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노년기 자기 개발

2007-08-20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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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영(한미역사문제연구위원)

인간의 수명이 늘어나면서 노인 문제는 이제 한 나라가 겪는 문제보다는 세계 모든 나라가 겪는 문제가 되어 나라마다 노인 복지문제 해결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현실이 오늘의 세계관이다.인간은 누구나 늙기를 반기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늙음은 피해갈 수 없는 인간의 절대절명의 여정이다.

아무리 건강한 사람이라도 세월이 흐르면 노익장의 자랑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쇠퇴해 가기 마련이고 고독과 질병으로 외롭고 쓸쓸하게 생을 마감하는 것이 우리의 인생이다.그래서 사람들은 인생살이를 주마등에 비유하면서 ‘생자필사(生者必死)’ ‘세상에 태어났으면 언젠가는 죽는다’고 말한다. 고려조 때 ‘우탁’이란 시인은 ‘늙는 길 호미로 막고 오는 백발 막대로 치려드니 백발이 먼저 알고 지름길로 다가오네’라는 시를 남겼다. 많은 사람들은 오늘도 피해갈 수 없는 늙음의 길목에서 건강에 좋다는 보약도 사 먹고 가벼운 운동으로 노화와 싸우며 살아가고 있다.


오래 전 어느 분이 죽음을 어떻게 맞을까에 대해 쓴 글을 읽었다. 글의 내용은 불교이던 기독교이던 신앙 안에서 죽음을 맞으면 편안한 죽음이 된다는 내용이었다.노년의 문제가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현실에서 노년기의 자기 개발을 어떻게 이해하고 어떻게 적응하고 살아갈 지에 대해 생각해 보자.

한 마디로 우리 노인들은 자기 스스로의 개발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야 한다. 배움에는 때가 없다고 하였다. 만학의 역정으로 젊었을 때 놓쳐버린 배움의 기회를 노인대학 강좌에서 듣는 것도 자기 개발이 된다.보람있는 노년의 삶은 살아오면서 체득한 값비싼 체험을 살려 남은 여생을 꿈과 사랑으로 후세대들에게 삶의 진실을 바르게 가르쳐 주는 일이다. 늙었다는 자조에서 침묵하기 보다는 신념과 용기로 부끄럼 없는 당당한 노년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매사를 긍정적으로 이해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면 그것이 곧 우리가 추구하는 행복이 된다. 살아오면서 체득한 전문지식과 경험을 살려 즐거운 마음으로 남은 여생을 우리들의 작은 공동체를 위해 봉사하는 일도 자기 개발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미국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 노인을 위한 사회보장제도가 잘 갖추어진 나라이다. 자녀들에게 의지하고 살아야겠다는 의타심을 버리고 독립된 삶을 살겠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젊은 세대로부터 대접을 받으려고만 하지 말고 노인들끼리 모여 여가 선용을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서로 상부상조하는 미덕을 심어주는 본을 보여주어야 한다.

한인사회 증가 추세와 함께 노인 인구도 늘어날 추세이다. 때문에 노인들 스스로가 자생력을 기를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는 일이 중요하다. 명분 없는 일에 매달려 서로 비방하고 헐뜯는 잘못에서 벗어나 존경받는 어른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지난 날엔 좋은 집에서 잘 먹고 편안하게 사는 게 노인들의 꿈이었지만 지금은 그런 뜻은 아니다. 부족하지만 누구에게도 의탁하지 않고 마음 편히 살아야 겠다는 가치관의 변화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노인들의 삶의 목표이다.

진정한 삶이란 내 이웃과 공존하며 내 이익보다는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자기를 희생할 줄 아는 생활을 의미하는 말이다.우리 노인에겐 살아오면서 기쁜 일도 있었고 슬픈 일도 겪었고 화나는 울분도 있었을 것이다. 기뻤던 일, 화냈던 일을 하나로 묶어 마음 속에 담겨진 미움의 증오를 털어버리고 남은 여생을 내 공동체를 위해 마지막 봉사를 하겠다는 중지를 모아야 한다. 그것이 곧 우리가 추구하는 노년기의 자기 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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