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남의 떡이 커 보인다

2007-11-0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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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우(한인공공정책위원회 회장)

요즘와서 갑작스럽게 유대인 커뮤니티와 접촉이 많아졌다. 지난 10월 22일에는 유대인 커뮤니티의 단체를 총괄하는 Umbrella 기구인 JCRC(Jewish Community Relations Committee)의 최고책임자인 랍비 로버트 카플란과의 점심 약속이 있었다. 이쪽에서 요청한 것도 아닌데 JCRC 쪽에서 먼저 만나자고 했고, 회합 장소도 JCRC 본부가 있는 맨하탄이 아닌 롱아일랜드 그레잇 넥의 레스토랑에서 만나자고 해서 모임을 가졌다.

헌터칼리지에서 유대인의 역사를 강의하고 있는 랍비 카플란은 지난 120년 동안 아무 힘없이 살아왔던 유대인들의 이민역사를 들려주며, 그동안 미국사회에서 철저하게 무시당하던 유대인들이 어떻게 오늘날 같이 성공적인 커뮤니티가 되었는가를 자세하게 들려주었다.유대인들의 내부적인 분열 양상은 한인들 보다 몇 배 더 심하게 나누어져 있으며 종교적으로도
Orthodox, Conservative, Reform등 세 가지 종파로 나누어져 있어 서로 다른 종파와는 말도 안하고 극심한 경쟁과 대립을 일삼는다고 알려주었다.
또한 대부분의 유대인들이 러시아에서 이민와서 1세들의 경우 영어를 할줄 몰라 현재 한인들이 겪고 있는 이상의 언어적 어려움을 겪어왔다고 했다.


정치권과의 접촉과정에서도 뉴욕시장과 유대인들이 대화를 하려면 수없이 많은 유대인 단체들이 똑같은 소리를 계속해서 해대는 바람에 뉴욕시장실의 요청으로 유대인 커뮤니티의 통합된 목소리를 만들라 하여 35년 전에 AJC, UJA 등 중요한 유대인 단체들이 모여서 JCRC를 결성하였고 랍비 카플란은 14년 전부터 현재의 자리를 맡아서 JCRC를 이끌어 오고 있다고 설명해 주었다.

현재 뉴욕 메트로에서 매년 JCRC에 모금되는 기금은 1억3,000만 달러이며 이를 도움이 필요한 모든 유대인 커뮤니티에 골고루 분배하여 각종 소셜 서비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정치인들에 대한 자금 지원 또한 JCRC가 맡아서 분배한다고 했다.

JCRC의 지향하는 목표가 한인공공정책위원회가 지향하는 목표와 거의 같아서 새삼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정치권에 유대인 커뮤니티를 대변하고 정치인들을 만나 컨넥션을 만들고 민원을 해결하며 경찰 등 사법기관과 관계를 돈독히 하여 유대인들의 인권유린과 사법적 피해를 막으며 증오범죄를 예방하고 미국과 이스라엘의 선린관계를 유지하며 타민족 커뮤니티와 관계를 돈독히 하여 모든 유대인의 문제를 타민족과 합동으로 해결해 낸다는 것 등이었다.

그간의 오랜 노력으로 뉴욕시와 웨체스터 카운티에서는 JCRC가 정치권 및 사법기관과 컨넥션을 만드는데 성공하였지만 롱아일랜드지역에서는 아직 정치권 및 사법기관과 컨넥션이 부족하니 한인공공정책위원회가 그동안 형성해 온 컨넥션을 가지고 JCRC가 필요할 때 도와달라는 것이었다. 많은 노력으로 한인공공정책위원회가 롱아일랜드지역에서 든든한 컨넥션을 만든 것은 사실이지만 JCRC가 우리에게 도움을 요청할 줄은 몰랐다. 그만큼 정치적인, 그리고 사법기관과의 컨넥션은 많은 돈과 노력과 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가만히 랍비 카플란과 대화를 나누면서 유대인의 경우를 보니 어느 민족이나 그들만의 어려운 점을 가지고 있었다. 결국 어려운 사정은 모두 비슷한데 유대인들만 뛰어나서 잘 했다고 부끄러워하면서 그동안 남의 떡이 커보였던 것이었다.중요한 사실은 한인사회가 절대로 분열되어 있는 것이 아니고 또 아직 늦지도 않았으며 우리도 하면 유대인 커뮤니티 이상으로 미국사회에서 경제적으로 또 정치적으로 우리의 힘을 길러낼 수 있다는 사실이다. 문제는 우리가 항상 긍정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생각을 가지고 우리와 자손들을 위해 좀 더 희생하고 노력하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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