 카터, 빌 클린턴, 앨 고어)을 보라. 그들의 업적은 현직에 있을 때 보다 은퇴 후의 업적이 더 빛나지 않는가!다섯째, 대국민 약속 파기이다. 그는 두 번의 대선 패배(97년 15대, 02년 16대) 후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이는 엄연히 국민과의 약속이다. 그러나 그는 8일 “국민 여러분 죄송합니다” 한 마디로 은퇴를 번복하고 출마를 선언했다. 이는 국민을 기만하는 아주 철면피한 짓이다.

여섯째, 이명박 후보 불안론이다. 이명박 후보의 BBK 사건이나 도곡동 사건으로 발목을 잡힐 경우 그 대안이 바로 자신이라는 뜻인데 설혹 김경준이 미국서 돌아온다 할지라도 대통령 후모 등록일(11월 25일)까지는 10일 밖에 안된다. 이명박씨가 일단 후보 등록을 마치면 그 때부터 선거가 끝날 때까지 이명박씨에 대한 수사는 유보된다. 때문에 10일간의 수사로는 결과가 나올 수 없다. 고로 이명박 후보 불안론은 설득력이 전혀 없다. 그렇다면 이 전 총재에게는 아킬레스건이 없다고 장담할 수 있겠는가?

일곱째, 소경 제 닭 잡아먹기 식 싸움이다. 20% 대의 이 전 총재의 지지율은 타 후보의 지지율을 빼앗아 오는게 아니라 순전히 같은 보수층의 지지율을 갉아먹는 것이다. 이 쯤 되면 어부지리를 얻을 사람은 누구이겠는가? 여덟째, 보수세력의 양분화다. 보수끼리 똘똘 뭉쳐도 시원치 않을 판에 이명박의 중도보수와 이회창의 수구보수가 양분화하여 치고 받고 싸운다면 자칫 분당으로까지 갈 수도 있을 것이다.

아홉째, 세번째 낙선 후의 자신을 생각해 봤는가? 만에 하나, 이번에도 고배를 마신다면 자신은 이 사회에서 영원히 매장되고 말 것이다.
열번째, 불행히도 동반 낙선으로 정권교체에 실패한다면 이 전 총재는 역사와 국민 앞에 대역죄인이 되고 두고 두고 국민의 돌팔매를 피하지 못할 것이다. 그는 출마를 하지 말았어야 옳았다. 그러나 어차피 출마를 선언했으니 단일화 실현에다 심혈을 기울여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루어주기 바란다.칼로 물을 베듯 하나가 되라. 무우를 베듯 두 동강 내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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