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우수학군 위장전입 병폐

2007-11-0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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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병국(광고기획사 대표)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식에 대한 교육열과 편애하는 마음이 특별나다. 자식이 공부를 잘 하던 못하던 자식의 능력의 한계가 어디에 있든지 무조건 대학에 가야 하고, 한 술 더 뜨면 명문학교를 필히 가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자식에 대한 염원이 지나칠 정도로 대단하다.

얼마 전 ‘우수학군 위장전입 부탁으로 몸살 앓는다’는 기사를 보고 자식 교육에 대한 그 열과 성(?)을 이곳 미국에까지 와서 한국에서와 같이 행하는 것을 보고 이제는 자식 교육에 대한 구태의연한 자세를 고쳐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오래 전 필자의 한 친구는 아들 둘을 두었는데 큰아들이 초등학교 2학년 시절 만나는 사람마다 “우리 아들은 필히 서울대학에 가야 하는데 법대가 좋겠느냐, 의과대학에 보내는 것이 좋겠느냐?” 하며 주위사람들의 의견을 타진하는데 주위사람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하였다.


이제 막 젖냄새 그친 초등 2년생을 두고 대학교 진학에 대한 망상적인 교육열이 과연 어떤 것이었나 생각해 보게 한다. 그 아들은 결국 고교시절부터 기타 치며 현대음악에 심취되어 서울대학은 커녕 일반대학에도 진학 못하고 몇 수 재수하더니 고교 학력으로 면학의 길을 중단하였다.누구를 탓하여야 하는 것일까?
서울의 모 사립 초등학교에서 수위실 수위로 근무하던 어떤 사람은 치맛바람으로 학교 출입을 자유자재로 하기 위해 매월 금일봉을 수위에게 상납하는 학부모들이 수십명에 달해 그 학교 교장선생님 보다도 더 월등한 수입이 있었다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있었다.

필자가 구태여 친구 자식의 흉을 보고자 하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과잉교육에 대한 잘못된 오류에서 빚어지는 현실적인 예를 들어본 것이다.
사실 한국에서 우수학군 위장 전입은 오래 전 한국의 교육제도가 변형되는 과정에서 지정학군이 정해지면서 발생되었던 부산물 중의 하나였다. 그래서 한국의 학부모들은 사실상 위장전입에 대해서는 이미 익숙한 입장으로서 그 부분에 대해서는 상당히 일가견이 있는 경험자들이기도 하다.

현재 이곳 뉴욕에(미국에) 유학와 있는 학생들의 면모를 살펴보면 여러가지로 형태가 다양하다. 아예 초등학교 어린 아이들을 데려와 미국학교에 입학시키고 공부가 부족하여 한국에서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자녀를 데려다 영어를 배운다는 목적으로 어학연수원에 입학시켜 미국 대학 진학을 시도하기도 하는데 어느 부모는(주로 어머니) 그 자녀 교육 때문에 아주 미국으로 이민 아닌 이민을 하여 자식 교육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기러기 아빠라는 표현으로 부부간의 별거를 표현하는 아빠들의 수가 상당수에 이르고 있기도 하다.

또한 정상적으로 이민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동포들 중 우수학군으로 자녀들을 입학시키기 위해 우수학군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지인들에게 위장 전입을 요청하는 경우가 허다하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인간관계는 서로간의 좋은 관계로 발전할 때 오래 지속된다. 인간관계가 형성되었다 하여 불편한 부탁이나 예의 없는 행동을 함부로 하게 되면 이 관계는 나쁜 인연으로 서로 악연관계로 불편해질 수가 있는 것이다.그런데 어떤 관계이던 상관하지 않고 자신들의 입장과 목적 달성만을 위하여 상대방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는 무경우는 고려되어야 한다. 금전 만능을 앞세워 치맛바람을 일으키던 고국에서의 학원 치맛바람이 이곳 미국에서 통할 수 있다는 그 사고방식은 잘못된 생각이다.

더우기 미 교육당국은 이러한 위장 전입에 대한 적발을 강화하기 위해 신경을 바짝 세우고 있다. 자녀들의 가는 길은 물론 열성적인 부모들의 성의가 가미되어야 하지만 어디까지나 자녀 자신들의 확고한 의지와 공부에 대한 열정으로 얼마든지 좋은 학교에 갈 수 있는 문호가 미국에서는 개방되어 있다. 자녀에 대한 올바른 교육 지침을 마련하여 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부모들은 올바른 모습을 보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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