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정직과 사과

2007-08-16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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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열자(시인/아틀란타)

일주일에 세번 수영 운동반에 나가는 필자는 항상 그러하듯 주로 노인들을 위한 파킹장으로 뒷문 가까이 겨우 자리 하나를 발견하고 옆 차와의 거리를 체크한 후 한 시간 동안 운동이 끝나고 밖에 나와보니 누군가가 내 차 오른쪽 창문에 노랑 쪽지를 끼워 놓았다.쪽지에는 이런 글이 적혀 있다.“Hello! 참 미안합니다. 내가 당신 차 오른쪽 창문 아래 흠집을 좀 냈습니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차를 빼내려다 이런 실수를 했습니다. 또 다시 미안합니다. 저의 전화번호는 404-XXX-XXXX(Teui)”

이런 쪽지가 적혀 있었다. Teui라는 미국사람 이름은 여자 이름인지, 남자 이름인지 잘 몰라서 미국 동료에게 물어보아도 그 이름은 남자 이름도 있고 여자 이름도 있다고 한다. 나는 그 자리에서 그 사람이 흠집을 냈다는 쪽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런데 그 흠집이라는 것이 아주 조그만 연필자국 같이 작은 것이었다.생각해 보면 이 사람은 그래도 양심이 바르고 정직한 사람 같다. 아무도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고 모른 척하고 달아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세상인가?


아마 나는 이처럼 별로 눈에 띄지 않는 이 흠집을 알지도 못하다가 어느 날 내 눈에 띄면 “어디서 긁혔지?” 그렇게 혼자 중얼거렸을 것이다.
세상을 살다 보면, 또 운전을 하다 보면 별별 사람들이 다 있다. 정직하지 못한 사람, 남에게 폐를 끼치고도 외면하고 사과할 줄 모르는 사람, 이런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런 아주 조그만 실수에도 정직하고 솔직한 마음을 가진 사람도 있다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나는 그의 이 작은 메모지를 보면서 그래도 이 사회에는 이런 정직한 사람도 있구나 하고 생각해 본다.그 후 나는 그의 전화번호를 돌리지 않았다.
이 나라에 와서 살고 있는 우리 이민자들의 일상생활에도 이 사람처럼 아주 작은 일에도 정직하고, 사과할 줄 아는 우리가 되었으면 하고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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