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빨 없어진 강아지

2007-11-0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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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현주(댄스교육학 석사, IKAC 강사)

길을 가다가도 강아지만 보면 펄쩍 뛰게 신이 난다. 춤을 배우러 오는 이들과도 강아지 이야기만 나오면 또 금방 활기가 넘친다.우리 원장님은 나를 강아지, 강아지 부르실 때가 많다. 그래서 가끔 거울을 보면 내가 그리 밉지 않은 강아지같다는 생각도 한다.

가끔은 살아가는 일에서 나의 개똥철학, 강아지에 대한 생각으로 풀어갈 때도 있다. 인간과 비교하여 강아지는 누구에게 많은 것을 바라거나 불평하거나 하지 않고 오히려 인간에게 무엇인가 주는 것 같다. 인간이 눈길만 주면 함께 있어주기만 하면 응답하고 동행해 주는 강아지, 나도 강아지에게는 그냥 주고만 싶다.큰 개보다 나는 강아지가 좋다. 아기처럼 돌보아야 할 상대라고 생각되어저 애정이 솟는다. 어쩌다 인간에게 예속되어 인간에 의해 정해진 운명을 사나 싶어서 조건 없는 사랑을 퍼붓게 된다.


미국에 와서도 한국에 두고 온 나의 강아지 ‘뚱순이’를 그리워 그리워하며 외국친구들과 강아지 이야기를 주로 하게 된다. 어느날 가슴에 경종을 울리는 ‘이빨 없는 강아지’ 이야기를 들었다.일본인 친구가 키우는 강아지는 조그만 요크셔테리어였는데 맨처음 그 강아지를 맞이했을 때 그 강아지 입냄새 때문에 무척 괴로웠다고 한다. 그 냄새에 대해 과장을 하며 표현하던 친구를 떠올리면 새삼 웃음이 터진다. 무슨 이유였는지 먼저 주인 할머니가 키울 수 없게 되어 입양하게 되었는데 그 입냄새는 아주 희안했다고 한다.

그 할머니는 그 강아지를 너무나 아끼고 사랑한 나머지 미음같이 부드러운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이며 키웠고 모든 음식을 갈아서 먹였던 것이다. 이 강아지는 어느새 이빨이 하나 둘 빠져 없어졌고 내 친구가 강아지를 데려왔을 때는 아예 이빨이 없는 상태였다고 한다.우리의 상식대로라면 거의 대부분의 동물은 딱딱한 뼈나 음식을 물며 이빨을 튼튼하게 하고 일부러 애완용 개에게도 껌을 씹게 하여 이를 청소(?)하게 하고 있다. 그 할머니는 이런 일반적인 상식을 벗어나 할머니 생각만으로 사랑을 퍼부었던 것이다.

이곳 미국에 와서 이민 가정의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이 일을 가끔 생각하게 하는 일들이 있다. 특히 한글학교에서 보면 부모가 쏟아붓는 사랑이 자식에게, 교사가 가르치는 학생에게 행하는 그 행위가 그것을 받고 성장하는 이들에게 정말 건강하고 이로울지… 진지하게 생각해 보면서 조심할 일들이 있다.우리의 아이들이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어떤 부분의 이빨이 하나씩 하나씩 빠져나가고 있지나 않은지?!

예쁜 강아지들에게 튼튼한 이빨을 가지고 맛있게 잘 먹고 뛰고 놀며 살아가게 해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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