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리더십의 전환과 새로운 지도자상

2007-11-0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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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리(한미정치발전연구소장)

서양에서 태어났으면 처칠을 능가하는 뛰어난 지도자가 되었을 것이라 헨리 키신저가 극찬한 리콴유 전 싱가폴 총리는 한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지도자의 덕목으로 네 가지를 들었다. 첫째, 탁월한 국정수행 능력이며 둘째, 국가의 위기관리능력이며 셋째, 국민에게 미래의 국가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며 마지막으로 지도자로서 국민이 따르고 존경할 수 있는 카리스마를 갖추었다면 역사에 남을 위대한 지도자가 된다는 것이다.

그는 4가지의 요건을 두루 갖추었고 장기집권에도 불구하고 작은 나라 싱가폴을 민주화의 기반 위에서 동양의 경제 선진국 반열에 올렸다. 대선을 얼마 앞두고 국가의 운명을 책임질 지도자를 선택해야 하는 한국민으로서 곰곰히 새겨보아야 할 문제이다.부시의 잘못된 선택으로 미국은 국가 이미지와 경제에 타격을 받았지만 자체 잠재력으로 곧 해결될 것이다.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세계 초강국으로서 역대 지도자들이 쌓아올린 미국의 힘
을 자세히 관찰해 볼 필요가 있다.


프랑스의 운명 비평가 기 소르망은 통합된 유럽이나 떠오르는 중국도 대적할 수 없는 미국의 힘은 제도화된 경쟁과 혁신에서 온다고 피력했다. 특히 미국의 대학들은 경쟁력의 엔진이라고 강조한다. 전세계의 많은 학생들이 세계 최고의 교육환경과 여건을 제공하는 미국에서 공부하고 돌아간다. 세계 100위권의 대학들을 거의 휩쓰는 미국의 교육적 자산은 새로운 기술과 혁신을 위한 창의력 개발에 원동력이 되고 있다.소르망은 미국의 힘으로 첫째, 정치와 경제의 분리, 둘째 낮은 세금, 셋째 유연한 노동시장과 높은 에너지 효율과 생산성, 그리고 세계기축통화인 달러의 사용 등을 든다.

세계 초강국으로서 변함없는 영화를 누리는 미국의 선진국형 국가제도를 모델을 삼고 한국 특유의 여건을 활용하여 국가발전의 핵심동력으로 삼는다면 21세기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국가 경쟁력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
한국 경제는 시장경제와 개방경제의 활성화로 경제가 정치와 분리되어 정부의 통제를 받지 않고 자유로운 경쟁이 보장되어야 발전될 수 있다고 세계 경제학자들은 입을 모은다. 국가가 기업에 관여하고 정치가 경제에 영향력을 행사할 때 자유로운 시장경제의 흐름을 차단하게 되고 결국 정치에 기득권을 행사하는 기업만이 성장하는 정경유착의 기형적인 경제가 된다.

재벌기업의 독과점과 횡포로 인해 경쟁력이 없는 중소기업이나 소규모의 민간기업들은 경제적 부침을 타게 된다. 무엇보다 자유로운 시장경쟁원리를 바탕으로 민간기업과 중소기업의 활성화와 육성이 국가경제의 튼튼한 지반이 되어야 한다.남북 경협이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지지미진한 것도 민간 주도의 경제교류가 활성화되지 못한 때문이다. 정부의 역할은 민간기업이나 공기업이 자유로이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뒷받침만 해주면 된다.

낮은 세금문제에 있어서도 미국은 고소득층과 저소득층간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각종 사회복지제도와 보건정책들을 활용한다. 저소득층도 국가의 혜택을 받아 살아가는데 지장이 없도록 세금의 차별화 정책을 둔다. 한국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부의 균등한 분배를 강조하기 보다는 다양한 사회계층이 형평성에 기초하여 골고루 혜택을 받는 사회보장제도를 발전시켜야 한다. 또한 유연한 노동시장의 확보를 위해서는 산업구조의 변화에 따른 기동력 있는 인력생산과 활용에 주력해야 한다. 한국처럼 천연자원이 취약한 나라는 풍부한 인적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의 개발과 교육환경의 유동성이 중요하다.그러므로 한국의 비전은 간단하게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정부가 정치와 경제를 분리하여 간섭하지 않고 자유로운 경제활동이 가능하도록 보장해 주는 것이다.

둘째는, 한국 실정에 맞는 사회복지제도로서 부의 재분배를 활용하는 것이다. 셋째는 한국의 기술력과 창의력을 더욱 개발하여 인적자원을 활용하는 것이다. 넷째는 한국의 교육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대학의 자율화를 보장하고 교육을 국가발전의 원동력으로 삼는 것이다. 더우기 동북아 물류국가로서의 비전은 선진국 대열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지름길로 인도할 것이다. 지정학적으로 대륙과 해양을 잇는 요충지로서 경제특수효과는 부산에서 파리행 기차표를 끊을 수 있는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이러한 시대적 사명감을 갖고 국가발전의 초석을 닦을 비전을 가진 리더를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꿈꾸지 않을 수 없다. 더이상 막연한 모험이나 희망사항으로 위대한 지도자의 탄생을 바랄 수 없다. 지도자의 리더십은 국민의 정치 참여로 완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새로운 지도자상은 국가 발전을 위해 헌신하는 리더십의 전환을 통해 가능하다. 그 힘은 바로
국민으로부터 나와야 한다. 부시를 선택한 미국민들이 그들의 선택을 후회한다 해도 미국의 잠재력은 여전히 발전의 기로에 있다. 그러나 한국은 남북 대치와 국가의 최대 과제인 통일이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 놓여있다. 이번 대선에서 한국민의 현명한 선택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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