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어느 수입도매상 사장의 고민

2007-08-1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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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노열(취재2부 차장)

맨하탄 브로드웨이에서 커스텀 액세서리 무역업을 하고 있는 A사의 김 사장. 이 업체는 중국, 동남아시아, 한국 등 아시아 지역에서 커스텀 주얼리 제품을 제작·수입해와 미국과 유럽 등지에 공급 판매하고 있는 수입 도매상으로 몇 년 만에 업계에서는 손에 꼽힐 정도의 성공(?) 업
체로 발돋움했다.

김 사장이 이렇게 A사를 빠르게 성장시킬 수 있었던 것은 이 업체가 갖고 있는 독톡한 비즈니스 안목과 노하우가 주효했기 때문.그러나 김 사장은 자신의 성공담(?)을 언론사들은 물론 다른 사람에게 알리는 것을 회피하고 있다. 언론을 통해 회사가 알려져 유명(?) 업체가 된다는 것도 일견 좋은 일이겠지만 자칫하다간 예상치 않던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게 김 사장의 판단이다.


“신문이나 방송 등 언론 보도가 나가고 나면 얼마 지나 거래 회사로부터 전화가 걸려 오곤 합니다. 알고 보면 한인 경쟁회사들이 더 낮은 가격에 물건을 공급하겠다고 훼방 아닌 훼방을 놓은 것 이지요.”이 같은 경험을 수차례 겪은 그는 몇 년 전부터는 직원들에게도 회사와 관련된 일은 절대 외부에 발설하지 말 것을 엄명해 놓은 상태다.특히 수입 계약에선 거래 당사자인 상대 기업의 이름을 아예 밝히길 꺼리고 있다.

“뉴욕이라는 살벌한 시장에서 살아남기도 바쁜데 한인 업체끼리 서로 발목을 잡다니. 이런 경우가 어디 있습니까. 한 업체가 공을 들여 판로를 뚫어 장사가 잘 된다는 소문이 나면 곧바로 다른 업체가 끼어들어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식의 제살깎기 경쟁이 극성을 부리는 게 현실입니다.”자신도 언론에 공개하기 힘든 현실이 답답하고 안타깝지만 비즈니스까지 희생해가며 회사의 내용을 알릴 수 없다는 것이 김 사장의 주장이다.

비즈니스 망을 확보하기 위해 다른 업체가 혼신을 들여 만들어 놓은 영역을 파고드는 행위는 분명 상도의에 어긋나는 행위다. 설사 그런 방법으로 잠시 대박을 터트린다 한들 축적된 기반이 튼튼하지 못한 비즈니스는 끝내는 사상누각에 그칠 공산이 클 뿐이라는 생각이다. 하루빨리 이 같은 잘못된 관행이 사라져 본의 아니게 언론 기피증에 시달리는 업체들이 없어지
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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