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행복과 불행이 따로 없다

2007-11-0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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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목회학박사)

감사의 달이다. 오는 22일이 미국에서는 크리스마스와 버금가는 축제의 추수감사절이다. 청교도들이 미국으로 이민 와 첫 번째 농사를 짓고 하나님께 감사의 제물을 올린 것을 기념하여 갖는 감사절이다. 미국은 이 날을 국가 공휴일로 선포했다. 한국과 중국의 추석과 같은 개념으로 한 해 농사의 결실을 통해 하늘과 땅을 향해 감사를 올리는 날이다.

세상에 있는 모든 것들은, 자신을 포함해, 감사의 조건이 될 수 있다. 태양을 생각해 보자. 태양은 햇볕을 지구에 보내고 그 햇볕을 의존해 모든 생물을 살아갈 수 있게 한다. 바다 속 수 십리 안에 사는 생물들이야 태양빛에 의존치 않고 살아간다 할 수 있겠지만 생물, 즉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99.9%가 태양에 의존해 살아간다. 아니, 지구 자체가 태양이 없다면 존재할 이유와 근거를 잃게 된다. 지구는 전적 태양의 산물이다. 태양은 지구의 어머니와 같은 역할을 한다. 그 이유 중 하나는, 태양이 없다면 지구는 공전 할 수 없다. 공전을 못하게 되면, 괘도를 벗어난 지구는 어디로 가야하나. 태양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지구가, 가는 방향을 잃게 되면 지구는 우주의 미아가 되어 버린다.


태양을 잃어버린 지구는 한 없이 우주의 허허 속으로 흘러가다 불이 되어 타버리거나 재가 되어 버리고 말 것이다. 그렇다면 지구안의 모든 생물들, 아니 모든 존재는 우주의 한 줌 재로 지구와 함께 사라지고 말게 된다. 자존의 지구가 아니다. 전적 의존의 지구로 태양이 그 모성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태양은 지구에게, 지구안의 인간을 포함한 모든 존재들에게 대가를 요구하지 않는다. 태양이 뜨지 않는 세상을 상상해 볼 수 있는가. 암흑뿐일 것이다. 값없이 어떤 대가도 없이 태양빛을 받으며 사는 우리들은 그것 하나만으로도 감사의 마음을 가질 수 있다. 지구와 지구안의 존재를 가능하게 하는 태양은 값없이 아무 조건도 없이 은혜를 베풀고 있기에 그렇다.

우주를 인식하고 살아갈 수 있는 사람으로 태어나게 해 준 부모의 은덕. 그 은덕에 대한 감사도 빼놓을 수 없는 감사다. 부모의 덕을 보았던 못 보았던 그것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니다. 사람으로 태어나게 해 준 그 하나만으로도 태어날 때부터 빚을 지고 태어나는 것이다. 그러나 살아오는 동안 또 앞으로 살아갈 동안 우리는 부모를 어떻게 모시고 살아가고 있는가.
지구를 태양이 낳게 했다면 사람은 부모가 낳아 존재를 가능하게 해 준다. 세상에 한 번 태어나는 것 그 자체는 기적중의 기적이다. 그 기적의 주인공은 바로 사람이다. 기적을 낳아 주는 사람은 부모다. 생명이 기적이요, 생명을 있게 해준 부모에 대한 감사는 그 무엇으로도 대체 될 수 없다. 최선을 다해 하루하루 열심히 사는 것이 부모에 대한 감사일 수도 있다.

부모는 자식을 낳아 기르고 공부시켜 결혼하게 하여 분가 독립해 살아갈 수 있도록 뒷바라지를 해준다. 그런데도 부모는 자식들에게 바라는 것이 없다. 대가를 요구하지 않는다. 태양이 지구에게, 태양이 지구안의 모든 생물들에게 바라는 것이 없듯이 부모도 마찬가지다. 무조건적이다.
태양이 지구를 무조건적으로 돌보듯 조건 없이 자식을 사랑하는 게 부모의 마음이다.자식 중에도 똑똑한 자식이 있고 덜 똑똑한 자식이 있다. 부모의 심정은 덜 똑똑한 자식에게 더 걱정이 간다. “저것이 커서 사람 구실을 제대로 할 수 있어야 되는데...” 커 보면 반대현상도 일어난다. 덜 똑똑한 자식이 잘되어 부모 효도를 똑똑한 자식보다 더 잘할 때도 있다. 효도는 감사다. 감사는 마음으로만은 안 된다. 물질로도 표해야 진정한 감사일 수 있다. 자식 덕을 보려 자식을 키우는 부모는 세상에 아무도 없다. 자식을 잘 키워놓고 보니 자식이 부모를 효하여 은덕에 감사할 수는 있다. 감사의 달을 맞아 하늘과 땅에게도 감사해야 하지만 사람으로 낳아주고 키워준 부모의 사랑과 은공에도 감사해야 함은 당연이다. 못다 한 지난 효는 후회할 필요 없다. 오늘부터 감사하며 살면 된다.

감사하는 마음이 많이 들면 들수록 욕심은 줄어드는 것 같다. 감사와 욕심의 반비례 형상이 마음에서 일어나는가 보다. 하늘과 땅, 태양, 부모에게만 감사할 일은 아니다. 내 주위에 있는 모든 것들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갖고 살아간다면 생의 폭이 훨씬 넓어지고 윤택해 질 것이다. 감사하는 마음은 긍정적, 낙천적 사고방식의 첫째가는 것으로 행복으로 가는 첩경이다. 감사하는 마음이 없으면 없는 만큼 불행해 진다. 행복과 불행이 따로 없다. 감사하며 살아가고 있나, 없냐에 달려 있다. 추수감사절이 있는 감사의 달만 감사할 것이 아니라 평생 감사하며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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