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어깨를 빌려드릴까요?

2007-11-0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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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춘석(뉴욕 그리스도의교회 목사)

주먹 쓰는 사람들을 속칭 ‘어깨’라고 하듯, 남에게 자신의 힘을 과시하고자 하는 욕망의 발현이 곧 어깨이다. 어깨는 자신의 육체적, 정신적 에너지의 표현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기개이고 의지인 것이다.

어깨는 자신이 갖고 있는 자신감 혹은 자만심 만큼 단단해진다. 젊은이들은 어깨를 떡 벌어지게 하기 위하여 열심히 운동을 한다. 요즘은 여성들이 타고난 어깨만으로도 부족해 수트 어깨 부분에 심을 넣어서라도 어깨를 살리려고 한다.어깨에 관한 많은 말들이 있다. 어깨가 가볍다는 것은 무거운 책임에서 벗어나거나 그 책임을 덜어 마음이 홀가분하다는 것이고, 반대로 무겁다는 것은 무거운 책임을 져서 마음에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어깨를 낮추라는 것은 겸손하게 자기를 낮추라는 것이며, 어깨가 올라간다는 것은 칭찬을 받거나 하여 기분이 으쓱해졌다는 말이다. 어깨가 처져 있으면 낙심하여 풀이 죽고 기가 꺾여 있다는 것이고 어깨가 움츠러들다는 말은 떳떳하지 못하거나 창피하고 부끄러운 기분을 느낀다는 것이다.


어깨가 우리의 삶 속에 많이 나타나는 이유는 그만큼 가까이 있고 모든 것을 대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어깨를 어떻게 쓰느냐는 것이다. 겸손하게도 보이고 교만하게도 보이고 나아가 위협적이기까지 하다.
지위가 높아지고 유명세를 타면 어깨가 철갑에 두른 듯 경직되고 권위적으로 변하는 이들을 우리 시대의 리더로 모시는 것은 씁쓸한 일이다. 게다가 영리한 리더라면 힘이 잔뜩 들어간 시점에서 스스로 자세를 교정할 줄 알아야 하는데 그렇지도 못하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기다리지 못하고, 조급해 하며, 내 뜻대로 안돼서 힘들어하기도 한다. 어깨에서 힘을 빼라는 것은 결국 욕심을 버리고 마음의 여유를 가지라는 말인데… 힘을 빼라! 힘이 들어가면 유연성이 떨어지고 리듬이 부드럽지 못하다.

어깨는 나를 나타내기 보다는 다른 사람을 향하여 자주 내어주고 맡겨야 펴지는 것이다. 먼저 가까이 있는 사람들을 향하여 두 팔을 벌려 어깨를 감싸주자. 이 시대는 위로하기보다는 위로 받으려는 시대이다. 내가 먼저 두 팔을 벌려 어깨를 감싸줌으로 의지가 되고 격려가 된다. 때로는 많은 눈물을 흘리면서 엉엉 흑흑 울 때에도 어깨 위로 눈물자국이 생겨도 말이다. 감싸줌은 사랑과 용서와 감사와 감격이 어떠한 것인가를 우리에게 가르쳐 준다.

친구와 어깨동무를 하라. 함께 같은 방향을 바라보면서 발을 맞추면서 어깨동무를 하고 뛰기도 하며, 걷기도 하며, 소리를 질러보자. 친구가 아니어도 싫어하고 미워하는 사람이라 할 지라도 어깨동무를 한다면 곧바로 동역자가 된다. 운동경기에서 이긴 선수들은 어깨동무를 하고 춤을 춘다. 함께 해냈다는 것이다. 키가 작아도 어깨동무는 잘 어울린다. 그래서 춤이 되고 신나는 일은 계속되는 것이다.

지치고 힘든 사람을 보면 다가서서 어깨를 빌려주자. 넘어지고 쓰러질 때까지 지켜보지 말고 어깨를 빌려주라. 작은 배려가 큰 사랑으로 나에게 돌아온다. 있고 없고가 문제가 아니다. 작고 크고가 문제가 아니다. 내가 힘들어도 빌려주라. 나에게도 힘이 된다. 빌려준다고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나이가 들고 어깨가 처질 때, 그리고 서서히 쑤셔올 때 내 어깨를 다른 사람에게 맡길 수 있도록 지금부터 부지런히 빚을 놓고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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