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책임공방 ‘이제 그만’

2007-11-0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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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호(취재1부 기자)

병무청이 위조된 미국 대학의 입학허가서나 재학증명서를 제출해 병역기피를 하고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이른바 ‘가짜 유학생’ 17명을 확인했다고 밝힌 뒤 한국 사회가 또 다시 병역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일부 언론이 이번 가짜 유학생 병역회피 사건과 관련, 유명대학병원장이나 대학교수, 대기업 상사 주재원 등 사회지도층 자제들이 포함되어 있다고 보도한 뒤 파장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그러나 이번 사건을 자세히 살펴보면 근본적인 문제는 병역 기피자를 제대로 골라내지 못한 병무청의 책임이라 할 수 있다.


해외에서 유학을 이유로 병역을 연기하기 위해서는 어학원이 아닌 정규 대학 또는 상위학교에 입학해 한 학기에 12학점 이상을 이수해야 한다. 또한 개인 상황에 따라 여권 기간이 1년 또는 2년으로 제한돼 정기적으로 입학허가서(I-20)와 재학증명서를 제출해 졸업 일정을 확인받으며 병역 기피 의도가 있는지를 심사 받게 된다.이 기간 중 병무청은 충분히 병역 기피자들의 사전 의도를 파악해 문제 발생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병무청은 그 동안 해외에 체류 중인 병역 의무자들이 현지 공관을 통해 국외여행허가신청을 하면서 함께 제출한 현지 대학의 입학허가서나 재학 증명서 서류가 신뢰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특별한 검증절차를 하지 않았다며 이는 각 지역 공관 병무 담당자의 책임이라는 변명을 늘어놓고 있다.그러나 이 또한 글로벌 시대에 전화 한 통화 또는 이메일 한번으로 각 대학 내 국제학생담당자로부터 서류 위조 여부를 통보받을 수 있는 기본적인 확인절차도 거치지 않았다는 비난을 피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모든 법 위에 군림(?)하는 병역법을 담당하는 각 지방병무청 여행허가 담당자들의 책임 있는 행동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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