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황혼 이혼

2007-11-0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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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자구(의사)

한국사회나 미국 이민사회나 황혼이혼 현상이 증가하고 있는 것 같다. 두 사람이 남남으로 만나서 결혼이란 사회적 굴레 속에서 그리고 전통적 결혼의 가치관 속에서 고운 정 미운 정 다 나누며 아이 낳고 돈 벌고 가정을 이루어 오느라 힘들고 어려운 날이 웃고 흐뭇한 날보다 많았던 결혼생활이었을텐데… 그 어려움을 다 지내고 나서 인생의 황혼녘에 서서, 서산에 지는 ‘해’를 바라보는 나이에 서로 갈라서야 하는 것은 어찌보면 어쩔 수 없는 비극이 아닌가 생각된다.

결혼이란 두 사람이 서로 좋아서 했던 것처럼 이혼이란 것도 둘 중 하나나 둘이 다 마음속에 ‘응어리’가 맺혀있어서 싫은 결과일 것이다.
논어에도 ‘부부유별(夫婦有別)’이란 말이 있다. 남자가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되는 것이 있듯이 여자도 이와 같다. 서로가 서로를 독립적 인격체로 존중, 인정해야 부부 ‘일심동체(一心同體)’가 되는 때가 있다. 이렇게 되려면 서로가 열등의식이 적어야 한다. 즉 무의식적으로 부당하게 바라는 마음이 적어야 가능하다. 그렇지 않으면 바라는 바가 만족이 안되어 결국 섭섭한 마음이 생기고 부부간에 다툼이 생기고, 그 사이에 난 아이들도 어느 쪽을 편들까 갈등관계에 있게 되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가 세월이 가면 문제아가 되는 수도 있다.


가정이 건강해야 부부간의 사이도 화목하고 자식들도 건강하게(정신적, 신체적) 잘 자란다. 그러면 왜 ‘황혼 이혼’이 증가일로에 있을까? 우리의 전통문화의 입장에서 보면 ‘사랑한다’는 말을 그렇게 쉽게 쓰지 않았어도 그 애정의 깊이는 훨씬 깊었다.요즈음은 ‘사랑한다’는 말을 밥먹듯 쉽게 하고는 책임은 지지 않는다. 그리고 요즈음 사람들이 많이 하는 ‘사랑한다’는 말에는 진정으로 목숨을 건 사랑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이것은 분명 우리 전통문화는 아니다.

쉽게 말하면 너무 쉽게 ‘사랑한다’ ‘결혼하자’ ‘이혼하자’는 것은 분명 우리네 전통적인 가치관이 변하였다. 서양문화에 침범 당하였다.
그러면 서양문화는 어떨까? 미국 문화를 보면 정치적으로는 민주주의다. 법 앞에는 만인이 평등하다. 적어도 학교 교과서에서는 그렇게 가르친다. 그러나 실 사회에서는 그렇지 않다. 또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다. 이것은 드러내놓고 돈 많은 사람과 돈 적은 사람의 차이가 확연하다. 즉 갈등관계에 있게 된다.

문화적으로는 어떠한가? 개인주의가 판을 친다. 이것은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할테니 너는 쓸데없이 간섭을 하지 말라’는 대 전제가 깔려 있다. 쉽게 말하면 우리의 전통문화는 관계문화다. 나와 나, 나와 너, 나와 자연, 신(神), 사회, 국가, 세계, 우주와의 관계속에 항상 ‘나’라는
것이 존재한다. 결혼도 마찬가지였다. 남편과 부인이 각각 해야 할 일이 있고, 해서는 안될 일이 있다. 이것이 ‘예의, 도덕, 관습, 전통’이란 말로 시대에 따라 조금씩 조화되어 왔다.

남편이나 부인이 해야 할 일을 못하던지, 해서는 안되는 일을 할 때는 양자간에 신뢰가 무너져 감정의 응어리가 생긴다. 즉 부부 사이의 위기를 느끼게 되지만 자식의 장래를 위하여, 양가의 가족관계(친정, 시집식구들과의 관계), 이혼녀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적 시각으로, 혹은 여자들의
경제력 부족 등등으로 이혼을 실행하지 못했다. 그러나 요즈음은 서양문화에 대한 패배의식 때문에 이것을 무분별하게 받아들인 결과 우리의 좋은 전통은 점점 사라지고 있는 실정이다.

서양문화는 ‘관계’를 끊는 문화이다. 예를 들면 ‘민주주의’라면 법 앞에서는 온 국민이 평등해야 한다. 그러나 학교 안에서조차 평등하지 못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안다. 마찬가지로 ‘자본주의’ ‘개인주의’가 다 똑같이 갈등관계에 있다. 그러니 이들 관계를 법이 조정하고 있다.

부부관계도 소원할 수 밖에 없게 된다. 때문에 자식들이 있건 말건 누가 무엇이라 하건 말건 법적으로만 문제가 없으면 간단하게 생각하기 마련이다. 즉 좋으면 결혼하고 싫으면 이혼하는 식이다. 서양문명이 기계문명이듯이 부부 사이도 기계적이 되어가고 있다.

황혼 이혼이 증가 일로에 있는 것도 일종의 문화충돌이라 보여진다. 그래서 새로운 결혼과 이혼의 질서와 사회적 규범이 생길 때까지 계속될 것 같다.‘혼인은 인륜지 대사다” 세계 평화가 건강한 가정에서 나온다는 말은 만고의 진리임이 서양의 정신과학으로도 증명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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