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언어생활의 혼란

2007-11-0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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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환(뉴저지)

후진국의 가장 큰 특징을 들라면 먼저 무질서한 것이다. 우리나라도 해방 이후 오래동안 무질서와 혼란 가운데 살아왔지만 5.16 군사혁명 이후 질서가 많이 잡혔다.그렇게 새로운 질서가 잘 잡혀가는 판인데 그와 반대로 올바른 질서를 파괴하는 곳이 있다. 요즘에는 남자친구나 애인도 오빠, 남편도 오빠, 그리고 술집 손님도 모두 오빠란다. 인류 역사상 수많은 불륜을 그린 소설이 나왔지만 남매가 불륜관계를 가졌던 소설은 하나도 없었을 만큼 남매간의 사랑은 청순한 것인데 오늘날 남편을 오빠라고 부르는 것은 엄청난 언어 윤리 파괴이다.

요즘 서울에 가면 나이든 남자 어른들에게는 무조건 아버지라고 부르는 것을 흔히 본다. 옛날 같으면 할아버지, 어른, 아저씨 또는 선생님이라고 불러야 되었는데 요즘에는 할아버지라고 부르면 싫어한다고 아버지라고 불러 피호칭자(상대방)가 젊었다는 기분을 들게 하려는 얄팍한 상술을 쓴다. 그것은 자기를 낳아 길러준 아버지와 어머니를 크게 욕되게 하는 행위이다.젊은 사람들이 아버지나 어머니라고 부르면 할아버지, 선생님, 아저씨 또는 할머니, 사모님, 아주머니라고 불러야 된다고 가르쳐 줘야 하는데 그렇게 젊게 봐줘서 기분이 좋다고 그냥 넘어가는 어른들의 무례(無禮)도 그런 언어윤리 파괴에 큰 몫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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