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짜’와 ‘타짜’가 판을 치는 세상

2007-11-0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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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관성(뉴저지)

지난 3개월여 동안 학력 위조로 나라가 온통 뒤집히는 듯 했고 그 여파가 아직도 엄청나다.이제는 병역 회피를 위한 가짜 유학생들이 가짜 미국 대학의 재학증명서와 입학 허가서를 위조하여 불법적으로 입영을 연기한 뒤 해외, 특히 미국 영주권을 취득하여 병역을 기피한 자들이 적발되었다고 한다.

서류 위조에 얽힌 당장 밝혀진 숫자만도 200여명에 달하고 2006년 말까지 미귀국자로 남은 숫자만도 618명이라고 한다.기가 찬 것은 이들 중 유명 병원장을 비롯한 대학교수, 대기업 상사 주재원 등 사회 지도층 자제들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고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 그 대상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여 파문이 커질 전망이라고 한다. 이런 가운데도 오랜 세월에 걸쳐 묘하게 수면에 드러나지 않은 병역기피자들도 무수하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정말 대한민국의 해방 후 나라 꼴이 이런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 그 저변에는 우리 모두가 부인할 수 없는 국민성 저변에 깔린 국가관과 애국심이 문제일 것이다. 나만, 내 가족만 살면 된다, 우선 우리부터 살고봐야 한다는 나와 내 가족만 생각하는 사고방식과 개똥만도 못한 철학과 못된 인성이 전 사회 구성원에 깔려있는 풍조 때문일 것이다. 6.25동란과 1.4후퇴를 겪는 혼란기를 통해 실제 복무 경력이 없는데도 관계자들을 매수하여 기록을 허위 날조하고 병역을 기피한 자들도 있는 게 우리나라의 부끄러운 현실이다. 이런 자들이 사회 지도자인양 허세와 위선을 떨며 ‘착각의 늪’에 빠져 주위를 제세(濟世)하는 메스꺼운 작태를 보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우리 주위의 일이고 보면 정말 울화가 치민다.

우리의 주권을 찾고 지금 우리 모두가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것도 오로지 나라를 구하고 호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수많은 순국열사들과 독립유공자들, 나라를 지키기 위한 애국자들의 은덕이 아닌가!작금까지도 자신의 국가와 민족에 대한 큰 죄와 과오를 니우치지 못하고 남을 비판하고 비방을
자행하는 자들이 진정, 누가 누구를 재단(裁斷)하고 질타할 수 있는가 말이다.이런 자들이야말로 회개나 참회는 바라지 않더라도 자숙하고 칩거하며 거들먹거리지나 말아야 하는 것 아닐까!

‘뭐 묻은 개가 뭐 묻은 개를 탓하는’ 자가 바로 자신임을 자각하지 못한다면 정말 착각의 늪에 빠진 위선자가 아니고서야 그럴 수는 없는 것이다.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정말 ‘가짜’들에 이어 그야말로 ‘타짜’들이 아닌가! 학력 위조에다 병역 위조, 지폐위조, 명품 위조 등 이 분야에 타짜들이 난무하고 활보하는 세상을 과연 바로잡을 수는 없을까?

잡을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부류에 속하는 당사자들의 부모들 대다수가 사회 지도층이라는 것이다.다른 한 예로, 국내 유명 프로야구 선수 중 한 명은 한때 미국 프로야구에 진출, 어느 유학원에 의뢰해 위조한 미국대학 재학증명서로 군 입대를 연기했으며 그 후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에 출전, 4강에 진출한 공로로 병역을 면제받았다고 한다. 물론 이런 일이 미국에서 뿐 아니라 유럽 등 다른 국가에서도 유사 사례는 얼마든지 있을 가능성이 높고 다만 적발이 안되고 있을 뿐이다.

차제에 병역 의무를 성실히 다 마친 모든 퇴역 군인들에게 머리 숙여 경의를 표하고 싶다. 그리고 시도 때도 없이 나라 안팎에서 온통 빨간색으로 두건을 두르고 빨간색 글씨의 현수막이 휘날리는 모습은 사라져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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