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불황 극복의 해법, ‘상생경영’

2007-10-3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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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노열(취재2부 차장)

그동안 갑과 을 관계로 경직돼 있던 한인 대형 업소들과 소형 업소들 사이에 상생경영 문화가싹트고 있어 한인 업계에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지금까지 물가 상승과 추가로 발생되는 운영비용 부담을 중소 협력 업소에 떠넘기기에 급급했던 대형 업소들이 고통분담을 통해 소형 업소들과의 동반성장을 모색하려는 분위기가 최근 한인업계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곳이 코리아타운 플라자. 퀸즈 플러싱에 최근 오픈 한 이 샤핑센터는 테넌트들의 렌트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방안의 일환으로 ‘렌트 옵션제’를 도입했다. 테넌트들이 월 매출액의 일정 퍼센티지 만을 렌트를 대신해 지불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간 한인업계에서는 보기 드물었던 랜드로드와 테넌트 업체간 ‘아름다운 동행’에 물꼬를 튼 셈이다.


이 같은 아름다운 동행 이야기는 한인 커피 프랜차이즈 ‘쿠도빈스’의 75/25파트너십 프로그램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전체 창업 비용의 25%만 있으면 우선적으로 창업이 가능토록 한 것이 기본 골자로 프랜차이즈 가입시 선불로 요구돼 왔던 프랜차이즈 예치금과 5만달러 이상 턴키 오퍼레이션 비용을 프랜차이즈 업체측이 부담토록 가입 규정을 바꾸기도 했다.

큰 자본 없이 사업을 해보려는 가맹주들에게 소자본으로도 비즈니스를 시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새 프로그램을 시도하게 됐다는 게 업체 측의 설명이다. 위 두 업체의 사례가 한인업계의 상생경영 문화가 자리잡아가고 있음을 보여주기에는 내용면에서나 형식적인 면에서 충분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불황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이 때 대형업소와 소형업소들이 서로가 경영난이 빠지는 것을 원치 않으며 함께 고통을 나눌 준비가 돼 있다는 분위기가 자발적으로 형성돼 가고 있다는 점에서는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연중 최대 성수기인 연말 시즌을 코 앞두고 있지만 여전히 원달러 환율 폭락과 고유가, 고물가 등 대내외 악재가 한인 경제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게 현실이다. ‘상호 불신이나 책임 떠넘기기’ 보다는 서로의 손을 맞잡는 ‘상생경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불경기를 헤쳐 나갈 수 있는 한인업계 전체의 해법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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